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다 다이사쿠 명언 100선 - 풍요로운 삶의 지표
이케다 다이사쿠 지음, 화광신문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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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은 써야하고, 내 이야기도 조금 하고 싶은 날입니다. 사실 몇 번이나 도입부를 지웠다 다시 쓰고, 생각에 잠겼다가 화면에 옮겨보고, 다시 지우고하는 무의미한 반복이 이어지는지 모르겠어요. 이럴 땐 항상 제 마음속에 주문을 건답니다. '어쭙잖게 가식떨지 말고 네 속마음을 그대로 말해!!'. 그래서 오늘은 내 이야기도 조금 해야겠어요.

 
일단 서평이라는 활자에 걸맞게 구색은 갖춰야지요. 이케다 다이사쿠 명언 100선이라는 책입니다. '제곧내'라는 은어가 생각이 나네요. '제목이 곧 내용이다'.라는 어구의 머리글자를 따온 말인데요. 활용법을 알려드릴게요. 
<서평> 이케다 다이사쿠 명언 100선
제곧내.
이 두 줄의 문장의 내용인 즉슨, (이케다 다이사쿠 명언 100선이라는 책을 소개할텐데, 그 내용은 제목 그대로 '이케다 다이사쿠'라는 사람의 100가지 명언이다.)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소비적 행태가 범람하는 요즘 세대에 인터넷 텍스트만은 알차게 절약하지요? 몇 마디 퍼붓고 싶지만 글의 완결성을 위해 이정도만 할래요.

세계, 혹은 국가 단위의 넓은 범위를 대상으로 한 경제전반을 일컫는 거시경제. 반면, 기업이나 개인과 같은 개별 경제 주체를 대상으로 한 경제전반을 뜻하는 미시경제. 자기 계발서를 똑같은 기준으로 나눈다고 했을 때, 이 책은 전자, 즉 거시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즉 인간관계나 성공하는 습관, 죽기 전 꼭 경험해봐야 할 일 같은 개인적 사안에 주안점을 두는 게 아니에요. 사회, 국가 전반을 향해 소리치고 있는 책이랍니다. 평화를 강조하고, 종교의 올바른 길을 제창하고, 정의와 신념 같은 보편적 가치를 연거푸 언급해요.

사실 저는 이 책을 완전히 미시적 관점으로 접근했어요. 개인적인 걸 얻어가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실망도 조금 했습니다. 베스트셀러라는 허울도 과도한 기대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었고요. 그래도 거시적인 범주 속에는 미시적인 객체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인류 전반을 향한 말이지만 독자 또한 인류의 구성원 중 하나이니까, 결국 얻어갈 것이 있다는 말이에요. 제가 얻어간, 소소하게 표시해둔 몇 가지 구절을 소개해드릴게요.

『감사할 줄 알고 존경할 줄 아는 마음은 그 사람의 인간다운 크기를 보여주는 증거다.』
『종교. 창시자의 정신, 즉 인간주의의 원점으로 돌아가면 오히려 대립이나 분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는 한 자기도 한가로울 수 없다는 감각이 바로 인권의식의 핵이다.』 

 
서평에 관해서 잠깐 내 이야기를 토로해야겠어요.('서평에 뜬금없는 소리' 하는 반발에 대한 노파심에 잠깐 언급하자면, 저는 서평을 쓸 때, 제 안의 모든 생각이나 느낌을 오롯이 내려놓으려 한답니다.) 
예전에는 서평에 앞서서 기발한 레이아웃도 구상해보고 완결성이네 통일성이네 하는 텍스트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썼답니다. 허나 요새는 열정이 미적지근해졌어요. '책을 읽었는데 내용은 이렇고, 이게 좋았고. 이건 안 좋았다.' 하는 전형적인, 바꿔 말하면 지루한 패턴이 어느샌가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다작이 능사는 아니다' 이번 넋두리를 기회삼아 몇 자 적어둔 서평들을 손도 좀 보고, 여유도 가져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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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스팡 수난기 -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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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몽테스팡 수난기의 작가 장 퇼레는 전작 '자살 가게'와 '중력의 법칙'으로 이미 몇 번 접해본 작가였습니다. 두 작품에 대한 느낌도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나고요. 그래서 이번 신간 발간 소식은 내용과 상관없이 큰 기대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발칙한 발상으로 저를 즐겁게 해줄지 말이지요.

