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안해야할 점이 또 있다. 바슐라르는 철학 교수자격 시험("아그레가시옹")에 통과했다. 

철학사 전반에 얕지 않은 지식을 가졌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는 철학사의 과거에서 무엇도 

물려받지 않으면서 자기 작업을 하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동시에, 철학사를 의식하고 있음이 

그의 글 어디서나 분명히 보인다. 필요하다면 그는 철학사에서 마음껏 차용한다. 또 독자를 

놀라게 하는 깊은 박식을 그의 글에서 느낄 수 있다. 바슐라르의 저술을 잘 알고 있는 한 친구가 내게 

"바슐라르는 그 모두를 혼자서 하는 사람"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말 그렇게 보인다. 현상학과 

정신분석을 말하지만, 훗설과 프로이트는 등장하지 않는다. 변증법이나 현상/본질(phenomenon/noumenon) 

같은 철학 용어들을 쓰지만, 그 용어들에 그 자신만의 구체적 의미를 부여해서 쓴다. 



구입신청했던 책 <바슐라르: 초현실의 철학> 받아왔다. 

"인트로덕션"에 저런 대목이 있다. 깊이 들어간다면 아주 재미있고 중요한 논의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은 

얘기들인데, 이어지는 장들 대강 넘겨보니 그러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바슐라르는 철학사와, 철학사 안에서, 무엇을 했는가. 이건, 그럴 역량이 되는 사람이 한다면, "니체는 철학사와, 철학사 안에서, 무엇을 했는가" 주제로 그런 사람이 할 때보다 어쩌면 더, 진정 흥미롭고 중요한 기여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뉴스도 봐야 하고 

맥주도 마셔야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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