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예술은 그런 정열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이윤기)

 


하자는 대로 하고 쓰라는 대로 썼다. 그래야 글쓰는 판이 살아날 것 같아서 그랬다. 이름 나고 싶어서 한 짓이 아니다. 정말 판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랬다. 누군가가 그렇게 판을 살려야 하지 않겠니?(이윤기)

 

-이윤기&이다희 '춘아, 춘아, 옥단 춘아 네 아버지 어디갔니?' 중.

 

 

 

2.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저는 죽음도 도시 속에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도시 한가운데 화장터도 묘지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밭 한가운데 무덤이 있고 거기 풀이 자라고 꽃도 피고 하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대도시 한가운데에도 죽음이 있어서 죽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최승호)

 

-최재천&최승호 '태양의 아이들 진흙소를 타고 개미 제국에 가다.' 중.

 

 

 

3.
다만 제가 대학 다니며 싫었던 것은 미국, 프랑스, 독일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돌아와 거드름 피우는 거였어요. 누가 <예일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그러면 저는 <그게 어떻다는 거냐? 그래서 당신이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이 뭐냐?>, <그 이론이 미국에선 맞을지 모르지만 그게 여기서도 맞을까?>그렇게 반박했지요.(탁석산)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는데 문을 들어갈 때마다 수위들한테 잡혔죠. 교수처럼 보이지 않았던 거죠. 그러던 어느 날 저하고 친한 교수 한 분이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것이 교수 품위에 문제가 있다 하시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내가 잘못 왔구나, 내가 있을 곳이 아닌데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에 서울대에 오는 것을 계속 거부하다 왔거든요...(중략)...하지만 차를 산 걸로 또 문제가 됐죠. 왜 엑셀을 샀냐고. 차만 사면되지 않나 생각했는데 차종 가지고 품위 운운하니 참 적응 안 되더라고요.(최창조)

 


제가 북한에 갔을 때 풍수를 한다고 했더니 <풍수라니 무슨 소리냐, 우리 공화국에서는 풍수를 봉건 도배들의 터 잡기 땅 놀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하면서 사석에서도 연설조로 얘기를 했어요. 교과서에 그렇게 실려 있대요. 우리 쪽으로 보면 석사 학위 소지자인, 현장의 젊은 안내원들한테 물어봐도 똑같아요. 어디가나 <풍수>하면 봉건 도배들의 터 잡기 땅 놀음이라고 한참 떠들고난 후에 끝에 가서 <그래 할아버지는 살아 계시냐> 물어보면, <돌아가셨습니다.>, <좋은 데 모셨냐> 그러니까 <명당에 차려 모셨습니다.>이러죠. (웃음) 남쪽 사람들하고 똑같아요.(최창조)

 

-최창조&탁석산 '사람은 땅을 닮고, 땅은 사람을 닮는다.' 중.

 

 

 

4.
IMF 당시에 이런 일도 있었어. 회사 근처에 있는 주유소에 갔었어요. 내가 그 당시에 BMW 탔었거든. 기름 넣으러 갔는데 거기서 써 붙인 것이 있었어. <외제차에는 주유를 거부한다.> 그 정도로 외제시피가 심했었다고. 그래서 내가 거기다 물어봤어요. <당신이 지금 장사하는 기름은 국산이요, 외국산이요?> 우리나라에서 외화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것이 석유잖아. 한국 사람들 보면 상당한 착각 속에서 사는 경우가 많아. 양말 한 켤레라도 단순하게 국산이다 아니다 얘기할 수 없을 만큼 생산과정이 아주 복잡해졌다고.(윤윤수)

 

-최인호&윤윤수 '정승처럼 벌어야 청승처럼 쓸 수 있다.' 중.

