1.

낯선 이를 좋아하기란 쉽다. 잘 아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어렵지.

 

2.

왠지 난 맹인들 앞에선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

 

3.

살면서 가끔은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고 차라리 폭탄처럼 터져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4.

어떤 반응이든지, '난 관심없어'라든가 '나랑 상관없어'하는 태도보다는 훨씬 낫다.

 

5.

한순간은 엄격하고 또렷하며 고집 세 보이지만, 다음 순간 수줍고 부드러우며 연약한 얼굴이 된다.

 

6.

"...(중략)...죄 그 자체가 곧 형벌이지. 내 말 알아듣겠나?"

 

7.

문제는 어떤 일이든 하루하루 되풀이 하다보면 그 당시에는 그렇게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게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한 일을 고백할 때다.

 

8.

내 안 깊은 곳 어딘가에 내가 세상 모든 것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 있다. 그 모든 것이란 단지 나무나 풀, 동물뿐 아니라 빌딩과 계단, 바위와 도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말한다. 그곳은 죽음처럼 조용하고 그 누구와도 나눠보지 못한, 아마 공유하는 것이 불가능한 그런 장소일 것이다.

 

9.

"최소한 내 관점으로 봐서는 두 사람이 삶을 깊게 탐구하려는 진실한 열망을 갖지 앟는 한 결혼 생활이 잘 풀려가는 것 같더라." 어머니가 무릎 위의 가방을 불안하게 움켜쥐고서 말했다. "외향에 진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결혼이 가장 성공적으로 보였어. 너는 그런 타입이 아니라서 걱정이 되는구나.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 난 잘 모르겠다."

 

10.

진심으로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단지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을 결코 혼동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통스럽고 실망스러운 일이다.

 

11.

웬일인지 난 뭔가가 고장났을 때가 좋다. 바퀴가 펑크난다거나, 기차가 멈춰서서 움직이지 못한다거나, 기상 조건 때문에 비행기가 연착되는 데에는 뭔가가 있다. 지구가 평소처럼 돌아가지 않을 때 비로소 긴장이 풀린다. 그럴 땐 호기심 많고 혼란스럽고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는 아이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그 짧은 동안은 책임질 일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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