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관 작가님의 <언젠가 유럽>의 부제는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다. 사실 작가님 책을 접한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전 우연히 찾게 된 <런던이 사랑한 천재들, 찰리 채플린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를 읽으며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했다. 당시 나는 학창시절부터 고대해온 런던여행을 준비하면서 관련정보들을 찾아보던 중이었는데, <런던이 사랑한 천재들>은 단순히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추천코스만을 나열하는 여타의 여행서적과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매력을 가진 책이었다. 도시를 대표하는 6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구성하여 런던이라는 도시에 대해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런던이 사랑한 천재들>의 독특한 접근방식에 매료되어 런던에까지 가져가서 여행중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본격적으로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책 날개를 보면 간략한 저자 소개가 있는데 이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천재 연구가”라는 작가님을 대표하는 수식어가 있다. 이는 ‘도시를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에 기인한 것이다. 15년전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하던 중 조성관 작가님은 모차르트와 교감을 나눈 진귀한 경험을 하였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도시 공간에 남겨진 천재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기획했다. 2007년 <빈이 사랑한 천재들>이 처음으로 출간되었고, 뒤이어 프라하, 런던, 파리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올해 시리즈의 마지막인 서울편이 출간된다고 하니 이 또한 기대가 크다.
<언젠가 유럽>의 서문에는 이 책의 집필 동기가 서술되어 있고, 이를 통해 왜 이 책에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유럽의 대표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나는 예상치 못한 많은 부수적인 스토리들을 수확했다. 그것은 천재들의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수습한 이삭이었다. 그러나 천재 시리즈에서는 이 같은 주변적인 이야기들은 부득이 생략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 유럽>은 이를 여행기의 형태로 쓴 것이다.” (p. 6 ~ 7)
‘도시를 사랑한 천재들’은 거장들의 삶과 작품에 대해 전문적 식견을 쌓은 조성관 작가님의 안내를 받으며 거장들의 삶을 깊이 파고드는 '책으로 하는 여행'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가진 시리즈다. 이는 거장의 삶과 작품에 매료된 사람들은 물론 문학기행 등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현재 여름휴가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없는 대부분의 독자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여행 안내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언젠가 유럽>은 ‘도시를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점들을 다루며 뭔가에 쫓기듯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알레그로 (allegra)’가 아닌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는 ‘안단테 (andante)’ 여행을 지향하고 있다.
“코로나 창궐 이후 세상은 달라졌다. 유럽 여행도 더 이상 코로나 이전과 같은 양상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패턴이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나는 이 변화를 ‘지적인 개인주의 여행’이라고 정의한다.” (p. 8)
<언젠가 유럽>은 유럽의 6개 도시 (파리, 빈, 런던, 프라하, 베를린, 라이프치히)를 다루고 있다. 작가님은 천재 시리즈가 정장 차림으로 빈 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을 듣는 것이라면, <언젠가 유럽>은 캐주얼 차림으로 쇤브룬 궁전 마당에서 앙드레 류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하는 것이라는 책의 컨셉을 기가 막히게 설명하는 비유를 서문에 남겼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서두에서 각 도시를 대표하는 영화를 소개함으로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며 도시에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는 부분이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통해 파리를 소개하고, 연인의 낭만을 담은 영화 <비포 선라이즈>로 빈이라는 도시에 대한 첫인상을 독자들에게 강렬하게 심어주고 있다.
런던을 여는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노팅힐>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이고 개인적인 추억이 깃든 영화이긴 하지만 뒤이어 등장하는 트라팔가 광장과 넬슨 제독, 내셔널 갤러리 등을 고려하면 런던을 소개하는 영화로 <007 스카이폴>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007 스카이폴>을 보면 인상 깊은 하나의 장면이 등장한다. 영광스러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나이가 들어 노쇠한 제임스 본드가 한 점의 그림을 응시하고 있는 장면… 쓸쓸한 뒷모습을 여과 없이 노출하며 그가 바라본 그림은 윌리엄 터너의 명화 <전함 테메레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