표지에 커다랗게 써있는 것처럼 이 이야기는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몽테스팡 후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화려한 언변과 빼어난 미모를 한번에 가지고 있는 몽테스팡 후작부인. 허나 사치와 전쟁의 패배 등으로 공작의 재산이 모두 탕진합니다. 이에 후작부인을 절대권력 루이 14세에게 보내어 그의 환심을 사서 새로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 둘 사이가 심상치 않게 진행됩니다. 후작부인은 루이 14세의 애첩이 되고 급기야 그의 아이마저 가지게 됩니다.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던 몽테스팡 후작은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몽테스팡 후작은 아내를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눈물겨운 노력을 합니다. 제목의 '수난기'에서 느껴지실 겁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아내를 구하기 위한 몽테스팡 공작의 기발한 발상 등에 주안점을 두는 것은 또 아닌데요. 루이 14세라는 절대 권력 앞에서 재산도 없는 일개 후작이 하는 일이란 계란의 바위치기밖에 더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몽테스팡 후작의 아내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연애소설인가? 그것도 아닙니다. 물론 후작의 아내를 향한 사랑은 소설 내내 느껴집니다만 그 사랑을 되찾기 위한 과정들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합니다. 오히려 구차하고 심지어는 엽기적이기 까지 합니다. 후작의 '눈물'겨운 노력. 슬프고 감동적인 모습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안쓰럽고 연민이 드는 그런 눈물인 셈입니다.

오히려 이 소설 전체를 휘감고 있는 분위기는 풍자, 즉 블랙유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일단 몽테스팡 후작의 노력이 우스꽝스럽게(허나 진지하게) 그려지고요. 몽테스팡 부인의 스캔들을 둘러싼 각종 소문들이나 군중들의 익살스런 반응들도 자주 묘사됩니다. 루이 14세를 비롯한 고위부의 몽테스팡을 막기 위한 헛짓들도 익살스럽게 제시됩니다. 무엇보다도 제 뇌리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몽테스팡 후작부인인데요. 루이 14세의 애첩이 되면서 권력과 돈의 맛을 알아가고, 결국에는 타락하여 괴상망측한 행동들을 하는 것이 안쓰럽게까지 느껴졌습니다. 노골적인 성적 묘사도 자주 등장하는데요. 인물을 희화화시키는 장치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큰 불편함은 없을 듯합니다. (실은 좀 웃기죠.)

이렇게 소설은 블랙유머와 엽기라는 테마아래에서 최대한 충실합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면서 인물들 간의 대화나 행동 혹은 사건 등 다양한 요소를 까맣게 칠해버립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너무 풍자에만 충실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제가 본 장 퇼레의 전작들 <자살가게>와 <중력의 법칙>은 유머와 풍자 속에서도 꽤나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묵직한 소재를 풍자로 희화화하여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지요. 허나 이 책은 각종 인물들에 대한 풍자로만 끝을 맺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물론 몽테스팡 부인이 점점 변모해가는 과정 등에서 다양한 의미를 찾을 순 있겠지만 뭐랄까요. 전작들에 비해 그런 맛이 없어지진 않았지만, 조금은 희미해졌다고 할까요.

제 아쉬움과는 달리 이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도 꽤나 많으신 듯 보였습니다. 블랙유머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매우 만족하실 만한 책이네요. 뭐 저는 기대가 조금 컸던 탓에 좀 아쉽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장퇼레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보렵니다.

 


덧붙이는 말

오쟁이 지다 -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간통하다'를 뜻하는 우리말

소설 중반부부터 계속 나오는 표현인데 참조하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프랑스식 표현인줄 알고 각주만 찾아 헤매다가 시간만 날려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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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가득한 심장
알렉스 로비라 셀마.프란세스 미라예스 지음, 고인경 옮김 / 비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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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는 경우에, 저는 소설을 선택함에 있어서 까탈스러운 편입니다. 일단 표지가 마음에 들어야하고 제목도 눈이 들어와야 하며, 그 둘이 잘 맞아야 합니다. 목차와 후기에 소개해 둔 소설의 스토리도 마음에 들어야합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예외의 경우도 있는데요. 흔히 이런 경우를 '지름신'이라는 초월적 존재를 빌어 설명하곤 하죠. 종합적인 접근을 통한 이성적인 구매 활동이 아닌 지극히 충동적인 소비활동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이 책 '별이 가득한 심장'이 바로 그런 경우같습니다. 스토리, 담고 있는 주제, 작가 등의 배경지식은 모조리 배제한채 한 가지 점만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거 책 한번 참 곱네"
 

