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뻐꾸기는 잘 아시다시피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습니다. 이런 행동을 '탁란'이라고 하며, 대체로 알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둥지에 낳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행동이지요. 뻐꾸기 알은 의붓어미의 알보다 먼저 깨어나는데, 깨어나서는 본능적으로 의붓어미의 알들을 등에 업어 둥지 밖으로 밀어냅니다. 또 알들을 다 내몰지 못하고 둥지에서 함께 자란다 하더라도 다른 새끼들보다 목을 더 길게 뽑고 입을 크게 벌려 제일 큰소리로 울어댑니다. 그런 식으로 먹이를 독차지해 다른 새끼들을 제치고 결국 자신만 살아남지요.
2.
아직은 대부분의 동물이 다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아마 두뇌가 꽤 발달한 동물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생각한다'는 기준을 인간에 맞추다 보니 다른 동물들이 사고를 못한다고 여기는 것이지, 그들 나름의 사고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략)..
여담이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이 붕괴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교육은 가르치는 쪽이 주도권을 쥐어야만 교육이 됩니다. 이 세상에 나와서 우리가 행동할 수 있게끔 만들어가는 것이 교육이기에 대부분 일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너무 아이들이 배우고자 하는 것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미 새가 새끼 새가 싫어한다고 나는 법을 가르치는 걸 포기하나요?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3.
딱정벌레는 성충이 되었을 때에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이런 행동을 합니다. 일개미는 집 밖에서 반날개의 애벌레를 발견하면 자기 집으로 물고 갑니다. 마치 '너 왜 여기 나와 있니?' 하며 걱정하는 듯이 말입니다. 딱정벌레 애벌레는 개미 애벌레가 아양 떠는 모습을 그대로 흉내냅니다...(중략)..일개미는 딱정벌레 애벌레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자기들의 '아가방'에 집어넣습니다. 아기들을 기르는 방에 넣어놓으면 이 애벌레는 개미들의 아기를 먹고 삽니다...(중략)..개미는 왜 이렇게 손해만 보며 살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너무 야박하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개미 사회는 어느 정도 손해를 봐도 괜찮을 만큼의 여유를 갖춘 사회라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개미집을 파보면 딱정벌레 애벌레, 귀뚜라미 등 별의별 것들이 다 들어와 삽니다. 개미는 그만큼 성공한 동물입니다. 개미집에 들어와 사는 곤충들의 목록만으로도 두꺼운 책 한 권이 될 정도입니다.
4.
이들 중에 특별히 기막힌 노린재가 하나 있어 소개합니다. 자객벌레라고 부르는 노린재인데 종종 흰개미를 잡아먹고 삽니다. 이놈은 흰개미 굴에서 나온 흙덩이들을 먼저 온몸에 붙입니다. 흰개미 굴에서 나온 것이니 냄새도 비슷하지요. 이렇게 흙덩이 같은 모습으로 걸어가다가 들킬 것 같으면 납작하게 엎드리고 또 걸어가는 식으로 흰개미 굴 입구까지 접근한 다음, 지나가는 흰개미 한 마리를 잡아먹습니다. 그런데 몽땅 먹어치우는 게 아니라 흰개미 몸에 구멍을 내서 체액만 빨아먹고 시체를 입에 물고 굴 앞에 가서 흔듭니다. 그럼 그 시체 냄새가 굴 안에 진동하게 되고, 동료가 죽은 것을 안 흰개미들이 우르르 몰려나옵니다. 그럼 그때 더 많이 잡아서 먹는 거죠.
5.
1970년대 말 미국의 어느 여류 생태학자가 생물학자들의 연구 주제들에 대한 통계를 내보았습니다. 재미있게도 남성 생물학자들은 거의 절대 다수가 동물이나 식물의 경쟁 관계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있었고, 서로 돕는 관계 즉 공생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은 매우 적었습니다. 정말 흥미롭게도 공생 연구의 거의 대부분은 여성 생물학자들이 하고 있었습니다.
6.
곤충이나 우리 인간의 몸은 사실 튜브 형태의 몸입니다. 안팎이 서로 연결되어 있죠. 식도에서 위, 작은 창자에서 항문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가는 장 속은 사실 몸 바깥입니다. 몸 안이 아니죠.
7.
