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네 정원 - 함께 가꾸는 사계절 텃밭 정원 이야기
이보림 지음, 레지나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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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네 정원>은 세 마리 강아지와 함께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는 노부부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호두네 정원>에 담긴 이야기는 실제 인물과 배경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텃밭과 정원을 정성스럽게 보살피며 살아가는 노부부와 그들의 사랑스러운 세 마리 강아지들이 살고 있는 삼부골은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지금은 노부부의 정성을 바탕으로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명소가 되었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세 마리 강아지의 이름은 호두, 마루, 오토이다. 탐험을 좋아하는 용감한 호두는 강아지들의 맏언니이다. 정원 뜀박질과 축구가 취미이자 특기인 호두는 마음먹은 것은 꼭 해야만 하는 개구쟁이이다. 영리하지만 겁이 많은 마루가 강아지 삼남매 중 둘째다. 늠름하고 멋진 모습과 안 어울리는 겁쟁이 마루는 어디를 가든지 호두 뒤만 졸졸 쫓아다닌다. 가장 덩치가 큰 오토가 세 마리 강아지 중 막내다. 오토는 느긋한 평화주의자로 눈을 가늘게 뜨고 풀숲을 느릿느릿 산책하는 것을 즐긴다. 골든 리트리버 종에 속하는 오토는 느긋한 성격으로 막내답게 애교쟁이로 통한다. 세 마리 강아지를 돌봐주시는 할아버지는 정원을 연구하고 공부하기 좋아하신다. 큰 키에 차분한 성격의 할아버지는 항상 계획성 있게 행동하지만 일벌이기를 좋아하는 할머니와 가끔 다투시곤 한다. 할머니는 요리를 좋아하고 정원을 바라보면서 늘 새로운 것을 구상하신다. 퉁퉁한 외모의 할머니는 급한 성격으로 할아버지와 종종 투닥거리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계신다.



<호두네 정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동안 노부부가 정성스럽게 가꾸고 있는 텃밭과 정원이 어떻게 아름답게 변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과 더불어 부부와 사랑스러운 세 마리 강아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두 명의 작가가 각각 글과 그림을 통해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아이와 함께 읽기에 적합한 책인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100쪽에 조금 못 미치는 적당한 분량 속에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글과 그림을 통해 구현해 낸 동화라는 점에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책을 읽고 난 후 이러한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읽고 내용을 공유하고 추억을 쌓아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이 책의 또 다른 장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아이와 함께 읽는 걸 고려하지 않더라도 성인이 읽기에 참 좋은 책이라는 점이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사계절 동안 일어나는 자연의 경이로운 변화에 주목한 책으로 각각의 계절마다 <할아버지 살림 수첩>이라는 코너로 식물 키우는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고, <할머니의 요리수첩>이라는 코너를 통해 계절에 나는 채소들을 이용한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별도의 코너로 감자, 오이, 당근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작물들의 파종, 모종, 수확 시기에 관한 일년 농사 계획을 제시하고, 봄나물의 종류와 간단한 요리법, 정원수와 허브의 종류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할아버지 살림 수첩>을 살펴보면, [나만의 텃밭 상자 만들기]는 꼭 정원이 아닌 집 안에서도 작은 텃밭을 가꿀 수 있는 팁을 제공하고 있다. 스티로폼 상자, 아크릴 물감, 양파 망, 배양토, 거름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상자 바닥에 구멍을 뚫고 양파 망을 깔고 흙과 거름을 섞어서 상자에 담아 채소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하고 있고, [싹 튀우기와 옮겨 심기]에서는 접시, 키친 타올, 씨앗, 화분, 배양토 등을 이용하여 적절한 온도와 수분 조절을 통해 효과적으로 싹을 튀울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장마철 정원 관리 대작전]에서는 6월에서 7월까지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에 정원의 식물들을 관리하는 법, 배수로를 만들고, 가지를 솎아주고, 비료를 보충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고, [나무들을 위한 월동 준비]에서는 그해 갓 심은 어린나무나 과실수, 꽃이 피는 나무들을 볏짚과 낙엽을 이용해 온도를 관리해 주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에는 나무를 보양하거나 비료를 뿌려 주는 것만이 겨울 맞이가 아니고 떨어지고 말린 식물도 꾸미고 장식해서 쓸모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도 겨울과 식물에 대한 예의라는 할머니의 지론과 울며 겨자 먹기처럼 억지로 할머니의 주장에 따라 리스를 만드는 할아버지의 귀여운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할머니의 요리수첩> 코너를 살펴보면, 바질 농사가 풍년이어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가 바질 페스토를 생각해내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레시피를 공개하는 [고소하고 향기로운 바질 페스토 만들기],[입맛을 돋우는 냉파스타 만들기], 때아닌 도토리묵 풍년을 맞아 공개하는 [찰랑찰랑 쫀득한 도토리묵 만들기], 가을에 수확해 쟁여 놓았지만 겨우내 먹기에 다소 많은 사과들을 활용하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새콤달콤한 사과잼 만들기] 등 제철 과일과 채소들을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코너 속 코너의 형식으로 일년 텃밭 농사 계획을 제시하고 있는 [제때 심어야 맛있죠]와 냉이, 참나물, 달래, , 두릅, 취나물 등 봄나물의 효능과 간략한 조리법을 공개하고 있는 [나물을 먹으면 기운이 나요], 블루베리와 벚나무, 향기로운 꽃이 피는 금목서 등 여러가지 정원수를 소개하고 있는 [어떤 나무를 심을까?], 라벤더, 로즈마리, 민트, 바질 등 허브의 종류와 쓰임새에 대한 정보를 주는 [허브는 쓸모가 많아요], 계수나무, 느티나무, 떡갈나무, 호랑가시나무 등 잎의 생김새와 특징을 통해 나뭇잎만 보고도 어떤 나무인지 알 수 있는 팁을 제공하고 있는 [이파리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등 식물과 정원에 대한 정보부터 요리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텃밭과 정원을 함께 가꾸며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는 노부부의 삶을 지켜보면서 사랑과 인생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반추해볼 수 있었다. 특히나 기억에 남았던 것은 노부부의 대화들이었다.