 소설인 만큼 줄거리를 이야기하지 않고는 못 넘어가죠.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책입니다. 고아원에서 살고 있는 미셸과 에리는 둘도 없는 단짝입니다. 어느날 에리가 갑자기 심장병에 걸려 코마상태가 되고, 생명이 위중한 상태가 됩니다. 어떻게든 치료법을 찾기 위해 애쓰는 미셸. 수소문 끝에 찾아낸 단 하나뿐인 치료법은 '별이 가득한 심장'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슬롱스빌에서 서로 다른 아홉 가지의 사랑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야만 한단다.... 그런데 더 어려운 일이 있어. 바로 그 사람들 모르게 옷을 별 모양으로 오려야 해. 아홉개 조각을 모아 내게 가져오면 내가 그 별들을 꿰매서 별이 가득한 심장으로 만들어줄 테니, 그것을 에리에게 갖다 주면 된단다.... 실은 그 별 심장이 있더라도 필요한 게 하나 더 있는데, 열 번째 별인 비밀의 별, 그게 있어야 다른 아홉 개의 별들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단다. - p.36


 동화라는 장르, 사랑이라는 테마. 이 두가지 조합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신파적 소재입니다. 사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열가지의 사랑이야기 중 새롭거나 참신한 것은 없습니다. 모두 우리 주위에 항상 존재하는 것들이지요. 자칫 뻔한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습니다만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이야기가 계속 양산되고 인기를 얻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흔하고 널려 있는 것이 사랑이지만 정작 우리에게 다가오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미셸처럼 말이지요.

 행동만 하고 말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행동하고 표현해야 한다. 이것이 사랑의 마지막 비밀이다. 심장 박동은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 - p.131

- 그만큼 흔하고 널려 있는 것이 사랑이지만 정작 우리에게 다가오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서두에서 언급한 일러스트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아니 이야기하기보다는 실제로 보여드리면서 서평을 마무리 하는게 나을 듯 합니다. 일반적인 소설에 일러스트를 집어넣어서 괜히 실속 없이 겉멋만 잔뜩 든 경우를 더러 보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동화 + 사랑이라는 극강 조합은 일러스트 삽입을 더할나위 없이 정당화해버리네요. (물론 일러스트 자체가 정말 괜찮습니다.)


 

 소설 내용이 모자랐는지 뒷면에 열가지 사랑에 관한 명언을 삽입한 페이지를 따로 구성했는데요(의도적인지 원래 그런지는 잘..) 그게 억지 페이지 늘리기처럼 보여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동화 + 사랑이야기 + 예쁜 일러스트 + 좋은 글귀 → 선물용으로 적격인듯 하네요;;  굉장히 영리한 구성인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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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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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대평가1
 저의 독서 습관은 장르소설, 특히 일본 추리소설로 편중되어 있습니다. 이런 책들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한쪽으로 치우쳐진 독서 습관이 나쁜건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독서의 범위를 넓히면서 그 수준도 조금 높여보기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유명 고전 작품'읽기에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달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한번씩기웃거리곤 하는데요. 이번에는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좀 부끄럽지만 그 이유로는 1. 얇다. 2. 희곡의 구성이라 읽기 쉬운듯하다. 3. 제목이 친숙한 꽤나 유명한 작품이다. 정도가 되겠네요. 다이어트 할 때 닭가슴살 한덩어리 먹으라고 하면 편법으로 꼭 그 중에서 제일 큰 것 찾으려고 애쓰는 것 처럼, 아직까진 고전이 읽기 버거워서인지 요령을 부려버렸습니다.
허나 이번에는 뒤통수를 맞아 버렸습니다. 특히 1번의 경우, 책의 두께와 소요시간이 비례치 않는다는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3달전이었던가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명예'라는 작품. 고작 백여쪽밖에 되지않아 만만히 봤다가 크게 고생하고도 또 당했네요. 책의 내용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이 하는 이야기가 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요새 책 좀 읽었다고 우쭐했었는데, 저를 과대평가하고 있었나봐요.

 

 
과대평가2
 책에서 소개하는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수식하는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대극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
영국 연극계 선정, '20세기 최고의 희곡'
전통적인 사실주의극에 반기를 든 전후 부조리극의 '고전'
온통 칭찬 일색입니다. 그리고 그 칭찬의 정점은 노벨상으로 귀결됩니다.


줄거리는 굉장히 간단합니다. 

