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 2 -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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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일생이란 무엇일까?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삶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인간의 일생을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한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온 매 순간순간의 누적 (accumulation of every single moment)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일생은 생명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되어 그 지난한 시간과 역사를 거치며 개별적인 세계관을 형성하고 결국 그 생명을 다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인간의 삶은 평범한 사건들이 빚어낸 기적이고 역사다.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삶의 순간 순간들이 누적되어 이루어진 인생은 누구에게나 값지고 귀한 것이다. 그런 순간 순간들이 모여서 시간과 역사를 이루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개별적 세계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인생...이라고는 하나 그것은 순간 순간의 누적에 지나지 않는다. 한 순간의 만남을 소중히 한다....아니, 순간의 만남에 정성을 다해 대하려는 다도(茶道)의 마음이야 말로 인생 그 자체를 충실하게 하는 진실을 말해준다." -도쿠카와 이에야스 27<낙뢰> p. 139 -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난세에 보잘 것 없는 신분으로 태어나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한 입지전적인 인물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다. 소설을 읽을 때, 전국시대를 수놓았던 수많은 명장들과 영웅들 속에서도 유독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인생에 대해 읊조리듯 말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삶에 관한 아포리즘이었다.

 


"인생은 순간의 누적이다. 순간의 만남을 소중히 하고, 정성을 다하는 것이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진실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장이 넋두리를 늘어놓듯 한 이 말은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정말 그렇지 않을까?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삶 앞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진실은 우리에게 주어진 이 순간을 충실히 보내야 한다는 것, 그렇게 함으로서 삶의 순간, 순간이 켜켜이 쌓여 종국에는 일생이라는 기적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인생은 순간의 누적이다."는 내 좌우명이 되었다.

 


"지금의 기분. 정말로 지금, 이때의 기분. 수첩을 펼쳐 지금의 기분을 적었습니다. 문득 여유가 생기면 이렇게 지금을 적습니다." - <오늘의 인생> p. 53 -

 


4년전 마스다 미리의 오늘의 인생을 처음 접했을 때, 받았던 놀라움과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그 누구에게나 지금 이 순간은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고, 돌이킬 수도 없는 시간이지만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일부가 되어 그 소중함은 빛이 바래간다. 하지만, 마스다 미리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논하며 인생이란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삶의 순간 순간들이 누적되어 이루어진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개인의 행복. 다른 사람은 모른다. 그 사람이 어떻게 행복한지는 그 사람만 안다. 그렇기에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누군가의 행복을 가볍게 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 오늘의 인생." - <오늘의 인생> p. 197 -

 


지금은 한국에서도 하나의 장르이자 신드롬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고정팬들이 많은 마스다 미리이지만 내가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가 있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던 건 <오늘의 인생>이란 작품 때문이었다. 그 후로 내 방 서가의 한 켠에는 마스다 미리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그 후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당연하게 펼쳐지는 것인 줄 알았던 평범한 일상이 정말 이토록 소중한 것이었다는 걸 절절하게 느끼게 해준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마스크가 필수가 되는 나날들을 보내면서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답답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바로 마스다 미리의 <오늘의 인생2>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이다. 마스다 미리가 돌아왔다. 자신의 옆을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코로나가 앗아간 일상에 관한 모녀의 대화를 들으며 코로나가 끝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순간의 단상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하고, 고향집에서 엄마와 둘이서 스키야끼를 먹으며 일상의 행복을 논하는 그 마스다 미리 말이다. 여전할 뿐만 아니라 한 층 더 감수성이 풍부해진 느낌이다.

 


"전철에서 아빠와 아들이 자고 있었습니다. 아빠 어깨에 바싹 머리를 얹고, 마음 푹 놓은 오늘을, 이 아이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무언가는 남아 있으리라 생각한 오늘의 인생." - <오늘의 인생2> P. 81 -

 




마스다 미리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여 마치 우리가 경험했던 어느 한 순간, 어느 한 시절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고, 그럼으로서 삶의 소중함과 일상의 즐거움을 상기시켜준다. 마스다 미리가 돌아왔다. 따스한 위로가 절실한 바로 이 시기에...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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