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점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56
미우라 아야코 지음, 최현 옮김 / 범우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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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내용을 먼저 간략히 정리해드리면 이렇습니다.  
   쓰지구찌는 병원장으로 부인 나쓰에와 아들 도오루, 딸 루리꼬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로에게 연정을 품어오던 같은 병원의 안과의사인 무라이가 부인 나쓰에와 은밀한 만남을 갖는 시간에 딸 루리꼬가 괴한에게 살해를 당합니다. 이 둘의 관계를 눈치챈 남편 쓰지구찌는 아내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딸을 살해한 범인의 딸을 아내를 속여서 양녀로 데려옵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아내 나쓰에는 양녀로 데려온 요오꼬를 정성을 다해 기릅니다. 그러나 비밀은 밝혀지고 아내는 분노에 떨며 그동안 영리하며 흠잡을 데 없던 요오꼬에대한 태도가 애정에서 미움으로 돌변합니다. 결국 양녀 요오꼬는 자신이 쓰지구찌의 딸 루리꼬를 죽인 살인자의 자식임을 알게되고 자살을 기도하면서 이 소설은 막을 내리는데요. 되늦게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요오꼬는 살인자의 자식이 아니라 아버지인 쓰지구찌와 같은 학교에 다니던 의과대학생의 사생아였던 것입니다.
   결국 요오꼬의 죽음은 사람들의 미움으로 빚어진 아무 죄 없는 한 순진무구한 생명의 죽음이었던 것이죠. 흠잡을 데 없는 어린 양 같았던 요오꼬는 결국 어른들 사이의 갈등과 미움으로 자신을 산 제물로 드리고 만 것입니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는 그 이상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요오꼬는 죽음을 결심하고 쓴 유서의 한 부분입니다.
   '... 지금까지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어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나는 옳다는 생각에 의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살인범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에 와서는 의지하고 설 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실제로 저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죄는 짓지 않았어도 아버지가 살인을 했다면 저한테도 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저의 마음은 얼어붙었습니다. 저의 빙점은 '너는 죄인의 자식'이라는 데 있었습니다... 저는 이미 살아갈 힘을 잃었습니다. 얼어버린 것입니다...'
   요오꼬는 실제로 사람을 죽이지도 않았고 도덕적으로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오꼬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죄의 가능성'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이 '죄의 가능성'을 기독교적인 말로 표현하면 원죄(原罪)일 것입니다. 아무런 죄없이 살아온 요오꼬도 원죄로부터는 피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원죄로부터의 회복은 필연적으로 근본적인 용서를 요청하게 됩니다. 다시 요오꼬의 유서 내용입니다.
   ' ...저는 지금까지 남에게 용서를 빌 일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용서를 빌어야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저의 핏속을 흐르고 있는 죄를 참으로 용서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합니다.... 어쩐지 저는 이제껏 이토록 순순히 겸허한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은 요오꼬의 죽음을 계기로 사람들 사이에 맺힌 미움이 서서히 풀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요오꼬의 죽음으로 비롯된 화해의 사건인 것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빈 공간, 영혼의 상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이 빈 공간, 상처의 자리가 곧 구원의 자리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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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젤 2005-03-11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말까지 다 알려주심 어떡합니까...(왠지 맥이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