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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발간되는 책들의 추세가 '표지에 힘주기'인가 봅니다. 추리소설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서정적인 사진의 표지(회귀천 정사), 지도처럼 겹겹이 접혀진 대형 표지(잘린머리처럼 불길한 것)등 보기만해도 구매욕구가 솟아오르는 표지들이 즐비합니다. 양보단 질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아 웰빙의 여파가 도서에까지 뻗어나간듯 합니다. 이번 책 '어나더'의 표지도 신경 꽤나 쓴 듯합니다. 아름다우면서 섬뜩한 표지의 한 여인(혹은 소녀?)의 얼굴. 이게 다가 아닙니다. 표지를 쭉 펼치게 되면 앞면은 물론 뒷면, 뒷면 날개까지 뻗어나간 여인의 머리카락을 볼 수 있습니다. 표지에서부터 청춘 호러 미스터리가 다 느껴지는 듯 합니다.
잠시 언급했듯이 이 책은 '청춘 호러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관시리즈'등 신본격의 대표주자로 잘 알려진 아야츠지 유키토. 얼마 전에 또 한 권의 본격추리소설 '살인방정식'도 출간했겠다 이번에도 논리와 트릭으로 가득 찬 소설로 지적유희를 보여주는가 싶었습니다만 전혀 예상치 못한 장르로 돌아왔네요. 그러나 걱정은 금물이었습니다. 이미 호러 미스터리 분야에서도 꽤나 정평이 나있는 듯 하네요.
아야츠지 유키토가 본격추리 작품만을 썼던 것은 아니다. 『십각관의 살인』이 나온 다음 해에 발간된 『진홍색 속삭임』이란 작품은 여학교 기숙사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그린 서스펜스 색채가 짙은 소설이다. 같은 서스펜스 노선의 작품인 『암흑의 속삭임』과 『황혼의 속삭임』을 묶어서 ‘속삭임 시리즈’라고 불린다. 그 밖에도 『안구 기담』이나 『미도로가오카 기담』 같은 호러 소설을 내놓는 등 본격추리에만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이다. - 알라딘 책 소개글
이 책은 도쿄에서 지방도시로 전학을 온 소년 코이치가 겪는 이상하고도 섬뜩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뭔가 부자연스럽고 공포에 휩싸인 듯한 그의 반 3-3반. 그리고 매력적이지만 뭔가 불편한 진실을 감추고 있는 듯한 소녀 에미. 급기야 그의 반 학우 하나가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면서 에미를 비롯한 3-3반의 저주스런 비밀이 그 진상을 드러냅니다.
제 입장에서 본 저의 감상은 일단 큰 만족을 얻지 못했습니다. 단 한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저는 호러장르보다는 논리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본격 미스터리 장르를 훨씬 좋아하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제 입장이라는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소설의 결말부에 모든 진상이 밝혀지면서 반전과 논리 등을 가미한 감은 있었지만 오히려 호러라는 장르와 잘 섞이지 못한 약간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느낌이랄까요.
주관을 지우고 책을 바라보면 참 괜찮은 책입니다. 일단 가독성이 굉장합니다. 눈 깜짝할 새에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600여쪽의 책의 두께가 무색한 정도입니다. 이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3-3반의 비밀을 영리하게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는 작가의 필력은 마치 영화 한 편을 멍하니 보고 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니 골치 아프게 머리 쓸 필요가 없습니다. 본격 추리소설이 아니니까요. 물론 작은 반전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조밀조밀 잘 짜놓은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을 처음 읽으시는 분들께 참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 책을 읽고나니
오리하라 이치의 <침묵의 교실>이라는 책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만족스러우신 분들은 <침묵의 교실> 괜찮을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