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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ㅣ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이번 책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한 소설입니다. 장르소설인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몇 달째 올라있는 책이고요. 입소문도 꽤나 좋아서 매우 기대하고 있었던 책입니다. 일단 추리소설이고, 주위의 평은 말할 것도 없고, 표지도 상당히 마음에 드니 이 이상의 좋은 첫인상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호사다마의 기운이 뻗어옵니다. 너무 잘 풀리는 거 아니야?

소설은 두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죄로 감옥에 들어간 토비아스가 11년만에 출소하게 되어 마을로 돌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살인이라는 잔혹한 죄목뿐만 아니라 시체를 은닉한 장소도 끝끝내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 와중에도 술집에서 일하는 소녀 아멜리만은 그에게 관심을 표시합니다. 토비아스의 어머니가 의문의 사고를 당하면서 경찰이 11년 전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토비아스와 아멜리 주변에서도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11년 전 사건의 불편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게 됩니다.
노파심에 변명 몇가지를 주절대고 시작해야겠습니다. 소설에 대한 대중들의 감상은 지극히 후한 편이에요. 절대 다수가 한가지 의견에 집중되어 있다면 그 의견은 가부를 떠나 '대중적'이라는 말이되요. 이 때 소수의 의견에 대해 '네가 뭘 모르네', '아직 더 읽어봐야겠네' 하고 매도할 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감상이라는 것은 그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굳이 대중성을 좇지 않아도 된다고 봐요. 고로 저는 이번 서평을 혹평으로 일관할거에요. - 그렇다고 제 취향은 비주류가 아니에요. 저도 딱딱한 인문서적은 각오 단단히 하고 시작하고요. 잘 넘어가는 소설류만 편식하는 영양가 없는 독서습관의 소유자랍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예측가능성'이었어요. 이 책은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그에 관련된 사람들이 비밀을 감추고 있으며, 이를 형사들이 파헤쳐나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관계나 비밀들이 폭로되면서 반전을 노리는, 전형적인 구성을 보여줍니다. 전형성은 결국 예측 가능함으로 귀결되요. 마을 내의 비밀을 담은 소설들은 으레 '마을사람이 진상을 감추기 위해 모두 관여를 하게되는데 그 중 가장 나쁜 놈 찾기'라는 형식으로 진행될테고, 그 주제는 마을의 구성원 전체를 아우르는 스케일 큰 이기심이 될테고.
약간의 개인적인 불평을 늘어놓자면 인물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기도 너무 버거웠습니다. 누가 누구 아들이고 누구랑 결혼했고.... 수십번 소설 앞 뒤를 왔다 갔다 했어요. 시점 전환이 잦았던 이유도 있었겠구요, 독일 이름이 익숙지 않은 연유도 있었지요. 어떤 추리소설들은 소설 시작 전에 따로 등장인물 란을 만들어 놓곤 하는데.. 절실했어요 사실.
사건의 외적인 이야기, 즉 형사인 주인공들의 개인사를 다룬 것 또한 독이 된 것 같습니다. 소설을 다채롭게 해준다는 면, 사실성을 보태는 면에서 매우 좋아하는 장치이긴 합니다만, 큰 줄기자체에 지루함을 느끼던 차에 이야기와 관계없는 곁가지가 자꾸 등장하다보니 분량만 많아지고 거슬리기만 하더라구요. - 사실 이 책은 시리즈인데요. 주인공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만큼, 인물들의 개인사를 상세히 풀어냈던 것 같아요.-
조그마한 반전으로, 실은 이 소설에 대한 실망감의 가장 큰 요인은 '베스트셀러'라는 허울에서 비롯된 과도한 기대감이었답니다. 소설 자체의 흠결이 불만족의 최대 빌미가 된 것은 아니었단 거죠. 다양한 불평을 구시렁거리긴 했지만, 이 책은 전형적인 이야기란 리스크 없는 길을 택했으므로 보통의 수준 이상은 보유했다는 설명이 맞아요. 하지만 거기에 과장된 기대가 얽히면서 이런 참사를 초래하게 되었네요 :(
걸론은 베스트셀러만이 능사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