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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스팡 수난기 -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몽테스팡 수난기의 작가 장 퇼레는 전작 '자살 가게'와 '중력의 법칙'으로 이미 몇 번 접해본 작가였습니다. 두 작품에 대한 느낌도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나고요. 그래서 이번 신간 발간 소식은 내용과 상관없이 큰 기대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발칙한 발상으로 저를 즐겁게 해줄지 말이지요.
표지에 커다랗게 써있는 것처럼 이 이야기는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몽테스팡 후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화려한 언변과 빼어난 미모를 한번에 가지고 있는 몽테스팡 후작부인. 허나 사치와 전쟁의 패배 등으로 공작의 재산이 모두 탕진합니다. 이에 후작부인을 절대권력 루이 14세에게 보내어 그의 환심을 사서 새로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 둘 사이가 심상치 않게 진행됩니다. 후작부인은 루이 14세의 애첩이 되고 급기야 그의 아이마저 가지게 됩니다.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던 몽테스팡 후작은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몽테스팡 후작은 아내를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눈물겨운 노력을 합니다. 제목의 '수난기'에서 느껴지실 겁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아내를 구하기 위한 몽테스팡 공작의 기발한 발상 등에 주안점을 두는 것은 또 아닌데요. 루이 14세라는 절대 권력 앞에서 재산도 없는 일개 후작이 하는 일이란 계란의 바위치기밖에 더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몽테스팡 후작의 아내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연애소설인가? 그것도 아닙니다. 물론 후작의 아내를 향한 사랑은 소설 내내 느껴집니다만 그 사랑을 되찾기 위한 과정들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합니다. 오히려 구차하고 심지어는 엽기적이기 까지 합니다. 후작의 '눈물'겨운 노력. 슬프고 감동적인 모습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안쓰럽고 연민이 드는 그런 눈물인 셈입니다.
오히려 이 소설 전체를 휘감고 있는 분위기는 풍자, 즉 블랙유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일단 몽테스팡 후작의 노력이 우스꽝스럽게(허나 진지하게) 그려지고요. 몽테스팡 부인의 스캔들을 둘러싼 각종 소문들이나 군중들의 익살스런 반응들도 자주 묘사됩니다. 루이 14세를 비롯한 고위부의 몽테스팡을 막기 위한 헛짓들도 익살스럽게 제시됩니다. 무엇보다도 제 뇌리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몽테스팡 후작부인인데요. 루이 14세의 애첩이 되면서 권력과 돈의 맛을 알아가고, 결국에는 타락하여 괴상망측한 행동들을 하는 것이 안쓰럽게까지 느껴졌습니다. 노골적인 성적 묘사도 자주 등장하는데요. 인물을 희화화시키는 장치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큰 불편함은 없을 듯합니다. (실은 좀 웃기죠.)
이렇게 소설은 블랙유머와 엽기라는 테마아래에서 최대한 충실합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면서 인물들 간의 대화나 행동 혹은 사건 등 다양한 요소를 까맣게 칠해버립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너무 풍자에만 충실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제가 본 장 퇼레의 전작들 <자살가게>와 <중력의 법칙>은 유머와 풍자 속에서도 꽤나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묵직한 소재를 풍자로 희화화하여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지요. 허나 이 책은 각종 인물들에 대한 풍자로만 끝을 맺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물론 몽테스팡 부인이 점점 변모해가는 과정 등에서 다양한 의미를 찾을 순 있겠지만 뭐랄까요. 전작들에 비해 그런 맛이 없어지진 않았지만, 조금은 희미해졌다고 할까요.
제 아쉬움과는 달리 이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도 꽤나 많으신 듯 보였습니다. 블랙유머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매우 만족하실 만한 책이네요. 뭐 저는 기대가 조금 컸던 탓에 좀 아쉽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장퇼레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보렵니다.
덧붙이는 말
오쟁이 지다 -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간통하다'를 뜻하는 우리말
소설 중반부부터 계속 나오는 표현인데 참조하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프랑스식 표현인줄 알고 각주만 찾아 헤매다가 시간만 날려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