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문명의 삶과 자연의 삶 중에서 어느 것이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이 되는지 묻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기 삶을 한탄하는 사람들밖에 찾아볼 수 없으며,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자기 삶을 포기하려고까지 한다. 그리고 신의 법과 인간의 법을 합쳐도 이 무질서를 간신히 막을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자유로운 상태에 있는 미개인이 일찍이 삶을 한탄하여 자살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런 후에 좀 더 겸허한 마음으로 어느 쪽이 정말로 비참한가를 판단해보기 바란다.




2.

홉스는 자연법에 관한 근대의 모든 정의에 담겨 있는 결함을 대단히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정의에서 도출해낸 결과는 그 자신도 그것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는 자기가 정한 원리들에 대해 추론할 때, 자연 상태란 우리의 자기 보존을 위한 노력이 타인의 보존에 가장 해를 끼치지 않는 상태이므로 이와 같은 상태는 결과적으로 평화롭게 살아가는 데 가장 적합하며 인류에게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는 미개인의 자기 보존을 위한 노력 속에, 그 자체가 사회의 산물이며 법률 제정을 필요하게 만든 수많은 정념을 만족시키고 싶다는 욕구를 까닭 없이 넣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반대가 되는 말을 하고 있다.




3.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을 때 인간은 약한 법이다. 그리고 인간은 자유로워져야 건강해진다.




4.

자존심을 낳는 것은 이성이며, 그것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은 반성이다.…(중략)…인간을 고립시키는 것은 철학이다.




5.

나는 강자는 약자를 억압하게 마련이라는 말을 늘 듣는다. 여기서 이 억압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어떤 자가 폭력으로 지배하면 다른 사람들은 강자의 온갖 변덕에 굴복하여 한탄하고 괴로워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원시의 인간들 사이에서는 이런 일을 찾아볼 수가 없다.…만일 누가 나를 어떤 나무에서 쫓아낸다면 다른 나무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어떤 장소에서 누가 나를 괴롭힌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된다. 그것을 누가 방해하겠는가? 또 나보다 힘이 아주 센데다가 상당히 타락하고 게으르며 사납기까지 한 사나이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나에게 자기를 먹여 살리라고 강요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그는 잠시도 나에게서 눈을 데지 않고 자는 동안에도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나를 자기에게 꼼짝없이 매어두려고 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도망치거나 그를 죽일지도 모르다. 따라서 그는 자기가 피하려고 하는 고통이나 그가 나에게 주는 고통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자진해서 받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6.

어떤 땅에 울타리를 두르고 “이 땅은 내 것이다”라고 말하리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런 말을 믿을 만큼 단순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최초의 인간이 문명사회의 실질적인 창시자이다.




7.

그리하여 사람들은 편리함을 누려도 행복하지 않은 반면에 그것을 잃으면 몹시 불행해지게 되었다.




8.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을 평가하기 시작하여 존경이라는 관념이 마음속에 형성되자, 누구나 자기가 존경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것을 거부하면 누구도 무사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예의범절의 의무가 미개인들 사이에도 생기게 되었으며 고의적인 범행은 모두 모욕으로 간주되었다. 왜냐하면 피해자는 그 범행으로 인해 초래되는 손해보다는 인격을 모욕당했다는 점 때문에 더 감정이 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나 자기가 받은 모욕만큼 상대에게 벌을 가했으므로 복수는 더욱 끔찍해지고 인간은 살생까지 저지를 정도로 잔인해졌다.




9.

이전에는 자유롭고 독립적이었던 인간이 이제는 무수한 새로운 욕구로 인해, 이를테면 자연 전체에 특히 자기 동족에게 복종하게 되어, 결국 그는 그 동족의 주인이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의 노예가 되었다. 즉 그가 부유하다면 그들의 봉사가 필요하고 가난하다면 그들의 원조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중략)…그러므로 그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는 교활하고 위선적이며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는 권위적이고 냉혹하다.




10.

국민들이 통치자를 세우는 이유가 그에게 예속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11.

이와 반대로 문명인은 항상 활동하면서 땀을 흘리고 불안해하며 더욱더 힘든 일을 찾아 끊임없이 번민한다. 그는 죽을 때까지 일을 하고, 때때로 살아있는 상태에 놓여 있기 위해 죽음으로 내달리며, 불명을 찾아 생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증오하는 세력가와 자신이 경멸하는 부자들에게 아부하며, 그들에게 봉사하는 영예를 얻기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비굴과 그들의 보호를 거만하게 자랑한다. 자신의 노예상태에 자부심을 느끼는 그는 그 노예상태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경멸감을 가지고 얘기한다.




12.

즉 미개인은 자기 자신 속에서 살고 있는데, 사회인은 언제나 자기 밖에 존재하며 타인의 의견 속에서만 살아간다. 말하자면 자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타인의 판단에 의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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