이제 수선화랑 크로커스는 한창 때가 지났어요.”

오후 휴식 시간, 뜨거운 차를 홀짝거리던 할아버지가 서운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내년에는 더 좋은 꽃을 피우겠죠. 항상 그래 왔잖아요.”

할머니도 같은 마음이지만 애써 서운함을 달래 봅니다.

해마다 피고 지는 식물들을 보면 해가 다르게 커 가는 내 자식 같아요.”

자식 많아서 좋으시겠소.”

할머니는 빙그레 웃습니다. (P. 23)



올해도 다 갔군요.”

올해도 다 갔어요.”

일년 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당신.”

일년 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당신도.”

부부는 서로에게 꾸벅 인사를 합니다.

내년은 또 어떤 꽃을 피울까 기대가 돼요.”

내년은 올해와 같지만 또 다르겠지요.”

도란도란, 부부의 이야기는 밤이 새도록 이어집니다. (P. 92)



아이와 함께 책을 다 읽고 난 후 문득 궁금해졌다. 호두가 터트린 할머니의 인형 속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그 작은 씨앗들은 어떤 식물이 되었을까? 독서를 마치고도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주제가 생긴 것 같아 즐거웠다. 그 작은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아름다운 식물로 성장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노부부는 같지만 또 다른 미래를 향해서 기대에 찬 눈빛을 주고받지 않았을까? 아이와 함께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또 다른 대화주제를 매번 발견할 정도로 곱씹어 읽을수록 그 진가가 드러나는 책이었다. 삶의 의미가 담겨있는 노부부의 대화에 대해서는 아직 그 의미를 다 깨닫지 못한 것 같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또 다른 추억과 대화 주제가 생길 것 같아 괜히 가슴이 설레고 기대가 된다.



지은이의 말을 보면서 강아지 3남매 중 막내인 오토가 2년전 갑작스럽게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오토의 빈자리를 느끼지만 여전히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호두와 마루가 반겨주는 호두네 정원을 더 늦기 전에 꼭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올 여름이 다 지나가기 전에 꼭 호두네 정원에 들려 더위로 지친 할아버지의 입맛을 되살린 할머니의 특급 레시피가 담긴 냉차 한잔을 즐겨야겠다. 애플민트와 레몬밤, 로즈메리가 얼음과 함께 어우러진... 유난히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행복의 비결이 있을 것 같은 삼부골 호두네 정원에 꼭 들려봐야겠다. 책에서 읽었던 추억을 아이와 새롭게 공유할 그 날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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