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다가 내 말 좀 들어봐. 이 직장 여성아. 만일 네가 결혼을 하게 되면, 남편에게 아무것도 말해서는 안 돼. 듣고 있어?"
"어째서?"
메리 제인이 물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러라고 하니까. 그게 이유야. 남편들이란 모름지기 자기 아내는 다른 남자가 다가올 때마다 구역질을 하면서 한평생을 보낸다고 생각하고 싶어하지. 농담이 아니야. 아, 얘기할 수도 있어. 하지만 절대 정직해서는 안 돼. 곧이 곧대로 말하지는 말란 말이야. 남편에게 전에 어떤 잘생긴 남자를 만났다고 말을 하려면, 동시에 그 남자는 좀 지나치게 잘 생겼다고 말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만약 네가 재치있는 남자를 만났다고 말하려면, 그 남자는 약간 교만하거나 교활한 남자였다고 말해야 하는 거고.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네 남편은 기회 있을 때마다 그 가엾은 남자 일로 네 골치를 썩일 테니까"
2.
"우리 대학 일학년 때 기억나? 난 보이시에서 산 그 갈색과 노란색이 섞인 옷을 입고 있었지. 그런데 미리엄 볼이 뉴욕에서는 아무도 그런 옷을 입지 않는다고 말해서 내가 밤새도록 울었잖아."
엘로이즈는 메리 제인의 팔을 흔들었다.
"난 멋있는 여자였어, 안 그래?"
그녀가 애원했다.
-이상 '코네티컷의 비칠비칠 아저씨' 중..
3.
그녀는 두 손을 테이블 위 더 앞쪽, 그러니까 더 멀리 놓았고, 나는 그녀가 차고 있던 알이 엄청 큰 손목시계로 뭔가 해보고 싶어했던 것-그녀에게 그것을 허리에 차보는 건 어떨까 하고 제안한다든가-이 기억난다.
4.
"눈동자가 아주 선명한 초록색이구나. 그렇지 않니, 찰스?"
찰스는 그런 질문에는 이런 표정이 마땅하다는 듯 물고기 같은 시선을 보이더니, 의자에서 몸을 아래로 꿈틀꿈틀 움직였다. 그러다가 급기야 몸뚱이 전체를 테이블 아래에 집어넣고서 레슬링 선수의 브리지 같은 자세로 머리만 의자 바닥에 남겨놓았다.
"내 눈은 오렌지 색이에요"
5.
"아버지는 내가 유머 감각이라곤 전혀 없다고 말했죠. 그게 없어서 인생을 마주할 채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구요."
그녀를 지켜보면서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진짜 절박한 상황에서 유머 감각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아버지는 소용이 있다고 말했어요"
그것은 반박의 말이 아니라 신념의 말이었다.
-이상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리고 비참함으로' 중..
6.
"...(중략)...내 말은 그녀가 근본적으로는 아주 좋은 애라는 거에요. 그리고 만일 우리가 우리 자신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면....그 일에 한번 덤벼들어보지 않는다면, 우리가 빌어먹을 바보겠죠...(중략).."
-이상 '예쁜 입과 초록빛 나의 눈동자' 중..
7.
행복과 즐거움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행복은 고체이고 즐거움은 액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은 언제나 너무 늦게 선명해진다. 나의 즐거움은 다음날 아침 일찌감치 그릇에서 새나가기 시작했는데..(중략)
8.
나는 근와 함께 수도원 정원 중에서도 저 멀리 초록이 우거진 구역으로 걸어가, 갑자기 어떤 죄의식도 없이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는 나를 보았다. 그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가 너무 황홀해서, 마침내 나는 그것을 놓아 버리고 잠에 빠져버렸다.
9.
거기서 나는 뉴욕의 미술학교가 다시 문을 열 때까지 육 주인가 팔 주인가를 보내면서, 여름에 활동하는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반바지를 입은 미국 여자라는 사실을 음미했다.
-이상 '드 도미에 스미스의 청색시대' 중..
10.
"난 부모님이 살아 계시는 동안 즐겁게 지내시길 바라요. 왜냐하면 우리 부모님은 인생을 즐기고 싶어하니까요...하지만 그들은 나와 부퍼-내 동생이죠-를 그런 식으로 사랑하질 않아요. 내 말은 그들은 우리를 그저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가 없는 것 같다는 거예요. 그들은 우리를 조금씩 지속적으로 바꿀 수 없는한 우리를 사랑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들은 우리를 사랑하는 만큼 우리를 사랑해야 할 몇 가지 이유를 사랑해요. 대부분은 더 그렇죠. 그런 방식은 좋지 않아요."
-이상 '테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