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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한줄로 말하자면>
'성장소설이고 청춘소설이며 연애소설이기도 한'이라는 설명이 탁월한 신경숙의 장편소설
<줄거리>
8년만에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와의 일들이 떠오릅니다. 윤교수와의 첫만남도 떠오릅니다. 어머니도 생각이 납니다.
나, 정윤의 청춘과, 좁다면 좁을 주위 인물들과의 소통, 성장, 그리고 헤어짐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간단한 몇줄 평>
예전이나 지금이나, 소설속 주인공들이나 나를 비롯한 젊은이들이나 청춘이라는 시절은 미래를 불안해하고 상처에 끙끙대면서도 서로를 보듬기도 하는 때인가봐요.
다만 조금 다른 점은, 지금의 나는 소설속 정윤처럼 먼길을 돌아 옥탑방에 돌아가보기도 하는 여유가 없다는 거네요.
<그리고 읽고나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 마련입니다.
제가 아는게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제 관점이 이러한 것인지
거두절미하고 저에게 가장 인상깊게 다가온 구절은 바로 정윤과 그와의 대화 한부분입니다.
-누군가 약속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의미 없는 일은 없다고 말이야. 믿을 만한 약속된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쫓기고 고독하고 불안하고 이렇게 두려움 속에서 보내고 나면 다른 것들이 온다고 말이야. 이러느니 차라리 인생의 끝에 청춘이 시작된다면 꿈에 충실할 수 있지 않을까? - p.107
문득 소설속 주인공들의 생각들과 행동들이 '정말 소설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제각기 나름의 고민과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름의 상흔을 치유하기 위해 혹은 이로 말미암아, 다양한 버릇이나 생각가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먹은 음식을 매일 기록한다거나, 집에서 일부러 먼 길을 택해서 귀가한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같은 20대인 소설속 주인공과 독자인 제가 비추어 졌습니다.
먼길을 돌아가는 여유보다는 토익 문제풀이 시간 몇초를 단축시키려 하는, 혹은 칼로리 계산을 위해 섭취한 음식들을 기록하는 제 모습.
분명한 건 세상을 마주하는 방식에 있어서 저와 정윤을 비롯한 소설속 인물들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시대와 우리의 시대 또한 다르고, 그들이 가진 아픔의 크기와 깊이 또한 저와 다르겠지요.
어느 모습이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안심이 되는 것은 상황이 어떠하든 20대라는 시절은 항상 성장을 고민하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때라는 것입니다. 군인의 신분인 단이부터, 언니의 기억속에서 항상 머물고 있는 미루, 연인 사이인 정윤과 명서, 그리고 시국에 견디지 못해하는 윤교수까지(20대는 아닙니다만). 모두들 저마다의 입장에서 고뇌를 항상 품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왠지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었습니다. 소설속 결말부는 20대를 지난 후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비극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새로워진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작가님은 그들의 대응 방식에 평가를 내리는 것이 아닌것 같습니다. 그저 그들의 대응 과정 자체를 보여주려 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세상에 대응하는 방법을 매력적으로 느꼈던 저는 나름대로의 성과가 있는 셈이지요.
소설의 일부분만을 주목하는 저의 짧은 감상에, 그리고 서평이라기보다는 넋두리에 가까워져가는 이 글에 살짝 노파심이 들긴 하지만
간만의 생각거리를 제공해준 책에 대해 솔직한 감상만이 예의라고 합리화 하며 글을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책의 또다른 한 구절로, 허점투성이인 제 글로는 표현하지 못한 저의 감상을 조금이라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나의 삶이 어디까지 이를지
그 누가 말해줄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폭풍 속을 거닐고 있는가.
물결이 되어 연못속에 살고 있는가.
아니면, 아직도 나는 이른 봄 추위에
얼어붙은 창백한 자작나무일 뿐인가?
-릴케. <나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