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간의 삶 전부를 보는 예민한 시각과 감정이 우리에게 있다면, 

우린 풀이 자라는 소리와 다람쥐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며 

고요의 너머에 있는 그 굉음 때문에 우리는 죽고 말 것이다."


bbc radio3 문학 팟캐스트에서 이언 샘슨이 연재하는 

죽은 작가들에게 보내는 편지들 중 조지 엘리엇 편. Middlemarch에서 위의 대목을 인용한다. 

"문학 밈이 되어버린 구절" "냉장고 자석용 인용구"라면서.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과연 그런 듯. 

그런데 저 대목에 이어지는 짧은 한 문장까지 (구텐베르크에서 검색하니 이 문장으로 문단이 끝난다)

담고 있는 이미지는 찾아지지 않는다. 이 문장까지 포함하면, "냉장고 자석용 인용구"로는 조금 부적절. 


"현실은, 우리 중 가장 영리한 이들도 멍청함을 두툼하게 껴입고 돌아다닌다.

As it is, the quickest of us walk about well wadded with stupidity." 


나보다 연상이며 혼자 사시는 여자 선생님 댁에 

주말 오후에 방문해서 내가 읽어간 한 챕터에 대해 얘기하고 듣기. 그렇게 읽고 싶은 책이다 Middlemarch. 

소설을 (책을) 잘 읽고 집중해서 생각, 상상하고 논의하기. 이런 것이 '정신의 삶'에 불가결하다는 믿음. 그런 

믿음이 있는 선생님. 지치지 않고 책의 전부를, 이미 읽고 얘기한 장들이든 아직 그러지 않은 장들이든 inside out, 

upside down,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즐거워하는 선생님. 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그런 선생님과. 그런 샘을 만날 

기회는 이제 영영 없을 것 같으니, 그렇게 읽는다면 어떨까 할 수 있는 한 상상하면서 (내가 1인 2역 ㅋㅋㅋㅋㅋㅋ) 

혼자서라도 읽어야할 책이라고 결정함. 


샘슨에 따르면, 엘리엇이 남긴 편지는 무려 9권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아래 이미지는 7권). 

편지까지야. 조지 엘리엇의 편지까지 읽고 싶어지기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런데 편지까지도 

자기 전부를 들여서 (장난으로, 장난 삼아 쓰더라도) 썼던 사람들의 편지에 있는 그.. 직접적인 위안력? 

"(타인의) 영혼이 자신과 나누는 내밀한 대화, 이것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다" 바슐라르가 감탄했다는 이 말. 

내밀해지는 개인. 그런 개인을 보는 게, 그 자체로 구원일 때 있지 않나. 암튼 편지의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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