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수와 지수 커플을 처음 접한 건 <토털 이클립스>를 통해서 였다. 지수와 혜인은 체형과 발 사이즈, 성격까지 잘 맞는 천생연분 커플이다. 혜인은 형사지만 칼하트 같은 헤비 듀티 의류를 거부하고 지수의 슬랙스와 실크 블라우스를 탐내곤 하는 패션 피플이다. 연인 지수에게 입버릇 처럼 말하곤 하는 대사에 혜인의 캐릭터와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



"자기야, 나는 퓨리오사가 아니라 로레인 브로튼이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핵 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는 캐릭터들이 미친듯한 속도감으로 질주하는 영화다. 그 중에서도 퓨리오사는 그 어떤 영화 속에서도 보기 어려웠던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갖춘 여성 사령관으로 등장한다. 빡빡 민 머리와 검게 칠한 두 눈, 장애를 가졌지만 한쪽 팔 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하는 퓨리오사는 새로운 형태의 여전사의 전형이다.




반면 퓨리오사를 연기했던 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아토믹 블론드>에서 새롭게 분한 로레인 브로튼은 맨손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격투술을 가진 스파이이다. 몇가지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퓨리오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로레인 브로튼은 <아토믹 블론드>라는 영화제목처럼 금발의 스타일리쉬한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매드맥스>의 '퓨리오사' 타입이 아닌 <아토믹 블론드>의 '로레인 브로튼' 타입임을 밝히고 있는 스타일리쉬한 형사 혜인과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그녀의 애인 지수가 주인공이다. <토털 이클립스>는 세상의 종말을 다루고 있지만 분위기는 결코 절망적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등장인물의 귀엽고 통통 튀는 성격과 두 연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케미가 소설의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토털 이클립스>의 로레인 브로튼 타입의 매력있는 형사 혜인과 연인인 지수의 이야기를 더 볼 수 없는 건 아닌가 못내 아쉬웠는데, 이후에도 혜인과 지수 커플은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도 꾸준히 등장해서 반가웠다. <8백만분의 일>에서는 지수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보험사에 다니는 애인으로만 간접적으로만 언급되고 있어 좀 아쉬웠지만 무엇보다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연보라색 롱코트를 휘날리며 등장한 ‘로레인 브로튼‘을 지향하는 형사 혜인을 볼수 있어 좋았다. 



<인간의 탈>은 개띠 여자 다섯 명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이들이 겪는 사건들을 보면 언젠가 한번쯤 신문지상에서 본듯한 사건들이 많아 '사회파 스릴러'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들 여자 다섯 명을 부르는 명칭은 '팀 비치 (Team Bitch)'다. 그 중심에는 보레인 브로튼 타입의 형사 '혜인'과 그녀의 연인 보험사 회사원 '지수'가 있고, 그 밖에 과학수사대 '하박', 남자 잡는 '넛크랙커', 천재 해커 '김말이'가 있다.



<인간의 탈>은 카메론 디아즈와 드류 베리모어, 루시 리우가 출현한 영화 <미녀 삼총사>를 연상시킨다. <미녀 삼총사>에 등장하는 세 명의 `미녀`들은 모두 뛰어난 체력, 무술실력, 변장술, 해킹 능력, 폭파술 및 각종 스포츠 실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팀의 리더인 나탈리(카메론 디아즈)는 화려한 카레이싱 솜씨와 변장술의 달인이고, 딜런(드류 베리모어)은 건물폭파 전담의 반항아이며, 동양계인 알렉스(루시 리우)는 쿵후의 초고수이자 최고의 해커로 등장한다. <인간의 탈>도 <미녀 삼총사>처럼 각각의 영역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다섯 명이 모여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하지만, 사건 전개가 시원시원하고 박진감이 넘치는 장점도 있었지만, 너무 빠르게 전개되어 개연성이 조금 부족해보인다는 단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우연히 손자를 찾아온 할머니의 말에 단서를 얻어 시리얼 킬러를 쉽게 찾아낸다던가, '김민아'씨의 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김민아'씨의 딸이 뛰어난 해커이고, 먼저 연락을 해와서 <팀 비치>의 마지막 멤버가 된다는 설정이 그랬다. '혜수'와 '지수' 커플 외에 '하박'과 '넛크랙커'도 작가의 다른 단편에서 등장한 캐릭터들이라서 향후에 추가적으로 합류하게 될 캐릭터에 대해서도 기대를 해보게 된다. 첫번째 챕터에서 개띠 여자 5명으로 비치 멤버들이 구성이 완료된 것 같지만, 향후에 <이딴 게 초능력?>에서 모기를 잡다 초능력을 발견한 열일곱의 여고생 '미호'도 멤버로 추가되는 건 아닌지 혼자 생각해보면서 향후 스토리 전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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