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것들>의 엔딩은 

나탈리가 남편은 없이 딸, 사위, 아들 그리고 딸 커플이 낳은 아기와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저녁. 

"산에 사는 옛 제자" 파비안이 딸 커플 아기에게 선물로 보낸 책들을 나탈리가 이들에게 전해주는데 

얇은 어린이책 예닐곱 권이고, 철학 책들이다. 그 중 하나 제목은 <플라톤의 비밀>. 아기는 아직 아마 백일도 안되었음. 

나탈리 아들이 웃으면서 "철학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나요?" 하고, 나탈리의 답은 "이르긴 뭐가 일러." 


한국어 자막 그대로다. 이르긴 뭐가 일러. 

영어 자막이라면 어떻게 번역됐을지, 불어로는 어떤 어감으로 한 말인지 궁금해지던 대목. 

이르긴 뭐가 일러. 철학은 아무리 일찍 시작해도 충분히 이르지 않다... 고 강력하게 말하던 거려나. 


나탈리가 하는 철학 수업 혹은 토론 장면들도 꽤 있는데 

그녀가 루소의 말을 인용하고, <사회계약론>이 "인권 선언"과 대혁명에 영감을 주었던 일에 대해 말하는 수업도 있고 

진리는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 이 질문을 제시한 다음, 역사적 진리 중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으로 "바스티유 습격"을 예로 드는 장면도 있다. 


특히 이런 대사, 장면들이 

이 영화가 "(오히려, 지금) 철학하라!"고 하는 영화로 보이게 함. 

(오래 전 누군가의 서가에 제목이 Philosopher! 인 책이 있어서 오 제목이 <철학자!>인 책도 있네요? 했다가, 불어입니다... 던 답 들은 적 있다. 불어의 philosopher, 영어의 philosophize. 철학하라.) 여성 철학교사가 주인공이기 때문에도 그럴 수 있던 것이겠지만, 각잡지 않고 오글거림 유발 없이 철학은 영원히 적실해, 그런데 지금 더 적실해....... 이런 얘길 하는 영화.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중요하게 언급되는 점도 그래서 

과하게 의미부여하고 싶어진다. 비판이론이 가졌던 급진성, 이것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으니 

그 이해가 우리 시대의 과제. 이런 얘길 하고 싶었던 거 아니겠어? 


나탈리를 주인공으로 고등학교 철학 수업, 그녀와 그녀 제자들과의 관계를 주된 내용으로 한 40부작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철학도 영화에서 진지하게 (그리고 이 영화만큼, 아주 대단한 건 아니라도) 깊이있게

다루어지는 일은 드물지 않나. 여자 인물을 주인공으로 그러는 영화는, 그런 영화라고 들어본 영화가 있는 것도 

같지만 지금 생각나진 않는다. 그리고 여자 선생과, 그녀의 성인 남자 제자가 아무 성적인 무엇의 암시 없이 어른과 

어른의 인간관계를 갖는 일. 이것도 나는 이 영화로 처음 봄. 책으로도 본 적 없는 것 같다. 






영어로는 어린이를 위한 철학 책들이 어떤 게 있을까 검색해 봤다. 

책들도 있긴 한데, 수집용 카드도 나와 있었다. 지젝도 포함되어 있다니. 지젝은 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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