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우리 집 짓는 이야기 - 어느 중늙은이 신부의 집짓기
정호경 지음 / 현암사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경상북도 봉화에 사는 올해 쉰 아홉 되신 정호경 신부님이 쓰신 글인데요. 우리 삶의 세 축을 이루는 의식주 중에서 주..그러니까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정리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 서문에 실린 저자의 얘기를 먼저 인용해보겠습니다.
   '... 이 땅에 '집다운 우리 집은 있는가? 눈을 씻고 봐도 내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개성도 없고 겨레의 뿌리도 없는 숨통 조이는 집들을 너무 오랜 세월 지어왔고 지금도 무더기로 짓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집이 살림집인가.. 죽임집인가.. 나는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살림집인가 죽임집인가...' 하는 저자의 발언은 사실 우리가 그동안 잊고 지내온 중요한 문제를 되살려 내는 질문입니다. 이런 그에게 아파트는 '공중감옥'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 현대인에게 집의 의미는 놀라울 정도로 왜곡돼 있습니다. 우선 주거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재산의 의미가 더 커져버렸고, 편의를 지나치게 배려한 나머지 집이 갖는 생명력은 크게 위축됐습니다.
    저자는 이런 경험을 얘기해줍니다. 어느날 담배를 지독하게 피워대는 사람들이 모여서 오랜동안 담배를 피우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놀랍게도 연기가 다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집이 나무와 흙과 창호지 등 숨쉬는 재료로 지은 전통집이었던 까닭에 연기를 부지런히 바깥으로 순환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전통집은 순환구조를 갖고 있는 살림집이었던 것이죠.
    이 책은 집의 각 요소에 대한 존재의미를 밝히고 집의 기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한 저자의 고민과 현실적인 대안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책의 구성을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우선 처음에는 저자가 왜 손수 우리 집을 지을 마음을 먹게 됐는가를 밝히고.. 이어서 자신의 생각하는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집의 철학을 얘기합니다. 그리고나선 설계에서부터 목재와 주춧돌 쌓기, 일간 헛간 만들기, 지붕과 빈자, 안벽쌓기, 수도 난방 방바닥 도배 문창짜기 뜰과 울타리 만들기 원두막 음식 저장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림을 곁들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을 보면서 따라가다보면 마음 속으로 아름다운 우리집 한 채가 솟아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흐믓한 마음으로 다 지어진 집을 둘러보면 어디 한군데 정이 안가는 곳이 없게 됩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집앞으로는 물이 흐르고 뒷편으로는 산이 병풍처럼 호위하고 있는 집.. 그리고 그안으로 들어가면 나무로 만든 온갖 가구와 생활용품들이 '이곳은 사람 사는 곳이요'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제 저자의 얘기를 한 대목 더 소개하면서 이 책의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신부란 짜인 틀 속에서 성당 일만 하는 것이 아니고 교육이나 복지에 투신할 수도 있고 도시 빈민이나 노동자 농민과 함께 살 수도 있습니다. 나는 입품만 팔다가 가는 삶이 두려웠고 하느님이 허락하신다면 흙에서 즐겁게 땀흘려 일하다가 가는 삶이 그리웠습니다' 저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말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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