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립운동 열전 2 - 잊힌 인물을 찾아서 ㅣ 독립운동 열전 2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9월
평점 :
일제강점기는 투쟁과 부역의
역사다. <독립운동 열전>의 저자 임경석은 아직
청산되지 못한 이 어두운 시절을 조망하고 있다. 주목해야할 것은 '잊힌
사건과 인물을 찾아서'라는 책의 부제처럼 독립운동에 헌신했음에도 이념 등의 이유로 주목 받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인물과 사건들을 재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의 말처럼 독립운동의 진정한 주역은
민족과 국가를 위한 진심을 보이고 이름 없이 사라져간 민중들이었다. 이들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힘은
민중에게 있으며, 이는 핍박과 분열, 갈등이 빚어낸 시대의
소음 속에서 일순간에 타오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독립운동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하나의
그림이 있다. 바로 윌리엄 터너의 명화 <전함 테메레르>다.
1805년 넬슨 제독이 이끄는 영국 해군은 나폴레옹의 유럽제패를 저지하고 자국을 수호하기 위해 트라팔가 해전에 임한다. 전장에서 테메레르는 위기에 처한 영국의 기함 빅토리호를 구하는 전적을 올린다.
이를 기반으로 한 트라팔가 해전의 승리는 19세기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만들었다. 윌리엄 터너의 그림에 표현된 테메레르는 찬란하게 빛났던 트라팔가에서의 모습이 아닌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구시대의 유물로 쇠락한 모습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빛낸 존재였지만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덩치 큰 범선은 그림 속에서 작은 증기선에 의해 예인되며 해체되기 전 마지막 항해를 하고 있다.
트라팔가 해전 승리후 런던에는 트라팔가 광장이 조성되었고, 광장 중앙에 승장
넬슨 제독의 동상이 세워졌다. 넬슨이 승선했던 빅토리호는 포츠머스 해군기지에 영구 보존되고 있다. 반면 테메레르호는 운수업자에게 넘겨져 해체되는 운명을 맞는다. 템즈
강가로 산책을 나간 터너는 이 위대한 선박의 마지막 항해를 그림으로 남겼다. 윌리엄 터너는 시대를 빛내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영웅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찬사를 보냈다. 모두가 기억하는 넬슨
제독, 빅토리호도 있었지만 우리에겐 테메레르도 있었다고… 그것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과거였고, 우리의 현재를 있게 한 또 하나의 영웅이라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존재에 대한 최대의 찬사는 이들을 오래도록 기억해주는 것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져간 이름 없는 민중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역사는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역사의 페이지에 그들의 몫도 있을까? 우리는 윌리엄 터너가 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그들을 기억해주어야 한다. 그들의 정신과 투쟁, 숭고한 희생은 <전함 테메레르>가 되기 충분하다. 그들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과거였고, 우리의 현재를 있게 한 또 하나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삶을 희생해가며 세상의 진보를 위해 고독한 걸음을 내디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