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 - 바위종다리의 한해살이
나이젤 힌튼 지음, 이성훈 옮김 / 이끌리오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바위종다리의 한해살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요, 이 부제처럼 암바위종다리의 한 해 동안의 삶을 소설로 구성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 해라는 시간은 암바위종다리에겐 곧 일생의 모든 경험을 하는 시간이죠.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암바위종다리입니다. 그리고 수컷 바위종다리가 등장하구요, 악역이 되는 조연급의 출연자는 뻐꾸기이구요, 암바위종다리가 사는 지역의 동네마을 사람들도 비중있는 조역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영국 켄트지역의 혹독한 겨울 추위로부터 시작됩니다. 어린 암바위종다리는 눈보라가 휘날리는 혹독한 겨울 추위 속에서 먹이를 찾는 처절한 생존 여행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새들의 겨울 먹이를 걱정해주는 인간들과 만나고 또 수컷 바위종다리를 만나서 사랑을 이루게 되죠. 그러나 사랑의 결실인 바위종다리의 푸른빛 도는 알은 무분별한 인간에 의해 둥지에서 떨어져 깨지고 들짐승의 먹이가 돼버립니다. 또 새로운 알을 낳아서 부화하는 새끼 바위종다리의 둥지에는 바위종다리를 숙주로 자신의 알을 부화(孵化)하는 암뻐꾸기 알이 끼어들어오죠. 바위종다리 부부는 이 이상한 아기새를 먹이기 위해서 노심초사합니다. 아기 바위종다리들이 성장할 무렵, 아빠 바위종다리는 자동차에 부딪혀 죽게되 암바위종다리는 혼자 남게 됩니다. 이 작품은 이렇게 바위종다리의 한 해 삶을 세밀하게 그립니다.
    이 작품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마지막 장에 악역 조연으로 등장한 뻐꾸기가 연출합니다. 뻐구기는 해마다 9월이면 유럽 대류을 떠나 지중해를 건너 아프리카 대륙으로 가는 긴 비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이 비행은 엄숙하기까지 합니다. 책에 나온 대목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암뻐꾸기가 낳은 여덟 마리의 새끼들은 비행 기술을 완전히 습득하고 가능한 한 많은 먹이를 섭취해 체력을 축적할 것이다. 그리하여 본능적인 방향 감각에 의존하면서 제 어미가, 그리고 자신의 오랜 선조들이 택했던 향로를 따라가는 여정에 오를 것이다. 그 가운데 다섯 마리는 여행 도중 죽게될 것이다. 두 마리는 총에 맞고 한 마리를 지중해를 건널 때 탈진해 물에 빠져 죽고, 하나는 살충제를 맞은 벌레를 먹고 죽고, 마지막  놈은 사막의 열기와 추위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살아남을 세 놈 가운데는 바위종다리가 키워졌던 암뻐꾸기도 있을 것이다. 그 암뻐꾸기는 오천 킬로 미터를 날아, 제 어미가 살던 곳을 찾아와 보금자리를 틀고 무럭무럭 잘 자라나서 제 어미를 대신할 것이다…'
     마치 웅장한 관현악곡의 엄숙한 선율이 들리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많이 무엇을 이뤄보려는 노력에만 집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나오는 동물들의 삶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생육 번성하기 위해 전적으로 바쳐지죠. 그 노력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이렇게 자연의 법칙에 최대한 순종하려는 동물들의 노력이야말로 요즘 인간이 잃어버리고 사는 아주 중요한 그 무엇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족처럼 한마디 덧붙이면 이 책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새들의 이름에 전혀 무지한 저 자신을 보면서 매우 부끄러웠다는 사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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