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사랑은 동그라미처럼 시작도 끝도 없다 -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 어머니편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잭 캔필드 외 지음, 김원영 옮김 / 이레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그동안 101가지 이야기 시리즈로 출판된 책의 하나인데요, 첫편인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 후속작들이 쏟아져나왔죠. 여성편, 직장인 편, 환자들 편들이 그것들이죠, 오늘 소개해드리는 '어머니의 사랑은 동그라미처럼 시작도 끋도 없다'는 바로 어머니를 주제로 한 글모음집입니다.
    어머니... 이 단어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자리한 가장 근원적인 언어죠. 고향을 떠나온 사람이 오랜 고독 속에서 그리워하는 대상이며 전장터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애타게 찾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신의 이름보다 더 절실해서 습관적으로 구하는 이름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가슴 속에 자리한 어머니의 모습은 밤하늘의 별처럼 천차만별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다양하죠. 나이 들어 임종을 눈 앞에 둔 어머니... 자식을 교육시키기 위해 몸이 불편한 남편의 병간호를 포기해가면서까지 생활전선에 나서야했던 가난한 어머니... 어린 자식을 잃어버린 어머니... 머리핀 한꾸러미를 자식으로부터 선물 받고 감격해하는 어머니... 남의 아이를  맡아 대신 어머니의 역할을 해주는 어머니...
    하지만 어머니는 이렇게 여러 모양을 하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어머니 마음은 어머니가 돼봐야 안다고 말하듯이 체험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다른 어머니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동시에 나의 어머니를 마음에 떠올리게 됩니다. 가난에 고생하시던 나의 어머니... 자식을 위해서 헌신하시던 나의 어머니... 새로운 가치관 속에서 당황해 하시는 나의 어머니... 이제 노년에 접어들어서 지나온 삶을 회상하시면서 왠지 허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시는 나의 어머니... 이런 식을로 말이죠.
    제 얘기를 잠시하면 저는 장소에 따라 읽는 책이 다릅니다. 차 안에서 읽는 책, 회사에서 읽는 책... 책상 위에서 읽는 책...  그리고 또 화장실에서 읽는 책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어머니의 사랑은 동그라미처럼 시작도 끝도 없다'는 책과 같은 선상의 101가지 이야기 시리즈 책은 주로 화장실에서 읽었습니다. 한 아이템이 짧아서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내용을 읽는 것도  효과가 반감되는 까닭도 그 이유였습니다. 이 책은 음식으로 비유하면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보다는 꼭꼭 씹어서 소화를 시키는 게 더 중요한 책입니다. 그리고 꼭꼭 씹어서 읽는다면 반드시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되는 책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우리 정서 속에서 형성된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얘기도 이렇게 풍부한 내용으로 엮어져 나왔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쟁을 겪으신 어머니... 자식의 교육을 위해서 일생을 헌신하신 어머니...  농사를 짓느나 손에 굵은 마디가 생기신 어머니... 그러다가 이제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새로운 윤리관과 가치관 속에서 당황해하시는 어머니... 이런 우리 어머니들의 얘기도 반드시 한 권의 책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야할 것 같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박한 삶의 철학 -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삶을 위한 인생 지침서
김승욱 / 바다출판사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원제는 Voluntary Simplicity입니다. 자발적인 소박함... 이런 뜻이 되겠는데요. 이런 책 제목처럼 소박함과 자발성이라는 두가지 개념이 주요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대단히 진지한 책인데요, 소박한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소박한 삶에 대한 개념 정의에서 시작해 구체적으로 소박하게 사는 사람들의 발언을 기록하고 있구요, 소박한 삶이 주는 즐거움, 그리고 소박한 삶이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차례로 밝히고 있습니다.
    소박한 삶의 개념을 저자가 이 책에 기록한 대로 인용해보겠습니다.
