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 런던에서 아테네까지, 셰익스피어의 450년 자취를 찾아 클래식 클라우드 1
황광수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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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 (Classic Cloud) 시리즈는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100인이 문학, 미술, 철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삶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여행을 정리한 기행집이다. 거장들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를 면밀하게 되돌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시리즈의 기획에서 개발까지 5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거장의 삶과 작품에 대해 전문적 식견을 쌓은 평론가, 작가, 학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한 거장의 삶을 깊이 파고드는 '책으로 하는 여행'이라는 컨셉은 거장의 작품에 매료된 사람들은 물론 문학기행 등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과 반대로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현재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없는 독자들에게까지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내가 클래식 클라우드를 처음 접하게 된 건 2018년 서울국제도서전 아르테 (arte) 부스에 전시된 시리즈를 보면서였다. 197월 현재는 문학 4(1 세익스피어, 4 페소아, 5 헤밍웨이, 10 가와바타 야스나리), 철학 2(2 니체, 9 아리스토텔레스), 미술 2(3 클림트, 8 뭉크), 음악 2(5 푸치니, 7 모차르트) 등 시리즈 중 10권이 출간 완료되었지만, 그 당시 전시된 도서는 시리즈 중 1, 2, 3권인 셰익스피어, 니체, 클림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나의 선택은 클래식 클라우드의 첫 시작을 알리는 1권 셰익스피어였다. 셰익스피어는 인생의 거장을 논하는 시리즈의 상징적인 1권을 차지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고, 또한 향후 시리즈의 성공을 가늠해보는데 있어서도 적합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한 시대가 아니라, 모든 시대를 위해 존재했다. 이것이 셰익스피어를 세계 최고의 작가로 올려놓은 최초의 찬사이다. 그 시대의 모든 작품 목록 가운데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6분의 1에 지나지 않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거의 다 살아남았다. 그럴 만큼 그는 당대에 이미 최고의 작가로 대접받았다. 그의 생애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상업적 압박이 오히려 그의 재능을 해방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에도 인도와도 바꿀 수 없는 영국의 대문호였지만, “To be or Not to be ? That is the question.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등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햄릿의 대사 등 문학으로서, 또 영화와 연극으로서 현시대에도 영문학의 가장 위대한 작가이자 세계 최고의 극작가로 그는 여전히 건재한다. 하지만 여전히 눈부신 그의 작품에 비해 그가 살았던 시대에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의외로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엄청난 유명세에 어울리지 않게 그가 과연 실존 인물이었는지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작품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독자들은 작가에 대한 정보를 갈급하지만, 그에 대한 사료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 생각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영국, 소란스러운 나라의 영광스러운 이야기'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생가가 있는 영국 스트랫퍼드를 중심으로 그의 생애가 소개된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그의 삶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400여 년 동안 수많은 셰익스피어 전기가 나왔고, 지금도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이 “5%의 사실과 95%의 억측으로 이루어졌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의 삶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빈약한 몇 가지 사실에 불과하다. 영국의 작은 마을 스트랫퍼드에서 태어나 앤 해서웨이와 가정을 꾸렸고, 이후 가족을 떠나 런던으로 가서 배우 겸 작가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 그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특히 그의 청년 시절인 1585년부터 1592년 사이 7~8년간은 전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완전한 공백기로 불린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여러 설을 모두 부정하며 사실 기반으로 그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1부에 거론된 작품으로는 <리어왕>, <헨리 6>, <멕베스> 등이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저자의 작품에 대한 분석이었다. 리어왕이 나이가 들어 왕위에서 물러날 결심을 하면서 세 공주의 효심을 테스트한다는 <리어왕> 스토리의 이면에는 당시 브리튼에 존재했던 은퇴 노인들의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당시의 브리튼에서는 은퇴한 노인을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인들은 굴욕에 직면하고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리어가 딸들의 사랑을 시험한 데에는 그런 노년에 대한 불안도 한 가닥 스며 있었을 것이다. 그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노년에 대비했지만 피하고 싶었던 일들은 어김없이 닥쳐온다.”

  


2'파리에서 빈까지, 영원과 사랑을 향한 발걸음'에는 프랑스에서부터 오스트리아에 이르기까지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인 <햄릿> 등 셰익스피어의 삶의 행적이 이어지는 각각의 장소에서 탄생한 그의 작품과 함께 여행지에 대한 저자의 감상이 잘 나타나 있다. 저자는 프랑스로 가는 길에서 <헨리 5>, 파리에서는 <끝이 좋으면 다 좋다>의 주인공 헬렌을 떠올린다. 몽파르나스 묘지에서는 햄릿에 대해 생각하고, 덴마크로 이어지는 여행길에서 햄릿의 뒤를 쫓아 그의 왕궁이 있던 덴마크 크론보르 성으로 향한다. 독일 바이마르에 있는 괴테 하우스에서는 괴테가 쓴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를 언급하며, 괴테는 셰익스피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소개하고 있다.

  


3'지중해, 끝없는 이야기의 바다'에선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각국이 배경이 된 작품들이 등장한다. 여행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베니스에서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과 질투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아내를 죽인 <오셀로>, 베로나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불꽃 같은 사랑을, 파도바에서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떠올릴 수 있다. 저자는 로마에서 <줄리어스 시저><페리클레스>를 추억하고, 그리스로 이동해서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 <실수 연발>, <한여름밤의 꿈>, <아테네의 티몬>을 소개한다.

  


클래식 클라우드의 <셰익스피어>를 읽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보낸 여름휴가가 생각났다. 첫 여름휴가로 내가 구상했던 건 학부 시절 감명 깊게 읽었던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벌교와 순천 일대를 여행하는 남도 문학기행이었다. 지금은 태백산맥문학관을 필두로 소설의 주요 무대에 해당하는 장소들이 문학기행길로 잘 정비가 되어 있지만, 당시만 해도 소설의 독자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야 할 정도로 소설의 배경이 된 주요 장소들이 체계적으로 정비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 홀로 문학기행을 하며 물론 얻은 것도 많았지만, 문학기행을 효율적인 동선과 깊이 있는 분석으로 이끌어줄 누군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셰익스피어를 통해서 클래식 클라우드와 인연을 맺었지만, 이후 후속작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온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거장의 삶과 작품에 대해서 전문적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받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 시리즈의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물론 앞으로 출간이 기대되는 작품들이 더 많이 있다. 정여울 작가가 소개하는 <헤르만 헤세>와 이다혜 작가가 소개하는 <코난 도일>은 개인적으로 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거장의 삶과 그들의 작품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찾아 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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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19-07-10 1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가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료가 부족한게 참 미스터리에요.ㅠ 가끔 슬프기도 합니다.이다혜 작가의 코넌 도일은 저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잭와일드 2019-07-10 11:01   좋아요 1 | URL
네 자신의 삶 마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정말 슬픈 일이죠 ㅜㅜ 이다혜 작가의 코난 도일은 정말 기대되지 않나요? ㅎㅎ

골든보이 2019-07-10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장의 삶과 작품에 대해서 전문적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받는 느낌’이라는 대목이 공감이 가네요.

잭와일드 2019-07-10 18:58   좋아요 0 | URL
기획이 참 좋은 시리즈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