 시골길, 나무 한그루가 황량히 서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나무 아래에서 두 남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틀동안 이 기다림의 두 주체(혹은 중반부에 두 사람이 더 나와서 네 사람의 주체)는 알수없는 혹은 무의미한 행위(신발을 벗는다던가, 목을 맨다던가)들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들에게 확실한 것은 하나입니다;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   


 질문의 형식으로 제 문학적 무지함을 조금 솔직히 드러내 보이자면

Q1. 등장인물들의 대사 -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인과관계도 파악하기 힘들다.
Q2. 이 극이 그만큼의 인정을 받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Q3. 고도가 누군지 도통 모르겠다.

 제가 확실히 이해한 것은 하나입니다. ;그들은 고도를 기다려야한다.
저도 소설속 두 인물과 같은 처지입니다. 저를 과대평가 하고 있었나봐요 

 

 
가이드북
 이 소설의 문학사적 가치는 이미 검증되었고, 나는 그 의미를 모르겠고. 에라 이번에는 그냥 서평이 아니라 공부를 해보렵니다. 일종의 '고도를 기다리며 가이드북' 되겠습니다.


1. 이 책의 장르인 부조리 극이란?

현대문명속을 살아가는 현대 인간의 존재와 삶의 문제들이 무질서하고 부조리하다는 것을 소재로 삼은 연극 사조 

부조리극은 고대 그리스극의 전통을 파괴한 사실주의 극 그 이상으로 사실주의 극을 철저히 파괴해 반연극적 특성을 보여준다. 사실주의는 과학의 발달과 논리적 합리주의 사상의 진전으로 시작되지만, 이것이 가져온 결과는 1 · 2차 세계대전과 이로 인해 생긴 가공할 만한 파괴와 무질서한 혼란뿐이었다. 니체가 신의 사망을 진단한 후 새로운 신은 탄생되지 않았다. 가치 기준이 될 신의 부재로 인해서 인간은 물질적인 풍요와는 대조적으로 정신적으로는 끊임없이 방황하게 되었다.이러한 극한 상황에서 생기는 것이 부조리극이다. 그래서 이 부조리극은 지금까지의 전통극의 유산을 파괴하는 데서 시작된다.

부조리극의 주제는 불합리 속에서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다. 부조리극은 인간의 고독과 소통의 부재를 드러내어 인간에게 존재의 부조리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사회적 위치나 역사와 연관을 지을 수 없는, 환경에서 단절되어 버린 인간이 자기 존재의 근원적 상황과 대결하고 또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절박한 행위나 행위의 부재이다. 극구성의 개념인 도입→상승→절정→반전→하강→파국 등의 논리성이 무시되고 극이 진행되다가 끝나지 않을 곳에서 갑자기 끝난다. 대사에서는 언어가 해체되고 등장인물들 간에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단순한 몽타주(Montage)와 천편일률적인 모조어(Klischee)가 지속될 뿐이다. 이러한 언어는 모든 이데올로기의 허황함과 불합리성을 보여준다.
-네이버 백과사전

 - 1,2차대전의 비참한 결과는 그 당시를 지배하고 있던 사실주의에 대한 회의로 이어집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 현실에 대한 근원적 의문은 물론, 사실주의와는 정 반대되는 성향인 '불합리성', '무의미함', '무질서함'을 연극으로 표현해 냅니다. 이를 부조리극 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2. 소설 속의 '고도'는 누구인가? 

미국에서의 초연 때 연출자 알랭슈나이더가 베케트에게 고도가 누구이며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묻자 베케트는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속에 썼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로남아있다. 작가 자신이 그와 같은 대답을 한 이상 관객들 사이에 물음은끊이지 않았고, 그 해답 역시물음만큼이나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고도는 신이다, 자유다, 빵이다, 희망이다.... 고도Godot가 영어의 God과 프랑스어의 Dieu를 하나로 압축한 합성어의 약자라는 해석도 있다. 어쨌건 고도에 대한 정의는구원을갈망하는 관객 각자에게 맡겨진 셈이다. - p.164 작품 해설 중

- 고도를 알 수 없었던 것. 당연했었나 봅니다. 작가도 모른다고 했으니 말이지요.
 

과소평가.

아까 제기했던 질문 세가지가 문득 떠오릅니다.
Q1. 등장인물들의 대사 -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인과관계도 파악 하기 힘들다.
Q2. 이 극이 그만큼의 인정을 받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Q3. 고도가 누군지 도통 모르겠다.
 
그 답이 다 나온 것 같네요.

A1. 이해를 못하고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힘든게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그 대사들은 의미가 없으며, 인과관계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부조리극'이라는 형식이 취하는 성격이지요.

