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각 - 뇌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감각 결합의 세계 DEEP & BASIC 시리즈 1
리처드 사이토윅 지음, 조은영 옮김, 김채연 해제 / 김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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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터뷰


## 본인 소개를 해달라.

내 이름은 리처드 사이토윅이다. 조지워싱턴대학교 신경학과 교수다.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과 함께 쓴 《수요일은 인디고블루: 공감각자의 뇌를 발견하다》로 2011년 몽테뉴 메달을 수상했고, 그 밖에 《공감각: 감각의 융합》 《모양을 맛보는 남자》 《신경학으로 본 신경심리학》 등을 썼다.

## 이번에 낸 책은 어떤 책인가?

공감각 개론서다. 한국에 소개되는 첫 번째 책이다.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공감각의 신경학적 특성을 쉽고 간결하게 풀어썼다. 내가 40년간 천착해온 주제인 만큼, 수많은 흥미로운 사례부터 사이비 과학으로 무시받던 공감각 연구가 어떻게 주류 과학계로 들어올 수 있었는지, 아무 규칙도 없어 보이는 공감각도 범주화할 수 있는지, 공감각은 어떻게 작동하며 왜 존재하는지까지를 두루 담았다. 부가적인 감각 경험을 하는 특별한 사람들의 공감각에 머무르지 않고, 공감각자가 아닌 모든 인간의 ‘연관 감각’ 경험으로 범위를 확장하려 노력한 책이다.

## 공감각 연구가 사이비 과학으로 무시 당했었다고?

그렇다. 당시의 과학은 피험자의 직접 체험을 과학이라는 영역 밖의 일로 여겼다. 예를 들면 내가 신경과학을 공부하던 1970년대 말만 해도 '실어증'이나 '분할뇌(분리뇌)'에 대한 내 관심을 주변에서는 '철학적 사고방식'으로 여겼다. 공감각에 대해서도 과학계는 입증할 수 없고, 사람마다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했다. 상상력의 소산이나 ‘푸른 종소리’ 같은 표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은유, 어린 시절 각인된 단순한 기억으로 치부됐었다. 동료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손 떼는 게 좋겠어. 이건 뭐, 말도 안 되고 너무 뉴에이지스럽잖아. 잘못 건드렸다간 경력에 문제만 된다고.” 이랬던 공감각이 어떻게 주류 과학계로 들어올 수 있었는지, 그 간략한 역사가 이 책의 2장에 담겨 있다.

## 공감각이 정확히 무엇인가?

두 개 이상의 감각이 자동으로 결합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감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차갑고 딱딱한 베이컨 맛을 느낀다든가, 숫자 3을 체격이 좋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든가, 시금치, 오렌지, 우유를 먹으면 파란색을 보는 등 어떤 자극을 자극 유발체와는 다른 별개의 감각 및 개념 속성으로 지각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일어나고, 감정이 실려 있으며, 지각한다는 사실이 인식되고, 유전된다. 또한 아주 어린 나이에 발현되고, 향정신성 약물의 복용이나 측두엽 발작 등 뇌의 이상에 의한 것이 아니다. 물론 치료도 필요하지 않다.

## 오감은 서로 분리되어 개별적으로 인식되는 것 아닌가?

연기의 냄새와 종이 울리는 소리는 각각 코와 귀로 느끼는데, 언뜻 전혀 다른 신호 같지만 몸에 있는 다양한 감각 수용기를 통해 모두 전기화학적 신호로 변환된다. 생리학적으로 보면 시각, 가려움, 냄새를 구성하는 신호에는 별 차이가 없다. 망막과 달팽이관에서 보내는 신경 자극이 엄지발가락에서 오는 자극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이 감지기의 생리에 대해, 뇌에서 그것이 처리되는 과정에 대해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결합문제(binding problem)를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다. 결합문제란 지각의 여러 측면이 하나의 전체로 통합되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이를테면 어디선가 사과가 날아올 때 우리는 ‘빨갛다 + 둥글다 + 먹을 수 있다 + 어떤 방향에서 나에게 오고 있다 +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 무엇’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으로 경험한다. 이 각각의 특성은 심지어 뇌의 다른 영역에서 다른 속도로 처리되는데도 말이다. 공감각을 이해하는 것은 이 난제에 한발 다가서는 일이기도 하다.

