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래. 그리고 같이 자려고 안달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하거든.




2.

난 고등학교가 싫어. 구내식당을 ‘영양센터’라고 부르더라. 참 괴상하지 않니?




3.

복도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애들을 보면,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될 수 있는지 골똘히 생각해. 학교에서 댄스파티가 있을 땐, 뒷자리에 앉아 발가락 장단이나 맞추며 ‘자신들만의 노래’에 맞춰 춤추는 커플이 몇 쌍이나 되는지 따져보고 있어. 간혹 여자애들이 남자친구의 재킷을 입고 다니는 걸 보면서는 소유물의 개념에 대해 생각했고 모두들 정말 행복한 건지 상상해봤어. 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원해. 진심으로 모두들 행복했으면 좋겠어.




4.

“찰리, 언제나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니?”

“그러면 나쁜 건가요?”

난 누군가가 진실을 말해주길 원했어.

“뭐, 꼭 그렇지는 않지만 가끔 현실에 참여하지 않기 위해 생각 속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렇게 하는 게 나쁜 건가요?”

“그럼, 물론이지.”




5.

평상시에 나는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다녀.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무슨 뜻이냐 하면, 할아버지께서 ‘옛날에’ 학교까지 걸어다녔다고 하셨는데, 나도 이 다음에 할아버지처럼 자식들한테 걸어다녔다고 말해주고 싶거든. 데이트도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으면서 자식들에게 해줄 말까지 생각하고 있는 게 어울리진 않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6.

그건 마치 사진기로 샘을 찍고 나서 사진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거야. 사진이 아름다운 이유를 자신이 잘 찍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중략)..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면서 그 여자의 진짜 모습보다 자신이 바라보는 방법 때문에 더 아름답게 보인다고 생각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아.




7.

그 사진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보통 옛날 사진들은 소박하고 생기 넘쳐 보이잖아. 그리고 사진 속의 인물들은 언제나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 보이거든.




8.

운동장에서 방금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선수에 대해 생각해보는 거야. 바로 그 순간이 그 선수에게는 영광스런 시간일 거야. 그리고 터치다운을 하는 그 순간이 언젠가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겠지. 터치다운을 했거나 홈런을 친 그들은 모두 언젠가는 어떤 아이의 아빠가 될 거니까.

아이들은 그때의 사진들을 보면서 아빠가 예전에는 더 풋풋하고 잘생겼고 또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인다고 생각하게 되겠지.

이 다음에 잊지 않고 기억해두었다가, 내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오래된 사진 속의 나만큼 행복해 보인다고 말해주고 싶어.




9.

난 친척들과 재미있게 지내고 있거든.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 재미있는 이유가 몇 가지 있어. 첫 번째 이유는 서로 사랑하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는 게 무척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는 거야. 두 번째는 다투는 내용이 언제나 똑같다는 점이야.




10.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생각하는 건 그 사람을 알게 되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




11.

그곳에서 옛날 사진들을 보면서 사진 속의 모습이 추억이 아니던 때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누군가 저 사진들을 찍었을 것이고, 사진 속의 사람들은 그때 실제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겠지.




12.

난 절대로 헬렌 이모에게 작별 인사 같은 건 하지 않았어.




13.

너도 나처럼 천년 동안 잠들고 싶은 때가 있는지 모르겠다.




14.

글을 쓰면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15.

샘은 텔레비전을 비난했고 패트릭은 정부를 비난했어. 크레이그는 방송사를 비난했고 밥은 화장실에 갔어.




16.

그래서 그렇게 했지만 여전히 주인공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그래서 누나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어. ‘고머 파일 쇼’가 방영 중이었고 누나는 차분하게 분위기에 빠져 있었어. 누나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혼자 있고 싶다고 했어. 그래서 잠깐 그 쇼를 지켜봤지만 오히려 그 책보다 더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수학 숙제나 하기로 마음먹었어. 하지만 그것 또한 잘못 선택한 거였어. 지금까지 수학을 제대로 이해해본 적이 없었거든.

하루종일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야.

그래서 엄마를 도와드리려고 부엌엘 갔지만 찜냄비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아빠가 오실 때까지 방에서 가서 책이나 읽으라는 소리를 들었어. 하지만 책 때문에 이 모든 뒤죽박죽이 시작된 거였잖아. 다행히 책을 다시 읽기 전에 아빠가 오셨지만 하키 게임을 봐야 한다면서 ‘원숭이처럼 어깨에 매달리지 말라’고 하셨어. 잠깐 동안 아빠와 함께 하키 게임을 보면서 선수들의 출신 국가를 계속 물어봤어. 아빠는 화면에 눈동자를 고정시키고 있었는데, 그건 아빠가 졸고 있기는 하지만 채널은 돌리지 말라는 뜻이야. 아빠가 누나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라고 말씀하셔서 그렇게 했어. 하지만 누나는 부엌에 가서 엄마나 도와주라고 해서 그렇게 했지만 엄마는 다시 방에 가서 책이나 읽으라고 하셨어. 그래서 그렇게 했어.




17.

하지만 메리 엘리자베스는 뭔가 특별한 것을 느꼈대. 그 애는 줄곧 ‘명쾌한’ 영화였다고 했어. 너무나 ‘명쾌하다’는 거야. 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 영화가 매우 ‘명쾌하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게 문제야.




18.

사실 진심으로 미안해 하고 있어. 내 말을 믿어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 해도 아무 차이는 없겠지.




19.

“난 너를 위해 죽을 수는 있지만 너를 위해 살진 않을 거야.”

그 말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이고, 그 후에는 타인들과 인생을 공유하기 위해 선택해야 한다는 뜻인 것 같아.




20.

“찰리,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난 그런 걸 느낄 수 없어. 듣기엔 참 좋은 이야기지만 나는 가끔 네가 내 옆에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거든. 네가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또 누군가에게 기댈 어깨가 돼준다는 건 훌륭한 일이야. 하지만 기댈 어깨가 필요한 게 아니라 어깨를 둘러줄 팔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할 건데? 구석에 가만히 앉아 너의 인생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앞세우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돼. 그렇게 해선 안 된다구. 너도 어떤 행동을 해야 해.”




21.

샘이 이야기를 다 마치고 났을 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생각만 하는 것도 아니고, 크게 말하는 것도 아닌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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