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의 The Western Canon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이탈리아어 (짐작인데 맞겠죠) 판 이미지도 뜬다. 영어판 표지는 

내 보잘것없는 미감에도 추하게 느껴지는 표지. 영어판 표지에 비하면 

이 이탈리어판 표지가 103배쯤 우월하다... 고 생각하긴 했으나, 조금 더 들여다보니 

영어판 표지도 아마 실제 의도와 달리 자기 희화화, 조롱하듯 보이지만 이 표지도 그렇게 보인다.  

정전은 유적이 아닌가? 그러는 것 같은. 




이것이 추한 영어판, 아마 초판 표지. 

더 찾아보니 다른 표지로도 나왔다. 




아래 포스트에 올린 인터뷰의 끝 부분에서 해롤드 블룸이 뉴트 깅그리치와 그가 강력히 대변하는 

미국의 몰락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한다. 뉴트 깅그리치. 한때 거물 정치인이었던 것 같긴 한데 "깅그리치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리고 재선에도 성공한다면 어떤 세계가 우리에게 닥쳐올지 나는 상상도 못하겠다" 같은 얘길 블룸이 하는 걸 들으니, 등장 인물들이 바뀔 뿐 세계는 영원히 같았다..... 가 차라리 더 맞는 거 아냐? Nothing ever stays the same 아닌 것 같다.  


깅그리치와 그의 정신적 (정신.. 이라는 말로 그들의 부패에 품위를 부여해선 안되겠지만 한 번만) 

형제들, 하여튼 그의 동류들을 "끔찍한 도덕적 백치들 hideous moral imbeciles"이라 부르면서, 그들이 셰익스피어를 읽었다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쓰면서 웃게 된다) 지금의 그들과 다른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기승전셰익스피어. 

가끔, 기승전단테. 


그런데 이것, 답이 없다며 그만 생각하지는 말아야할 문제. 그렇지 않나. 

도덕적 백치들을 어찌할 것이냐. 도덕적 백치들이 덜 나오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나는 셰익스피어든 단테든 혹은 아도르노든 

천천히 깊이, 할 수 있는 한 천천히 깊이 읽고 

그러면서 아주 많이 토론하고 쓰기. 이것이 인간을 더 윤리적이 되게 한다고 

조금 전 맥주 사오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믿어 봄. 믿음. 윗점은 '천천히'에 찍혀야 한다. 

하루에 세 줄. 한 번의 수업에서 세 줄 혹은 여섯 줄까지. 모든 문장에, 그 문장과 함께 혹은 그 문장에 맞서 생각해야만 답을 쓸 수 있는 질문을 주고. 모두의 답을 공유하고, 답들을 연결하고 확장하면서. 


바슐라르는 이미지 하나를 놓고 한 학기 수업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어떤 바슐라르 연구서가 전해주기도 한다. 그 정도 (정말로, 이미지 하나로 한 학기 수업) 하려면 

선생이 바슐라르여야 하지만, 일반적인 '진도'처럼 보이면서 실은 아주 느리고 깊게 읽기는 일반적인 

선생들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수업을 원하는 학생이, 없다시피일까. 나만 원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나라면, <계몽의 변증법>을 문장 단위로 답해야할 질문과 함께 읽는다면 좋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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