 

 

 

5.
사실, 한국 사람들이 원래는 상당히 체면도 중요시하고 부끄러워할 줄도 아는 사람들이었는데, 박 대통령 이후 개발 사회로 접어들면서 너무 뻔뻔스러워졌어요. 부끄러움이 없는 시대로 치달았거든요. 그게 어느 정도까지 왔냐 하면, 그전에는 그래도 정신적으로 삶을 윤택하고 보람 있게 하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간데없고 허구한 날 생산, 효율, 경쟁력, 대통령에서부터 어린 학생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싸워 이기는 것, 돈 버는 얘기만 해요. 이거 좀 부끄러운 짓 아닌가요? 그러고도 부끄러운 줄 몰라요. 가난한 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벌이만 하고 고단해 쓰러져 자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해요...(중략)...문학은 즐거움을 누리는 방법 중의 하나 아닌가요? 인생을 향유할 줄 아는 것. 그런데 향유하는 시간을 전부 노동과 돈벌이에 바치라는 게 지금의 현실이에요. 그 결과 오늘날 교육 파괴 현상은 절정에 달했죠.

게다가 현재 이 나라 대학은 대학이 아니라 직업훈련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대학 도서관은 학생들이 자기 책 가지고 와서 공부하는 <독서실>-이름이 매우 아이러니컬하죠. <독서실>이란 말처럼 진짜 <독서>와 거리가 먼 단어는 없을 겁니다. 즉 고시나 취직 시험 준비를 위해서 고생하는 방, 진짜 독서로부터 영원히 이별하는 방이란 뜻이죠-이 대부분입니다.(김화영)

 


그런데 우리네 작가는 남들 하는 건 다 하면서 막 뽑아내요. 노벨 문학상 받은 사람 중에서 작품 수가 많은 사람 그리 많지 않아요. 알베르 카뮈는 소설 네 권 썼어요. 질이 문제죠. 이 분야는 요행이란 없어요. 피를 말려야 돼요. 그런데 그걸 요구하기가 인간으로서는 좀 과하지. 어떻게 사람한테 그런 걸 요구합니까. 그런데 문학은 그래요.(김화영)

 


그러자 이번에는 다시, 내가 스무 살 때 문학을 어떻게 시작했던가, 왜 했던가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때 내가, 지금처럼 좋은 집에 푼돈 헤아리며 꼴같잖은 이름에 기대, 사람들 알아보니까 히히덕 거리면서 악수나 하고, 그거 즐기자고 문학을 했던가? 하지만 그건 아니었지요. 분명히.(이문열)

 


보통 게으른 독자가 좋아하는 작가는 안도감을 주는 작가죠. 내가 아는 걸 다시 멋있게 말해 주는 사람.(김화영)

 


그래도 길을 좀 돌고 실수도 많이 하고 하겠지마는, 지금 우리로서는 할리우드를 따라가는 게 적어도 효율적인 길이 아니겠는가. <강원도의 힘>은 그야말로 낯설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지, 그런 유사한 게 또 나오면 특수한 관객 말고는 그리 많이 들지 않을 것이다. 라고.(이문열)

 


그 대목이 이문열 선생의 보수성인데. (웃음) 그건 뭐 스스로 만든 감옥이 아닐지. 난 그렇게 봐요. 그 감옥을 내가 반드시 비판적으로만 보는 건 아니에요. 이문열 같은 작가가 있어야 후배들이 쳐부술 수도 있지.(김화영)

 


얼마나 과외를 많이 받아 암기의 선수가 되었는지, 그냥 지혜도 아니고 <10가지> 혹은 <101가지>하는 식으로 번호까지 붙은 지혜를 공급하는 거야. 젠장맞을.(김화영)

 

-김화영&이문열 '90점이 아닌 70점짜리 문학은 가라' 중.

 

 

 

6.
음악이나 문학이나 할 것 없이, 다들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는 생각은 하지 않죠. 넓은 곳, 넓은 문으로 들어가면 편할 것을, 굳이 좁은 문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이겠지요.(이강숙)

 

-이강숙&김병종 '예술은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다.' 중.

 

 

 

7.
꽃이나 나무를 노래하는 서정시에 빠져 있다는 것은 현실 도피이기도 하고 시대 착오라고도 생각합니다.(이승훈)

 

-김춘수&이승훈 '한국 현대시, 트레이닝이 덜 되었다.' 중.