우리 풍습에 결혼한 사람들한테 금실이 좋으라고 선물하는 원앙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새가 아닙니다. 원앙 수컷은 아내랑 함께 다니다가 다른 암컷을 보면 그냥 아무 때나 아내가 보는 앞에서 겁탈합니다. 원앙 사회에서는 수컷이 자기 아내는 지키면서 남의 아내는 겁탈을 하려고 합니다.
8.
마지막으로 자식을 보호하기는 하되 너무나 끔찍한 부모를 하나 소개합니다. 기생말벌은 굴을 만들고 곤충이나 거미를 잡아서 그 안에 넣은 다음 그 몸에 알을 낳습니다. 그런데 먹이가 될 곤충이나 거미를 완전히 죽이지 않고 독침을 쏴서 신경만 마비시킵니다. 그러면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 몸을 못 움직이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말벌 새끼들은 살아 있는 싱싱한 생고기를 먹고 자라게 됩니다. 자식한테 아주 신선한 고기를 먹이기 위해서 남을 생매장시켜 놓은 것입니다. 당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9.
이렇게 해서 충분한 숫자의 일개미들을 키워내면, 어느 날 일개미들이 현관문을 뚫고 바깥 세상으로 나갑니다. 이들은 제일 먼저 식물이 분비해주는 음식물인 뮬러체들을 끌어들입니다. 불과 2~3일이면 나무에 있는 거의 모든 뮬러체들을 수거합니다. 그러니 2~3일만 늦게 굴 문을 뚫고 나오는 군락도 굶어 죽는 겁니다. 남의 집보다 하루라도 먼저 나가서 음식물을 모두 거두어들이는 게 바로 이들의 경쟁 목표입니다. 이 세상에서 인간 말고 당장 먹을 것보다 더 많은 식량을 비축하는 동물이 바로 개미와 벌입니다. 이렇게 쌓아놓으니 늦게 나온 다른 집은 먹을 게 없어서 다 죽습니다. 그러면 저절로 나무 전체를 장악하게 되죠.
그런데 이때부터 여왕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일개미들이 먹을 걸 가지고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여오아개미들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몸을 녹여 함께 자식을 기르던 그 사랑스런 동료가 이제는 음식을 축내는 미운 존재가 되는 겁니다. 여왕이 한 마리 남을 때까지 서로 물고 뜨는 혈투를 벌입니다. 이렇게 정치 싸움을 벌일 때 나무 아래를 보면 개미 머리들이 뚝뚝 떨어져 있습니다. 죽은 여왕의 시체를 일개미들이 내다버린 것인데, 다른 부분은 먹을 수 있지만 머리는 먹을 수가 없어서 머리만 밑에 떨어져있는 것입니다.
10.
예를 들어 아이가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의사선생님이 항생제를 주면서 "몸이 나아지는 것 같더라도 끝까지 드십시오"하고 부탁합니다. 그런데 사흘쯤 지나 아이 상태가 좋아지면 그만 먹여도 되겠지 하고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몸 안에 들어온 병원균과 싸움을 시작했으면 끝까지 잡아야 하는데 어설프게 두들기도 내보내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균들을 키워왔습니다. 우리 몸에 들어온 균 중에서 약한 놈들은 대충 죽였는데 독한 놈들은 못 죽인 상태로 약먹기를 멈춘 것이죠...(중략)..그러니 나중에 다시 병원에 가면 예전에 먹던 약으로는 듣지 않아 더 독한 약을 받아와야 합니다.
11.
먹은 것 대부분이 체온 유지를 위해 소모됩니다. 히터와 에어컨을 몸 안에 넣고 돌리며 사는 셈이지요. 변온동물은 양지와 그늘로 움직여 다니면서 조절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유지비는 굉장히 적게 듭니다. 뱀은 한 달에 웬만한 크기의 먹이동물을 한 마리 정도만 잡아먹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한 마리 먹고 앉아 있다가 따뜻한 데 나갔다 들어왔다 하면서 한 달쯤 지나면 먹을 때 됐네 하고 또 한 마리 잡아먹습니다. 우리처럼 하루 세 끼 열심히 먹을 필요가 없죠. 이런 변온동물인 도마뱀도 병원균이 들어오면 햇볕이 있는 곳에 나가 오래 앉아서 몸의 온도를 올린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평소 이상으로 올려서 균들을 태워버리는 것이죠.
12.
자연선택은 우리가 아름답게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자연선택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좀더 많은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남기는 것입니다. 자연선택의 관심은 오직 번식입니다.
13.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우리 인간의 독특함에 매달리고 있습니다...(중략)..이 지구가 우리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존재했던 건 절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