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나 아니면 사조, 혹은 현상 하나를 주제로 20분 정도 대담하는 팟캐스트 Minerva가 있는데 

여기 스티븐 내들러가 한 번 출연했다. 주제는 스피노자. 내들러가 말을 참, 잘 하고 목소리도 들으면 바로 끌리는 목소리. 이 에피에서도 그렇다. 그를 선생으로 스피노자 (뿐이겠어, 누구든. 그가 잘 모르는 사람이라해도 좋으니 모두) 배우고 싶어진다. 끝나기 전에 스피노자에게 자기 인식에 대해 말하면서, 


"인간이 자연의 한 부분임을 아는 것. 

감정과 의지의 영역에서도 자연의 법칙에 종속됨을 아는 것. 

이것이 스피노자에겐 중요한 moral step이다. 이런 자기 인식이 있을 때, 

slings and arrows of outrageous fortune을 견디며 자신을 이끌 힘을 갖는다." 


이런 얘길 한다. <햄릿>에서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그 명대사 (명대사. 쓰고 보니 이제야 처음으로 말뜻에 합당하게 쓰는), 거기 등장하는 저 유명한 구절을 잠시 망설이다 쓰면서 말하고 나서, You're an English major, you get the reference. 라고 덧붙인다. 그런데 그 때 그 말투가, 아주 뭐랄까 음악적이고 매력적이다. 





내들러의 한 인터뷰 링크. 

http://www.3ammagazine.com/3am/on-descartes-spinoza-for-sure/


나는 저 대목이 듣자마자 사무치더니 오래오래 기억했고 생각했다. 

이 말의 한국어 대응문을 할 수 있는 한 (내들러라는 사람의 말투, 어휘등을 고려하여) 정밀하게 만들어 본다면? 


"영문과 나왔으니 아시잖아요."

"영문학 하셨으니 지금 제 말 출전은 아실 거에요." 

"영문학 전공이셨으니까 레퍼런스는 제가 말할 필요도 없겠고..." 


한국어로는 이 (이런 하찮은) 말도, 내들러가 하듯이 하기는 참 어렵다는 결론을 나는 내리고 맘. ㅋㅋㅋㅋㅋ; 

그리고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자문했는데, 그에 대해 나온 자답은: 한국에서는 정신의 삶이라는 것에 근접하고 그것을 살아야 마땅한 사람들도 (ex. 교수들) 정신들이 대개는 난폭하고 유치하다. 난폭함이 유치함이고, 유치함이 난폭함이다. subtlety, 이런 것이 전적으로 불가능한 정신. 무엇으로도 그게 "art"가 되게끔은 못하는 정신. 



*표현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했다는 게 아니라, 

내들러처럼 '발화';;;;(가 맞는 말이겠지)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렇게 발화될만한 맥락이, 한국에서는 그런 맥락조차도 사실 어렵다는 생각도. 

다들 어째 그냥 (말 줄임....) 


**하긴 내가, 나야말로 그렇다보니 알아보고 괴로운 걸 수도. 나나 잘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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