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넌센스를 하나 혹은 이상 밝혀내는 일, 

언어의 한계에 이해가 자신의 머리를 부딪치며 얻은 혹들을 밝혀내는 일, 

이것이 철학의 결과다. 이 혹들이 우리에게 발견의 가치를 보게 한다." 


그들 자신 이 "혹들"을 경험한 적 없는 이들에게, 이런 설명이 말해주는 바가 

조금이라도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렇긴 한데, 비트겐슈타인의 방법은 이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이 심리적 문제에 관심 없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닌 것처럼. <철학적 탐구>는 -- 아마 그 어떤 다른 철학 고전보다 더 -- 독자의 지성만이 아니라 독자의 "참여(개입)"까지 요구한다. 다른 위대한 철학 저술들 -- 가령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 은 이 철학자가(쇼펜하우어가) "무슨 말을 했나 알고 싶은" 독자가 관심과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철학적 탐구>를 그렇게 읽는다면, 그것은 바로 지루한 책, 읽기 고역인 책이 된다. 그게 지성에 가하는 부담 때문이 아니고, 비트겐슈타인이 "하는 말을" 취합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상 이 책에서 그는 그 무엇도 "말하고" 있지 않다. 그게 아니고, 그는 혼란을 해결하는 테크닉을 제시한다. 그 혼란이 독자 자신의 혼란이 아니라면, 이 책은 아무 관심도 자극하지 않을 것이다. (366) 



어제 광화문 갔다가 집에 와서 

자기 전 이 책의 위 부분을 읽었다. 이 책 재미있고 좋은 책인데 

적지 않은 부분 열심히 그리고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노트는 하지 않았고 기억에 남은 것이 거의 없는 편. 

비트겐슈타인은 유튜브에서 관련 다큐멘터리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철학자와 그에 대해 만들어진 영상물... 그것의 양을 순위를 매긴다면 당연 top 10 안엔 물론이고, 아마 2위쯤 하지 않을까? 1위가 니체일 것 같다. 비트겐슈타인과 쇤베르크를 같이 살펴보는 다큐도 있는데, 그것 들어보다가 관심 새삼 자극됨. 


<철학적 탐구>가 다른 철학 고전들과 어떻게 다른가

잘 설명하는 것 같긴 한데, 하지만 만사 그렇듯이 이것도 정도의 문제. 

어떤 철학자가 "무슨 말을 했나 알고 싶어서" 읽는 건, 그 동기가 유지되는 한 결코 멀리 가지 못하지 않나. 

처음 동기는 그렇더라도 조만간 그의 문제가 내 문제가 되어야만, 멀리 가고 이해를 얻을 수 있지 않나.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가 

8시부터 들려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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