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한 사람이 관습에 묶인 사회에서 살 때 어떤 위험이 있는지 쓴 영국인이 있다. "이렇듯 이질적인 인물은 

처음엔 그 사회에 순응한다. 그러다 슬퍼하고, 그러다 아프고, 그러다 죽는다. 셸리는 뉴잉글랜드에선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에서 셸리, 셸리의 족속은 나올 수 없다." 우리의 횔덜린과 클라이스트, 이들 말고도 얼마나 더 있을지 누가 알랴만, 이들은 그들의 비범함 때문에, 그리고 소위 독일 문화라는 것의 기후와 풍토를 견딜 수 없어서, 파멸했다. 강철같은 본성을 타고난 사람들만이, 베토벤이나 괴테, 쇼펜하우어, 바그너 같은 사람들만이 꼿꼿이 서 버틸 수 있는 곳이 독일이다. 하지만 이런 강한 사람들에게서도 오랜 세월 진을 빼는 투쟁이 남기는 흔적을 본다. 이들은 숨을 거칠게 몰아 쉬고, 걸핏하면 소리 지르며 말한다. 괴테와 알고 지냈던 프랑스 외교관이 있었다. 괴테를 본 그는 "보라 여기 큰 슬픔을 알았던 사람이 있네! Voilà un homme, qui a eu de grands chagrins!"고 말했다 하는데, 괴테 자신이 이 말을 "고생 깨나 했던 또 한 사람이 여기 있어! There is another one who has had a hard time of it!"고 번역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우리가 견뎌야했던 고통의 흔적이 우리 얼굴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인생에서 우리가 했던 일에서도 그같은 흔적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은 당연하다." 이게, 독일의 문화적 속물들이 독일인 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독일인이라고 불러대는 바로 그 괴테다. 그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따라서 그들 사이에서 사는 건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임을 증명하고자 해서다. 그들 사이에서 살면서 불행하거나 외롭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어서라고 말하는 것이다. ("교육자로서의 쇼펜하우어" 3절)




한국 현실로 바로 번역되는 문장들이 가장 많은 니체 책이 <반시대적 고찰>일 듯. 

"거칠게 숨을 몰아 쉬고, 걸핏하면 소리지르는" 사람들, 그들이 꼭 강한 사람들은 아니더라도 그들 역시 진을 빼는 투쟁을 오래 견딘 사람들이라, 그들이 바로 세 명쯤은 보이는 것 같다. 슬퍼하다 아프고 죽은 사람들... (한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