 

 

 

8.
근데 사실 어떤 개인의 가장 구체적인 경험이야말로 정말 보편적인 거 아닙니까?(함인희)

 


이 사회에서는 아줌마들이 누릴 수 있는 권력이라고는 이 <기생적인 엄마>라는 역할밖에 없어요.(함인희)

 


맞는 말씀이에요. 아줌마들이 자신의 권력을 당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이 바로 만만한 자식들이잖아요. 그리고 아줌마들이 재미를 붙일 수 있는 게, 자기 소유는 아니더라도 집을 늘린다든가 돈을 불린다든가 하는 것뿐이죠. 이런 건 아줌마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아줌마들이 처한 상황 때문이에요. 아줌마들한테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물으면 <시간도 없고 돈도 없다.>고 대답합니다. 30대쯤 되면 30평 아파트에 EF소나타를 타야 할 것 같은, 나름대로의 각본들이 있잖아요.(이숙경)

 


저는 요새 남성들을 만나면 이런 얘길 많이 해요. 제발 남성에 관한 기사를 써라, 내가 남성 잡지에다 남성 문제를 이렇다 저렇다 쓰면 웃기는 게 된다. 남성들은 원조 교제나 불륜에 눈을 돌리기 전에, 자신이 뭘 강탈당했는지 먼저 성찰할 필요가 있어요. 남성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매정해지고 감정을 통제해야 하죠. 그래서 남는 게 지금의 4,50대 얼굴들이잖아요.

그런 걸 누군가가 자꾸 얘기해줘야 돼요. 페미니스트가 말하면 안 들으니까.(이숙경)

 


여성이 <나 너 사랑해>라고 할 때의 그 사랑은 남성이 <나 너 사랑해>라고 할 때의 그것과 너무나 달라요. 예를 들어서 남성에게는, 어떤 감정을 공유하거나 뭔가 관계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얘를 위해서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것, 항상 문제 해결 지향적인 게 사랑인 거예요.(함인희)

 


선택할 때는 자기 기득권이든 뭐든 간에 그만큼의 희생이 따르는데 남성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잘 버리지 못하잖아요. 선택이라는 게 뭔가 절실함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기도 하고. 그 선택이 성공하면 삶이 더 진지해지면서 훨씬 재미있어요. 근데 어영부영 살면 불행도 어영부영해지고 행복도 어영부영해지면서 삶이 너무 재미없어지는 거고.(이숙경)

 


게다가 집단주의와 공동체는 굉장히 다른데 그걸 섞어서 쓰잖아요. 미풍양속이 어쩌고 하면서 집단주의를 강요하고 그걸 싫어하면 공동체 정신이 없다고 하죠.(이숙경)

 

-함인희&이숙경 '그래, 우리는 여성이다.' 중.

 

 

9.

학문이 실용성도 아니고, 환금성(換金性)으로 평가받는 것 같더라고요.(노동환)

 

-조유식&노동환 '헌책방 옆 인터넷 서점' 중.

 

 

 

10.
그리고 <산해경>에서는 반인반수의 모습이 결코 부정적 이미지로 그려져 있지 않아요. 농업을 발명한 신농씨도 소머리를 하고 있거든요. 그리스 신화에서는 반인반수가 대개 요물, 괴물이지요. 신들은 완전한 인간의 모습이지만. 그리스 신화가 후대에 인간 중심적으로 편집된 것이기 때문이죠.(정재서)

 

-정재서&김주환 '포켓몬스터와 <산해경>' 중.