    '… 소박하게 사는 것은 우리가 지고 있는 짐을 벗고 더 가볍고 깨끗하게 사는 것이다. … 소박한 삶이란 삶과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쓸데없는 곳에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고 명료한 자세로 삶과 맞서는 것을 의미한다. … 그것은 삶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깨끗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겉치레, 소란스러움, 삶의 무거운 짐을 벗고 단순하게 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소박한 삶이 가난하게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또 물질적인 진보를 거부하는 것이라는 사람들의 생각도 소박한 삶에 대한 오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1991년 4월 8일자 타임지에 '소박한 삶(Simple Life)'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기사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 내용을 잠깐 인용해드리겠습니다.
     '조사대상 중 69%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싶다고 응답한 반면 "더 빠르고 자극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사람은 19%에 불과했다.'
     '61%의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너무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생을 즐길 시간이 없다"고 대답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89%의 사람들이 요즘 들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대답했다.'
    이런 결과를 보면 현대인의 마음 속에는 소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박한 삶은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서 이뤄지며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요청이라는 것이 저자의 의미심장한 지적입니다. 우리가 현 상태를 영속시킨다면 생태계의 파괴가 초래돼 지구공동체는 붕괴에 이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인과 가족과 지역사회, 국가 모두가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참여할 때에야만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미래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느림'이란 책을 쓴 밀란 쿤데라는 현대의 광적인 속도문명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고 있는데요, 이런 얘기를 했죠.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오직 눈 앞의 한 점 만을 응시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이죠. 저는 이 얘기를 조금 풀어서 이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 엄청난 속도에 제동을 걸면 세상은 서서히 점에서 면으로 변하게 되고 드디어는 입체의 모습으로 눈 앞에 나타나죠. 세상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죠. 이 책의 저자가 역설하는 '자발적인 소박한 삶'은 바로 이런 눈을 우리에게 허락해줄 것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는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 - 바위종다리의 한해살이
나이젤 힌튼 지음, 이성훈 옮김 / 이끌리오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바위종다리의 한해살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요, 이 부제처럼 암바위종다리의 한 해 동안의 삶을 소설로 구성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 해라는 시간은 암바위종다리에겐 곧 일생의 모든 경험을 하는 시간이죠.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암바위종다리입니다. 그리고 수컷 바위종다리가 등장하구요, 악역이 되는 조연급의 출연자는 뻐꾸기이구요, 암바위종다리가 사는 지역의 동네마을 사람들도 비중있는 조역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영국 켄트지역의 혹독한 겨울 추위로부터 시작됩니다. 어린 암바위종다리는 눈보라가 휘날리는 혹독한 겨울 추위 속에서 먹이를 찾는 처절한 생존 여행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새들의 겨울 먹이를 걱정해주는 인간들과 만나고 또 수컷 바위종다리를 만나서 사랑을 이루게 되죠. 그러나 사랑의 결실인 바위종다리의 푸른빛 도는 알은 무분별한 인간에 의해 둥지에서 떨어져 깨지고 들짐승의 먹이가 돼버립니다. 또 새로운 알을 낳아서 부화하는 새끼 바위종다리의 둥지에는 바위종다리를 숙주로 자신의 알을 부화(孵化)하는 암뻐꾸기 알이 끼어들어오죠. 바위종다리 부부는 이 이상한 아기새를 먹이기 위해서 노심초사합니다. 아기 바위종다리들이 성장할 무렵, 아빠 바위종다리는 자동차에 부딪혀 죽게되 암바위종다리는 혼자 남게 됩니다. 이 작품은 이렇게 바위종다리의 한 해 삶을 세밀하게 그립니다.
