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x Feet Under의 의외의 명대사로 올리비에가 클레어의 첫 전시회에서 하는 말이 있다.

바깥의 인정을 받는 기쁨에 취해 (화장실에서 코케인인가 마약도 하지만) 기고만장한 클레어에게, 올리비에:

"최초의 성공. 다음엔 바로 타락이 오지. (너라고 예외이겠니?)"

 

(*마침 딱 맞는 이미지가 구해진다. 바로 그 말을 하는 때의 올리비에.

그리고 전시회의 클레어. Six Feet Under는 아무리 안 보더라도 몇 달에 한 번씩은 봤던 거 같은데,

그렇다고 치면 지금, 굉장히 오래 (적어도 1년 넘게) 안보고 있던 중, 이 이미지 보니 미친 듯이 보고 싶어졌다.

예전에 그랬듯이, 미친 듯이 술을 마시며.......; 그럴 수는 없지만.)

 

성공은 타락의 어머니.

아마 저것을 법칙으로 여겨도 되지 않을까.

일찍 성공하는 경우엔 거의 예외가 없고, 심지어 늦게 성공하는 경우에도, 성공 이후 곧장 타락하는 일이,

그렇지 않은 때보다 훨씬 (정말, 훨씬) 많은 거 같다.

 

지금 생각하는 하나의 예는 알랭 드 보통. 그의 책을,

외부적인 이유로 강제로 읽어야 하는 게 아니면 찾아 구해서 읽을 일은 없을 거라고 몇 년 전부터 생각하기야 했지만,

요즘 어쩌다 보게 되면 (미국에서도 아주 성공적인지라, 여러 곳에서 출연했다), "세상을 다 얻는다 한들, 영혼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지?" 헨리경이 도리언 그레이에게 하는 이 질문이, 정말 이것이 가짜 질문일 수가 없는 사례가 저기 있다고 생각하게 될만큼,

 

영혼을 잃은 어떤, 세상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대머리) 남자,

그런 남자가 앞에 있는 것이다. 그의 데뷔작 Essays in Love 에는, 만일 이 소설이 주목을 받지 못했고 그가 이후 계속 고생만 해야 했다면, 그럼에도 꾸준히 뭘 쓰긴 썼다면, 지금의 그보다 더 좋은 작가가 되었을 거 같다고 생각하게 하는, 좋은 재능과 평범하지 않은 정신이 있는 거 같긴 하다. 그것이 반, 나머지 반은 이미, 영리하지만 타협적이고 순응적인 정신.... 이런 것이었겠지만. 어쨌든 바로 그 '반'의 문제에서 말이다. 그것을 개척할 기회가, 그가 실패를 했다면 주어졌을지 모른다.

 

그런데 실패/고생도 타락의 어머니일 때가 참 많은 걸 생각하면,

성공하고 타락하는 것이 낫겠다.




*내 삶에 있었던 가장 아름다운 우연. <식스핏언더>가 그런 것이고. ;;;;;;

대학원 시절 이 명대사 저 명대사, 감격하고 열광하며 기록 많이 남겼다. 그 중 지금 기억나서 찾아온 게 위의 포스트. 

그런데 정말, 예외라면 누가 있을까? 성공했으며 타락하지 않은 인물. 성공 전에도 타락한 사람이라서 이 질문이 해당하지 않는 경우들 빼고. ;;;;; 아니면, 알랭 드 보통과 비슷한 사례라면 누가 있을까. "great" ("great American novel" 같은 구절에서) 이 말을 써도 될 무엇을 해낼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그러지 않았고 mediocrity, philistinism, (또 어떤 단어들이 있을까, 하여간) 영합의 길을 간 사람. 


니체가 간 길은, 

그냥 그 길만으로도 그가 위대해진단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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