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핏언더 5시즌에서.
루스의 동생이고, 그러니 클레어에겐 이모인 사라가
같이 등산하던 친구 피오나를 실족사로 잃음. 피오나의 장례는 피셔네 장의사에서 치러지고
장례식 전날 사라, 루스, 그리고 처음엔 사라 쪽 사람이지만 루스의 절친이 되는 베티나(캐시 베이츠) 세 사람이 술을 마심. 술은 거의 사라 혼자 마심. (이런 디테일도 좋다. 나도 한 38회 그래봤던 것같다. 여자 셋이 있으며 나만 술마심....;;;)
피오나의 죽음을 자책하는 사라에게
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 이라자
Oh Fuck off! 라며 폭발하는 장면. "그럼 할머니가 다리를 잃은 데도 이유가 있고
쓰나미와 전쟁에도 이유가 있고 (*사지를 흔들고 온몸으로 저항하며*) 조지 퍽킹 부시가 재선된 데도 이유가 있어??"
이 장면
처음 보던 때도 좋았다. 단호하게 병나발 부는 것부터 ;;
많이 울고 망가진 상태에서 소리소리 지르는 것도 참으로 리얼하고
진정하라고 속삭이는 루스 옆에서 베티나는 "냅둬.. (어떤 뻘짓하나 보게).." 이러는 것도 웃겼고
"조지 퍽킹 부시"라고 부르는 것도 처음 보던 땐 HBO만 이럴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정도지만 나름의 충격이었다.
사실 더 좋은 장면은
여기 바로 이어지는 장면.
굉장히 좋은 장면임에도 뜻밖에 유툽에서 찾아지지 않는다.
이렇게 부시도 욕하고 자신도 비난하면서 술에 떡이 되었을 사라가
다음 날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이미 일어나 아침 식사 준비 중인 부엌의 루스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녀가 루스에게:
I am the asshole at the center of the universe,
forgetting how vast the universe is, how nothing is within our control.
An idea both terrifying and beautiful.
이런 대사를 사라라는 인물에게 준 건
"일급의 각본" 같은 말로도 한참 모자랄, 정말 TV 역사상 유례가 없는 뛰어남일 것이다.
이런 대사와 이런 장면이 (아무리 HBO라 해도) TV에서 나오다니......... 믿기 힘들다는 경이감
그런 거 느끼면서 보던 기억이 남아 있다.
한국의 HBO가 ("한국의"란 말로 종류는 비슷하더라도 수준으론 한참 떨어짐을 뜻하는 거 말고, 진정 종류나 수준에서나 HBO와 동급인 TV 채널) 있다면 매일매일 놀라고 그거 하나 때문에라도 사는게 흥분되고 재밌을 것이란 상상을 해보게 된다. 한국의 브렌다, 루스, 사라, 이런 인물들이 나오는 드라마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