## 공감각 현상은 얼마나 흔한가?

공감각 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23명 중 1명꼴로 상당히 흔하게 존재하는데, 그 유전자가 있다고 해도 형질이 100퍼센트 발현되는 것은 아니라서, 실제로는 90명 중 1명 정도만 명백하게 공감각을 느낀다. 모든 사람의 뇌에서 실제로 감각의 혼선이 일어난다. 단지 공감각자의 뇌에는 혼선이 더 심하게 일어나며 이를 의식적으로 인지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오늘날 자폐증을 한 가지 현상이 아니라 다양한 특성이 모인 스펙트럼(자폐성 장애 스펙트럼)으로 간주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공감각 역시 스펙트럼으로 볼 수 있다. 이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소리의 색깔, 음소의 맛, 순서배열의 공간적 인지(수형數型, number form) 같은 지각적 공감각의 원형(原型)이 있고, 반대편 끝에는 따뜻한 색, 차가운 색과 같은 관습적인 은유와 지각적 유사성이 있다. 스펙트럼의 중간에는 소름, 감정이입에 따른 통증, 음악이나 냄새에 의해 떠오르는 심상, 입면 환각, 감각적 사건에 의해 연상되는 프루스트식 기억이 존재한다. 어떤 면에서, 우리 모두는 공감각자다. 당신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

## 공감각자들은 부가적인 감각 경험으로 혼란스러워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정상 시력인 사람에게 혼란스럽지 않냐고 묻는 것과 같다. 정상 시력인 사람이 ‘본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듯, 다수의 감각양식으로 구성된 지각 체계를 공감각자들은 완벽하게 정상으로 느낀다. 이들에게는 비공감각자들과 다르게 짜인 ‘현실의 결(texture of reality)’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다른 현실의 결은 다른 움벨트(umwelt)를 낳는다. ‘움벨트’란 개체가 주관적인 입장에서 고유한 방식으로 인식하는 세계, 한 생물체가 계속해서 살아왔고 지각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모든 생물은 자신의 움벨트가 객관적인 현실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우주 전체의 95퍼센트가 우리의 감각 밖에 있다면 ‘객관적 현실’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의 뇌는 철저히 주관적인 세상을 만든다.

## 공감각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두 개의 큰 가설이 있다. ‘연결성 증가’ 가설은 태아 때부터 정상적으로 생겨난 뉴런과 시냅스의 과도한 연결 상태가 성장하면서 불충분하게 제거되어 성인이 될 때까지 유지된다는 것이다. ‘억제성 감소’ 가설은 흥분과 억제가 균형을 잡고 있는 정상 뇌와는 달리 공감각자의 뇌에서는 선천적으로 흥분이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렵다. 어떤 메커니즘도 궁극적으로 ‘왜’라는 질문의 답에 이르지는 못한다. 인류는 무려 4,000여 년간 뇌전증에 대해 알고 있었고 지금은 분자 수준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지만 ‘왜’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답할 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공감각은 여전히 젊은 과학이다. 한 가지 사실이 명확해지면 열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이것이 과학의 본성이기도 하다.

## 공감각 연구가 왜 중요한가?

과학에서 법칙이란, 자연이 예외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 것이다. 공감각이 단순한 호기심거리가 아닌 이유이다. 오늘날 공감각 과학은 DNA를 다루는 분자 수준에서부터 영유아의 초기 인지, 뇌 영상, 예술성과 창의성을 포함하는 생물체 전체의 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을 포괄한다. 공감각 이면의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오랫동안 인간을 당혹하게 만들었던 정신적, 인지적, 신체적, 정서적 능력과 관련된 여러 재능과 질환을 해명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뇌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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