    이 작품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마지막 장에 악역 조연으로 등장한 뻐꾸기가 연출합니다. 뻐구기는 해마다 9월이면 유럽 대류을 떠나 지중해를 건너 아프리카 대륙으로 가는 긴 비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이 비행은 엄숙하기까지 합니다. 책에 나온 대목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암뻐꾸기가 낳은 여덟 마리의 새끼들은 비행 기술을 완전히 습득하고 가능한 한 많은 먹이를 섭취해 체력을 축적할 것이다. 그리하여 본능적인 방향 감각에 의존하면서 제 어미가, 그리고 자신의 오랜 선조들이 택했던 향로를 따라가는 여정에 오를 것이다. 그 가운데 다섯 마리는 여행 도중 죽게될 것이다. 두 마리는 총에 맞고 한 마리를 지중해를 건널 때 탈진해 물에 빠져 죽고, 하나는 살충제를 맞은 벌레를 먹고 죽고, 마지막  놈은 사막의 열기와 추위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살아남을 세 놈 가운데는 바위종다리가 키워졌던 암뻐꾸기도 있을 것이다. 그 암뻐꾸기는 오천 킬로 미터를 날아, 제 어미가 살던 곳을 찾아와 보금자리를 틀고 무럭무럭 잘 자라나서 제 어미를 대신할 것이다…'
     마치 웅장한 관현악곡의 엄숙한 선율이 들리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많이 무엇을 이뤄보려는 노력에만 집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나오는 동물들의 삶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생육 번성하기 위해 전적으로 바쳐지죠. 그 노력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이렇게 자연의 법칙에 최대한 순종하려는 동물들의 노력이야말로 요즘 인간이 잃어버리고 사는 아주 중요한 그 무엇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족처럼 한마디 덧붙이면 이 책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새들의 이름에 전혀 무지한 저 자신을 보면서 매우 부끄러웠다는 사실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손수 우리 집 짓는 이야기 - 어느 중늙은이 신부의 집짓기
정호경 지음 / 현암사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경상북도 봉화에 사는 올해 쉰 아홉 되신 정호경 신부님이 쓰신 글인데요. 우리 삶의 세 축을 이루는 의식주 중에서 주..그러니까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정리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 서문에 실린 저자의 얘기를 먼저 인용해보겠습니다.
   '... 이 땅에 '집다운 우리 집은 있는가? 눈을 씻고 봐도 내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개성도 없고 겨레의 뿌리도 없는 숨통 조이는 집들을 너무 오랜 세월 지어왔고 지금도 무더기로 짓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집이 살림집인가.. 죽임집인가.. 나는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살림집인가 죽임집인가...' 하는 저자의 발언은 사실 우리가 그동안 잊고 지내온 중요한 문제를 되살려 내는 질문입니다. 이런 그에게 아파트는 '공중감옥'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 현대인에게 집의 의미는 놀라울 정도로 왜곡돼 있습니다. 우선 주거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재산의 의미가 더 커져버렸고, 편의를 지나치게 배려한 나머지 집이 갖는 생명력은 크게 위축됐습니다.
    저자는 이런 경험을 얘기해줍니다. 어느날 담배를 지독하게 피워대는 사람들이 모여서 오랜동안 담배를 피우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놀랍게도 연기가 다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집이 나무와 흙과 창호지 등 숨쉬는 재료로 지은 전통집이었던 까닭에 연기를 부지런히 바깥으로 순환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전통집은 순환구조를 갖고 있는 살림집이었던 것이죠.
    이 책은 집의 각 요소에 대한 존재의미를 밝히고 집의 기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한 저자의 고민과 현실적인 대안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책의 구성을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우선 처음에는 저자가 왜 손수 우리 집을 지을 마음을 먹게 됐는가를 밝히고.. 이어서 자신의 생각하는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집의 철학을 얘기합니다. 그리고나선 설계에서부터 목재와 주춧돌 쌓기, 일간 헛간 만들기, 지붕과 빈자, 안벽쌓기, 수도 난방 방바닥 도배 문창짜기 뜰과 울타리 만들기 원두막 음식 저장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림을 곁들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을 보면서 따라가다보면 마음 속으로 아름다운 우리집 한 채가 솟아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흐믓한 마음으로 다 지어진 집을 둘러보면 어디 한군데 정이 안가는 곳이 없게 됩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집앞으로는 물이 흐르고 뒷편으로는 산이 병풍처럼 호위하고 있는 집.. 그리고 그안으로 들어가면 나무로 만든 온갖 가구와 생활용품들이 '이곳은 사람 사는 곳이요'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제 저자의 얘기를 한 대목 더 소개하면서 이 책의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신부란 짜인 틀 속에서 성당 일만 하는 것이 아니고 교육이나 복지에 투신할 수도 있고 도시 빈민이나 노동자 농민과 함께 살 수도 있습니다. 나는 입품만 팔다가 가는 삶이 두려웠고 하느님이 허락하신다면 흙에서 즐겁게 땀흘려 일하다가 가는 삶이 그리웠습니다' 저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말이었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빙점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56
미우라 아야코 지음, 최현 옮김 / 범우사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내용을 먼저 간략히 정리해드리면 이렇습니다.  