A2. 사실주의가 정설로 굳어지던 세대였던 때
전엔 볼수 없었던 혁신적이라고 여길 수 있는 형식(부조리극)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당시에는 굉장히 충격적이고 참신하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이는 '현대극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라는 수식어와 일맥 상통하겠지요.

A3. 고도가 누군지 모르는게 당연했습니다.
작가마저 모른다면 어느 누구든 모르는 것이지요.
바꿔말하면 어떻게 해석해도 좋다는 이야기랄까요.

 

 제가 처음에 접했던 감상.
거기에 '부조리극'이라는 배경지식을 조금만 덧붙이면 되었네요.
과대평가 할 것도 없지만,
저를 심하게 과소평가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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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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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발간되는 책들의 추세가 '표지에 힘주기'인가 봅니다. 추리소설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서정적인 사진의 표지(회귀천 정사), 지도처럼 겹겹이 접혀진 대형 표지(잘린머리처럼 불길한 것)등 보기만해도 구매욕구가 솟아오르는 표지들이 즐비합니다. 양보단 질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아 웰빙의 여파가 도서에까지 뻗어나간듯 합니다. 이번 책 '어나더'의 표지도 신경 꽤나 쓴 듯합니다. 아름다우면서 섬뜩한 표지의 한 여인(혹은 소녀?)의 얼굴. 이게 다가 아닙니다. 표지를 쭉 펼치게 되면 앞면은 물론 뒷면, 뒷면 날개까지 뻗어나간 여인의 머리카락을 볼 수 있습니다. 표지에서부터 청춘 호러 미스터리가 다 느껴지는 듯 합니다. 
 
 잠시 언급했듯이 이 책은 '청춘 호러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관시리즈'등 신본격의 대표주자로 잘 알려진 아야츠지 유키토. 얼마 전에 또 한 권의 본격추리소설 '살인방정식'도 출간했겠다 이번에도 논리와 트릭으로 가득 찬 소설로 지적유희를 보여주는가 싶었습니다만 전혀 예상치 못한 장르로 돌아왔네요. 그러나 걱정은 금물이었습니다. 이미 호러 미스터리 분야에서도 꽤나 정평이 나있는 듯 하네요.


아야츠지 유키토가 본격추리 작품만을 썼던 것은 아니다. 『십각관의 살인』이 나온 다음 해에 발간된 『진홍색 속삭임』이란 작품은 여학교 기숙사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그린 서스펜스 색채가 짙은 소설이다. 같은 서스펜스 노선의 작품인 『암흑의 속삭임』과 『황혼의 속삭임』을 묶어서 ‘속삭임 시리즈’라고 불린다. 그 밖에도 『안구 기담』이나 『미도로가오카 기담』 같은 호러 소설을 내놓는 등 본격추리에만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이다. - 알라딘 책 소개글
 

 

이 책은 도쿄에서 지방도시로 전학을 온 소년 코이치가 겪는 이상하고도 섬뜩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뭔가 부자연스럽고 공포에 휩싸인 듯한 그의 반 3-3반. 그리고 매력적이지만 뭔가 불편한 진실을 감추고 있는 듯한 소녀 에미. 급기야 그의 반 학우 하나가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면서 에미를 비롯한 3-3반의 저주스런 비밀이 그 진상을 드러냅니다.
 

 제 입장에서 본 저의 감상은 일단 큰 만족을 얻지 못했습니다. 단 한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저는 호러장르보다는 논리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본격 미스터리 장르를 훨씬 좋아하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제 입장이라는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소설의 결말부에 모든 진상이 밝혀지면서 반전과 논리 등을 가미한 감은 있었지만 오히려 호러라는 장르와 잘 섞이지 못한 약간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느낌이랄까요.


 주관을 지우고 책을 바라보면 참 괜찮은 책입니다. 일단 가독성이 굉장합니다. 눈 깜짝할 새에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600여쪽의 책의 두께가 무색한 정도입니다. 이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3-3반의 비밀을 영리하게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는 작가의 필력은 마치 영화 한 편을 멍하니 보고 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니 골치 아프게 머리 쓸 필요가 없습니다. 본격 추리소설이 아니니까요. 물론 작은 반전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조밀조밀 잘 짜놓은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을 처음 읽으시는 분들께 참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 책을 읽고나니
오리하라 이치의 <침묵의 교실>이라는 책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만족스러우신 분들은 <침묵의 교실> 괜찮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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