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엇보다도 환자들은 의사의 말을 무조건 믿는 버릇이 있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지만, 의사가 환자에게 당신은 죽을 거라고 말하면,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도 마치 죽는 게 의무라도 되는 것처럼 죽는 환자가 많다.

 

2.

그녀는 입을 열기 전에 머뭇거렸고, 그 순간이 지나가자 입을 열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3.

칼을 직접 잡는 것은 자신의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절개하는 일은 고용인에게 시키고 자기는 해설만 하는 일부 해부학 교수들의 관행은, 내가 보기에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4.

"내 말을 알아듣겠소?"

"그럼요, 왜 못알아듣겠어요?"

"피가 온몸을 돈다는 말에는 분명 놀랐을 텐데?"

"그 말을 듣고 놀랄 사람은 의사들밖에 없을걸요. 그건 농부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에요."

"그게 무슨 소리지?"

"돼지를 잡을 때, 피를 빼내려면 목에 있는 굵은 혈관을 잘라요...(중략)..그건 너무나 뻔하잖아요?"

나는 눈을 껌벅이며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의술을 업으로 삼는 의사들이 이 놀라운 발견을 하는 데 무려 이천 년이나 걸렸는데, 이 처녀는 그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5.

그는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보여주는 본보기다. 너무 많은 지식은 정신의 균형을 깨뜨린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머릿속에 지식을 쑤셔넣느라 너무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식이 들어갈 여지가 별로 남지 않는다.

 

6.

(중략)..나 자신과도 사이좋게 지낼 수 없었다.

 

7.

법률에 문외한인 그는 법률이 정의와 관계가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법학을 공부하기 전에는 그랬다.

 

8.

유럽 대륙의 상류층 사람들이 우아하다고 말하는 거라면 뭐든지 열광적으로 추종하는 이런 태도는 참으로 꼴사납다.

 

9.

감정은 덧없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휘둘리는 것은 한심한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후세에 교훈을 주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다.

 

10.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고 싶지 않다. 그건 굳이 점을 치지 않아도 대충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분수에 맞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때가 되면 죽을 것이다. 그게 내일이 될지 삼십 년 뒤가 될지는 신의 뜻이다.

 

11.

누가 쓴 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거짓말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도시에서는 살 수 없노라"고 말한 걸 보면, 그 시인은 꽤나 현명하고 분별 있는 사람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건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정직한 시골 사람은 도시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 도시에서는 표리부동함이 소중한 덕목으로 간주되고, 솔직함은 경멸당하며, 모든 사람이 제 잇속만 차리기에 바쁘고, 관용은 비웃음만 살 뿐이다.

 

12.

"(중략)..사실 말이지만, 지금은 미덕이 외로운 시대예요."

 

13.

나는 정의를 원했지만, 정의 따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운동은 힘의 충돌이라고 설로는 말했다.

 

 

 

 

14.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대화를 나눌까. 남들은 이것을 아주 쉬운 일로 여기는 듯한데, 어찌된 셈인지 나는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15.

"그게 어떻게 그분의 뜻일 수 있죠? 한쪽 사람들이 다른쪽 사람들에게 종속되는 걸 어떻게 하느님이 바랄 수가 있죠? 한쪽 사람들은 궁전에서 살고 다른쪽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죽는 게 하느님의 뜻인가요? 한쪽 사람들은 지배하고 다른쪽 사람들은 복종하는 게 하느님의 뜻인가요? 어떻게 하느님이 그런 걸 바랄 수 있어요?"

..(중략)..

"하느님은 그걸 바라고 계신 게 분명해요. 그렇다면 하느님은 나의 하느님이 아니에요."

 

16.

하지만 한 사람이 평생을 다 바쳐도 그 거대한 바다 속에 들어 있는 경이의 한 조각조차도 밝혀낼 수 없다는 것을 내내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알고 싶은 욕망을 부여받고도, 제대로 아는 데 필요한 시간을 부여받지 못하는 것은 잔인한 노릇이다.

 

17.

그들은 쉬지 않고 올라가지 않으면 결국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18.

나는 내 우울한 기분이 남에게 언짢은 기분을 안겨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면 도대체 왜 그렇게 괴로워하느냐고 꼬치꼬치 물어볼 것 같아서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피했다.

 

19.

은밀하게 행해지는 고문은 고문을 가하는 자에게는 더욱 달콤하고, 당하는 자에게는 더욱 격렬하기 때문이다.

 

20.

양심의 경고에 줄곧 귀를 기울이지만, 그 경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21.

나는 겨우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고, 나보다 용감한 사람들은 비웃을지 모르나, 그것은 내 평생 가장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22.

나는 너무나 이기적이어서 그녀를 위로해줄 기회마저 박탈당한 내 슬픔밖에는 생각지 못했다.

 

23.

"어느 누구도 자신의 길이 가장 좋고 유일한 길이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오직 무지에서 나온 말이니까요."

 

24.

주님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이에 거지나 불구자, 어린이, 미치광이, 범죄자나 여자로 태어나, 우리가 지은 죄를 속죄하기 위해 우리에게 모멸당하고 무시당하고 살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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