   쓰지구찌는 병원장으로 부인 나쓰에와 아들 도오루, 딸 루리꼬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로에게 연정을 품어오던 같은 병원의 안과의사인 무라이가 부인 나쓰에와 은밀한 만남을 갖는 시간에 딸 루리꼬가 괴한에게 살해를 당합니다. 이 둘의 관계를 눈치챈 남편 쓰지구찌는 아내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딸을 살해한 범인의 딸을 아내를 속여서 양녀로 데려옵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아내 나쓰에는 양녀로 데려온 요오꼬를 정성을 다해 기릅니다. 그러나 비밀은 밝혀지고 아내는 분노에 떨며 그동안 영리하며 흠잡을 데 없던 요오꼬에대한 태도가 애정에서 미움으로 돌변합니다. 결국 양녀 요오꼬는 자신이 쓰지구찌의 딸 루리꼬를 죽인 살인자의 자식임을 알게되고 자살을 기도하면서 이 소설은 막을 내리는데요. 되늦게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요오꼬는 살인자의 자식이 아니라 아버지인 쓰지구찌와 같은 학교에 다니던 의과대학생의 사생아였던 것입니다.
   결국 요오꼬의 죽음은 사람들의 미움으로 빚어진 아무 죄 없는 한 순진무구한 생명의 죽음이었던 것이죠. 흠잡을 데 없는 어린 양 같았던 요오꼬는 결국 어른들 사이의 갈등과 미움으로 자신을 산 제물로 드리고 만 것입니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는 그 이상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요오꼬는 죽음을 결심하고 쓴 유서의 한 부분입니다.
   '... 지금까지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어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나는 옳다는 생각에 의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살인범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에 와서는 의지하고 설 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실제로 저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죄는 짓지 않았어도 아버지가 살인을 했다면 저한테도 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저의 마음은 얼어붙었습니다. 저의 빙점은 '너는 죄인의 자식'이라는 데 있었습니다... 저는 이미 살아갈 힘을 잃었습니다. 얼어버린 것입니다...'
   요오꼬는 실제로 사람을 죽이지도 않았고 도덕적으로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오꼬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죄의 가능성'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이 '죄의 가능성'을 기독교적인 말로 표현하면 원죄(原罪)일 것입니다. 아무런 죄없이 살아온 요오꼬도 원죄로부터는 피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원죄로부터의 회복은 필연적으로 근본적인 용서를 요청하게 됩니다. 다시 요오꼬의 유서 내용입니다.
   ' ...저는 지금까지 남에게 용서를 빌 일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용서를 빌어야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저의 핏속을 흐르고 있는 죄를 참으로 용서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합니다.... 어쩐지 저는 이제껏 이토록 순순히 겸허한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은 요오꼬의 죽음을 계기로 사람들 사이에 맺힌 미움이 서서히 풀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요오꼬의 죽음으로 비롯된 화해의 사건인 것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빈 공간, 영혼의 상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이 빈 공간, 상처의 자리가 곧 구원의 자리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피젤 2005-03-11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말까지 다 알려주심 어떡합니까...(왠지 맥이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