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연못 / 개구리 뛰어드는 / 물소리 '퐁당'”
일본 정형시 하이쿠(俳句)를 이야기할 때 흔히 언급되는 대표적인 시입니다. 지은이는 마츠오 바쇼 (1644∼1694)로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하이쿠 시인이며, 하이쿠를 문학의 한 장르로 완성시킨 인물로 평가됩니다. 하이쿠는 서술을 극도로 아낀 채 최소한의 상징어와 여백만으로 구성되는 짧은 시를 가리킵니다. 석아산 작가님의 <벤지 이야기>를 읽으며 짧지만, 따스한 여운을 남기는 한편의 하이쿠를 읽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벤지 이야기>에서 세상을 떠나는 할아버지는 남겨질 손자에게 따뜻한 유산을 남깁니다. 앞으로 손자인 다로가 살게 될 세상은 분명 조부인 벤지가 살아온 세상과는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다로의 세상에도 벤지가 살아온 세상이 그랬듯이 그 시대만의 일렁임은 존재하겠죠. 다로의 꿈은 현실의 거친 삶의 파도 앞에 좌초되거나 위기를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삶의 위기를 맞은 다로에게 필요한 것은 힘든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던 조부의 마음가짐,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손자를 묵묵히 지켜봐 주고 지지해주는 가족의 따뜻한 온기 아닐까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한강으로 갔던 다로를 할아버지가 십몇 년 전에 남긴 편지가 그를 구제해주었듯이 말입니다.
우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겪는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에 반응하는 태도입니다. 이 세상에 완전한 어른은 없다는 말처럼 다로도 자신의 시대에 존재하는 일렁임을 경험하고 극복하면서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겠지요. 시대의 풍랑을 힘겹게 견뎌내야 할 때 내가 살아 있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묵묵히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즉, 가족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이것 이상의 응원이 있을까요? 각자가 가진 삶의 조각들이 가족의 사랑 안에서 하나의 조각으로 완성되는 것….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행복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