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 Lichtenberg, The Waste Book (2000) 



1846년 8월 10일, 극작가 프리드리히 헵벨은 

이후 자주 인용되는 다음의 문장을 일기에 썼다. "나라면 장 파울과 불멸이 되느니 리히텐베르크와 잊혀지겠다." 이 말은 요즘 독자들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게 할텐데, 장 파울의 불멸은 실상 요절한 반면 리히텐베르크는 계몽시대 독일을 대표하는 저자들 중에서도 가장 널리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1799년 2월 24일 그가 세상을 떠나고 두 세기가 흐르는 동안, 그는 독일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되는 데 거의 성공했다. 괴테는 연구할 가치가 -- "극소수의 저자만이 갖는 방식으로" -- 있는 저자로 그를 칭송했다 (Goethe commended him as being worthy of study "in a way that few are."). 쇼펜하우어는,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므로 생각하는 진정한 철학자로 그를 지목했다. 니체는 리히텐베르크의 단장들을, 괴테를 제외하면 읽고 또 읽을 가치가 있는 단 네 권의 독일 책들에 포함시켰다. 





*게오르크 리히텐베르크(1742-1799)의 단장들을 모은 책. 

위에 옮겨 온 건 역자 해설의 한 대목이다. 역자는 니체 번역, 연구로 유명한 R. J. 홀링데일. 


괴테를 제외하고, 읽을 가치가 있는 단 네 권의 독일 책들에 니체가 이 책을 포함시켰다는 얘길 보니 

왜 이 책을 이제야 알게 됐나 이상하기까지 하다. 이런 책이 (저자는 물론이고) 있는 줄을 안 게 한 달이 되지 않는다. 실은 이 때문에 며칠 정신없고 극히 심란했던게, 누군가 "아래의 단장을 니체가 썼을 것 같은가? (단장 인용) 니체가 쓴 것처럼 보이겠지만 아니다, 18세기의 리히텐베르크가 쓴 것으로서..." 이런 얘길 쓰고 있는 걸 보고, 그런데 인용된 단장이 거기 담긴 사상이나 그걸 담고 있는 언어나 막강해서 (세상엔 정말 좋은 책이, 숨은 좋은 책들이 있구나..) 거기서 바로 알라딘에서 주문을 했는데 


책을 받고 보니 어디서 읽었는지, 그 막강했던 단장은 어떤 거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음. 책을 받고, 아 맞다 어디서 이 책 얘길 하는 걸 보고 내가 산 책인데 그 책은?? 

도저히 기억할 수 없음 앞에서, 순간 머리가 날아간 것같고 속이 (내장 전부가) 탈탈 털리는 느낌? 망연자실. 

한 달 안쪽이므로 책상 오른쪽에 쌓여있는 책들을 다시 뒤지면서 (우선 색인부터)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어제 오늘 뒤졌음에도 찾지 못함. 


영혼이 털린 상태에서... 

내 영혼을 그런 식으로 턴 책에 대한 기록을 일단 이 정도 남김. 길게 이 얘기 저 얘기 산만하게 쓰려고 했는데, 이 지점에서 기운이 쭉 빠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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