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세트 - 전10권 - 조정래 대하소설, 등단 50주년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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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2017 11 8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대통령 트럼프의 연설이 있었다. 연설의  내용은 한반

도에 공존하고 있는  개의 한국에 대한 것이었다. 트럼프는 역사의 실험실에서 한반도를 가르는 

 그어졌고, 오늘날  선은 평화와 전쟁, 품위와 악행, 법과 폭정, 희망과 절망 사이를 가르는 

준이 되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연설을 들으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으로 단일국가 수립을 이루어낼  없었던 뼈아픈 역사 때문이었고, 냉전의  축이었던 미국의 대통

령이 결과론과 이분법만으로 현실을 평가하는  때문이었다. 트럼프의 연설에는 분단이라는 과거 

리고 현실의 결과만 있을  한국 현대사를 구성하는 민족 분단의 아픔,  질곡의 세월의 전개과정

 대한 이해와 고려는 없었다.




한반도 내에서 적대적으로 공존하는 하나의 민족,  개의 한국,  민족적 비극의 기원은 무엇일

? 오늘날 북한이  악의  (axis of evil), 악당국가 (rouge state) 불리게 되었고, 남한은

반공주의 속에서 군사 쿠데타에 이은 군부독재를 겪게 되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한국

전쟁 발발 전후의 역사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이는 민족적 비극의 근원인

동시에 올바른 현실인식을 기반으로  통일 민주국가 수립이라는 민족사적 과제 달성의 단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소설 태백산맥이 해방부터 정전까지 한국전쟁을 둘러싼 분열과 갈등, 고통스러

 시대의 기억에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사건이라고 해도 

언이 아니다. 한국전쟁 이전의 해방공간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은 모두 전쟁의 배경이 되었고,

전쟁 이후에는 남북한의 이념적 군사적 대결이 빚어낸 전쟁과 분단의 쓰라린 기억이 민족의 의식 

바닥 깊숙이 망령처럼 자리 잡게 되었다. 한국전쟁은 국토 분단과 민족의 분열을 겪은 한국인들의 

픔을 상징하는 사건이며 동시에 정전이 된지 6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극복되지 못한  냉전의 

지막 산물로,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이런 의미에서 태백산맥은 반세기 전의 과거에 일어난,

이미 확정되어버린 결말을 향해 질주하는 이야기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우리 삶을 다루고 있다고 

 있다.




태백산맥은 밤마다 스스로의 몸을 깎아내는 그믐달이 갈대밭을 아득하게 비추는 가을밤을 배경으로

시작하여 별들이 스치듯 흐르는 어둠 속으로 하대치 일행이 사라지는 가을밤에 끝을 맺는다. 태백산

맥은 밤의 이야기, 어둠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밝아오는 새벽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에는 수많은

죽음과 희생, 좌절과 패배가 담겨 있고, 그들이 끝내 이루지 못한 것은 역사의 과제로, 민족의 숙원

으로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빨치산 투쟁은 이제 현실투쟁에서 역사투쟁으로 전환

된다고  염상진의 말처럼 태백산맥의 인물들은 실패했지만 실패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시대를

살아낸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제시함으로써 현대의 독자들을 애써 덮어두었던 지나간 시대의 진실과

마주하게 하고, 고조되는 삶의 위기를 피부로 체감할  있게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독자들은 

비극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태백산맥의 열린 결말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 시대의 어둠을 넘어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하기 위해서,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남겨진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역사란 과거에 일어난 단편적 사건들의 단순 합이 아니라 시대를 구성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소들의 총체인 동시에 이들이 빚어낸 유기적 결합물이라고   있다. 소설 태백산맥이 영웅서사

 아닌 민중서사인 이유이다. 민중이란 특정 계급이나 계층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국가와 사회를 

루며 역사를 구성하는 유동적인 계급, 계층의 연합을 의미한다고   있다. 소설 태백산맥은 다양

 계층의 인간과 그들의 삶에 주목하고 그들의 삶을 통해 당시 시대상과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망하고 있다. 소설  인물들의 개별적 행동에 근거한 다양한 사건들이  독자적 의미가 아닌 

 상황성의 구현에 기여하고 있는 이유는 객관적 자료를 기반으로  작가의 고증에 있다. 작가 

정래는 평범한 민중  개인이 역사의 주체가 되어 개인적 존재인 '' 역사적 필연으로서의 '우리'

 되어가는 과정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구현해낸 시대적 공간과 실존인물과 허구인물의 교차를 

 그려내고 있다.




소설의 무대인 벌교는 당시 오만의 읍민들  9할이 농민이었고,  농민들 중에서 8할이 소작인이

었다. (1 p. 332) 벌교뿐만이 아니라 해방 당시 한국은 인구의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했고,

 농가의 86% 소작농이었을 정도로 농업은 핵심적 경제기반이었다. 갑오농민혁명, 일제하의 소작

쟁의에 이어 토지제도의 모순이 소설의 주요 사회갈등의 원인으로 등장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민중

 대다수를 구성하는 농민들은 지식을 통해 현실의 모순구조를 인식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삶을 통해, 체험을 통해  문제 상황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고 시대 상황 속에서 이데올로기 대립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개인적 동기는 사회갈등으로 구체화되었고 이는 다시 집단적 이념으로 확장되

었다. 문서방의  맺힌 외침은 이를  표현하고 있다.