 

 

 

11.
그런 구체적인 선택의 문제들에 당면해서는-단순히 영혼의 구원이 아니라 삶의 구원을 종교가 찾아야 한다면-이 세상의 구조적인 모순들을 고치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거든요. 기독교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죄로 인한 어떤 큰 모순적인 틀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데, 하나님이 우리를 이 땅에 보낼 때는 그런 것들을 개선해서 잘 살라고 보냈어요. 그러니 그런 방해 거리들은 없애야 합니다...(중략)...역사가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고 믿으면서,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자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독재 정권이나 우리나라 근대 사회의 엄청난 억압과 모순을 없애기 위해 뛰어들 수 있게 한다는 것은 기독교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제 눈으로는 못 볼지라도, 진리가 이기리라는 믿음으로 나를 희생하고 정의와 진리를 위해 싸울 수 있게 되더군요.(양명수)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네 형제들>에는 <조시마>란 수사가 등장합니다. 그가 한 말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도 누구를 심판할 수 없다. 내가 오늘을 정직하게 살았다면 그 사람이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수사의 주장인즉,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나에게도 책임이 있고, 다른 어떤 사람의 과오 역시 나에게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양명수)

 


우리는 일본인들을 몰아내는 것이 독립 운동이었지만 간디는 영국인들과 같이 살자고 했죠. 영국인들이 굳이 떠날 것 없다, 같이 살되 영국인의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되듯이, 인도인들의 인권도 인정하고 존중해 달라고 했습니다. 인도의 국권을 영국의 국권과 똑같이 인정하자는 거지요. 이것이 독립이죠.(도법 스님)

 


불교에서도 그런 논리가 있어요. 앞으로 몇 년 후에는 미륵 세상이 와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거지요. 저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삶은 늘 현재의 문제일 뿐이에요. 미래에 문제가 해결된다니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지금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내일도 해결되지 않습니다.(도법 스님)

 

-양명수&도법스님 '더 멀리 더 깊이 바라보면 보이는 것들에 대하여' 중.

 

 

 

12.
사람이 받는 영향이라는 것은 자기가 필요한 것을 받는 거지, 바른 이해나, 영향 자체의 좋고 나쁘고 한 것과는 별 관계가 없는 일이지요...(중략)...<파우스트>에 나오는 구절에 <무엇을 찾아 노력하는 사람은 방황하게 마련이고, 방황하는 사람은 결국 잘못을 저질러도 구원된다.>, 대충 이런 것이 나오는데 그 구절이 힘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스스로 강하게 느끼는 것을 계속해서 추구해 나가면, 설사 거기에서 잘못된 것이 있더라도, 계속 추구하여 노력하는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이 인생을 생각하는 데에 일종의 해방감을 줬다는 느낌이 들어요.(김우창)

 

-김우창&김상환 '오렌지 주스에 대한 명상' 중.

 

 

 

13.
대학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대학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죠.(강유원)

 


제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학교에 있으면서 석사나 박사를 굉장히 많이 배출했습니다. 그런데 교수가 될 수 있고, 되고도 남을 만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도 강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둥, 영어로 훈련이 안 되었다는 둥 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있지만, 대개가 학문 외적인 이유들이죠.(최장집)

 


그러니까 제가 보기에는, 1960년대 이전에 서양식 합리화는 지금보다 덜 진전됐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도리지학(道理之學)이라는 것은 있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런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는 무너진 상태에서 어중간하고 아주 비천한 실용주의만 남았죠.(강유원)

 


사실 서구적인 것들이 들어와서 그전의 것들을 대신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규범의 부재 상태에 이른 것 같습니다. 인간 관계를 규율하고, 사회 질서를 구성하는 토대가 없어진 것 같아요. 민주주의를 떠받드는 기본적인 사회 규범은 자유주의죠.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정치 제도인 민주주의를 떠받드는 것이 서양의 자유주의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유교 사상도 아닙니다.(최장집)

 


김용옥 선생님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말입니다만, 저는 그분의 작업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더군요. 동양학이나 고전을 현대적인 언어로 풀이해 주는 작업인데, 그런 기회가 아니면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노자를 보고, 논어를 읽겠습니까. 문제는 그런 관심 속에서 진짜 학자들이 내용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죠. 김용옥 선생님에 대해 여러 비판도 많다지만 이제 남은 일은 그분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학계가 그런 작업을 심화시켜 나가는 것이죠.(최장집)

 

-최장집&강유원 '그래도 이성은 진흙 속의 연꽃이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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