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럽에서는 검역 제도처럼 민족과 민족이 갈라지고 서로 차단되어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너무 분방하고, 너무 악의적이고, 너무 제멋대로이고, 너무 훌륭한 교육을 받았으며, 너무 여행을 많이 했다. 우리는 산 위에서 사는 것, 멀리 떨어져서 "반시대적으로" 사는 것, 과거나 미래의 세기에서 사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독일 정신을 허영심에 들뜨게 하여 황폐화시키는 저 옹졸한 정치의 목격자로서 느끼는 분노를 경감시킬 수 있다. 




출전은 <즐거운 학문> 377번 단장이다. 책세상판 번역으로 옮겨 적으면서 아주 조금 바꿈. 

밑줄 친 부분, 영어판에선 이렇게 되어 있다. For that we are too open-minded, too malicious, too spoiled, also too well informed, too "traveled": we far prefer to live on mountains, apart, "untimely," in past or future centuries, merely in order to keep ourselves from experiencing the silent rage to which we know we should be condemned as eyewitnesses of politics that are desolating the German spirit by making it vain and that is, moreover, petty politics. 


저녁을 좋아하는 반찬 (시금치무침, 동태전) 만들어서 먹고 

이 단장 읽다가 이 문장에서, 예상 않던 일인데 격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니체 언어로, 발이 가벼워졌다. 몸은 춤추게 되고...;;; 공기는 차고 건조하다. (에어컨, 언제나 자동건조 설정). 이 대목 읽을 때 이미 산에 와 있는 거 같았고, 당장 오늘 저녁에라도 고정 독서대에 몽테뉴 전집을 펴서 고정해두고 매일 한 번 이상 16세기로 가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20세기의 어떤 연대도 허락되지만, 21세기는 2016년으로는 오지 않는다. 그러다 


분방함. open-minded. 이 둘을 놓고 잠깐 생각하다 

아 내게 독어 원서도 있지 참. ㅋㅋㅋ 독어 어휘는 어떤 건가 찾아보았다. 

그 단어는, unbefangen이었고 이 단어를 독영사전에서 찾아보니 impartial. 

독한사전에서 찾아보니 공평무사한, 솔직한, 자연스러운. 


이 단어의 의미도 감격스러웠던 것임. 아아. impartial. 이 말은 얼마나 멋진 말인지. 으흑으흑. 혹은, 하악하악. 

무사한. 이 말도. 자유인. 


프란츠 오버벡이 니체와 야콥 부르크하르트의 관계에 대해 말하면서, 

니체 편의 일방적인 추종 관계였고 부르크하르트는 그를 언제나 불편해 (혹은 무서워) 했다.. 고 하던 때. 그리고 니체와 그 자신의 관계에 대해선, "그에게 진정한 친구는 없었다. 그의 사상에 따르면 진정한 세계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친구들에게 그는 언제나 "난제"였다"고 하던 때, 그럼에도 니체가 쓰러지자 바로, 만사를 제쳐두고 그를 구하는 일에 합심하는 두 사람을 기억하면서 감동했었다. 편파적이지 않을 때, 그럴 때 진정 편파적일 수 있다니깐. 아니아니, "정의가 사랑에 앞선다"일 때 사랑할 수 있다니까. 오버벡이 쓴 어떤 글엔, 니체의 마지막 편지를 받자마자 놀라고 걱정하며 바로 그를 찾아온 부르크하르트를 기억하는 내용이 있다. 부르크하르트는 오버벡과도 별 친분이 없었음에도, 그가 니체와 가장 가까운 사이라는 걸 알고. 그 대목도 예상치 않게 감동;; 감동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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