"가난허고 무식헌 것덜이 믿고 의지헐 디웁는 판에 빨갱이 시상 되먼 지주  처웁애고  전답 

나준다는디 공산당 안헐 사람 워디 있겄는가요. 못헐 말로 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들이 빨갱이

맹근당께요." (1 p. 161)




태백산맥은 이념의 대립을 민중의 삶과 의식의 변혁 과정과 연결하여 표현하였고, 이를 통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위대한 힘의 존재기반은 민중에게 있으며, 이는 분열과 갈등이 빚어낸 시대의 소음

속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태백산맥은 이데올로기의 갈등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으면서도 추상적인 이념논쟁으로 소설을 끌고 가지는 않는다. 이는 사람’, 그리고 

좌우 이데올로기의 시각만으로 재단할  없는 것이기 때문이며, 여기서 벗어나야만이 "사람",  "

" 실재를 확인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많은 소작농들은 비로소 반공주의 

주적이 아닌 이웃으로, 동료로, 깨어있는 민중으로 인식될  있다. 소설 속에서 손승호의 전향 사유

 이데올로기에는 '인간부재의 현실'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념이라는 것은 새로운 구속일 , 인간의 본질적 문제는 하나도 해결한 것이 없소. 왜냐하면 그것

 모순투성이고 부정확한 존재들인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오. 인간이 인간을 장담하는 

처럼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은 없소. 나는 다만 인간이고 싶을 뿐이오.” (2, p. 180)

이데올로기란 이름으로 인간이 희생되어서는  된다는 작가의 신념은 민족주의자 김범우의 존재와

주의를 지배하는 인간이 아니라 주의의 실현을 위한 도구가 되었다는 김범우의 염상진에 대한 비판

에서도 확인할  있다.




역사적 욕구 앞에서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건 상관이 없소.  욕구를 효과적으로 해결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데올로기로 채택되고, 빛을 내게 되어 있소.” (6 p. 301)



이데올로기란 현실  욕망들이 투영되어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이데올로

기는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현실의 사회주의는 개인의 욕망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망실현을 억압하였고 개인을 이상사회 건설이라는 이념에 종속시켰다. 현실  자유주의는

원칙과 기준을 잃고 표류하였다. 그것은 비정상적 과정을 통한 성장이었고 이는 결국 자유의 부재로

이어졌다. 민중이 현실을 바라보는 기준은 좌우이념 보다는 상식과 정의에 있었다. 그들의 투쟁은 

실에서 살아  쉬는 가치를 지키며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봉건적인


사회구조의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한 민중들의 몸부림은 이데올로기의 대립과정 속에서 다시  

왜곡되었다.




현재 세계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정치적 민주화를 중심으로 분리와 해체의 물결이 너울치고 있다.

 물결은 영국의 EU탈퇴, 스페인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 이라크로부터 쿠르드족의 독립을 이끌어내

었고, 북핵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민족사적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규명하고, 그것을 극복

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소설 태백산맥은 우리 민족의 비극,  균열의 기원을 탐구하고 

족과 민중 속에 내재된 힘에서  극복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이는 이념 안에 갇혀있는 역사적 

순의 극복 없이는 갈등은 해결될  없기 때문이며 이를 위해서 좌로  우로 절룩거리는 우리의 

현대사를 재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밤과 , 깊어가는 어둠과 어둠 사이에서 하대치는 가슴 속으로 투쟁의 의지를 다지며 밤하늘을 바라

보았다. 하지만 소설의 결말에서 하대치가 바라본 것은  이상 광막한 어둠이 아닌 가을밤을 빛내는

무수한 별이었고, 수많은 동지들의 불꽃과 함성이었으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희망이었다. 2016

10 광화문을 밝힌 촛불은 2017 4월까지 이어졌고, 오히려 전국 150여개 시군으로, 전세계 31

개국 71 도시로 퍼져나갔다. 누군가는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했지만, 1,700만여개의 빛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내며 찬란하게 빛났다. 독일의 공익정치 재단 '프리드리

 에버트 재단'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여한 우리 국민을 2017 '에버트 인권상' 

상자로 선정했다. 특정 국가의 국민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상이 제정된 이래 최초의 사례였다. 

단은 민주적 참여권의 행사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는 생동하는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에

집회에 참여한 모든 분들을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쉽사리 변하지 않는 사회에 절망하지 않고

신뢰하고 연대하며 협력과 공생의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 그것이 비록 사소하고 미약한 성공에 

과하다고 할지라도 '사람' '' 빛나는 사회로 나아가는 동력은 그러한 곳에서 나온다고 나는 믿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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