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샹포르 챕터도 있다. 이런 대목이 있다: 


"유쾌한 풍자와 멸시 어린 관용"을 결합한 태도로 세상을 대하라는 샹포르의 조언은 아마도 본인의 호된 경험에서 나왔을 것이다. 사교계 살롱에서는 그가 사생아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들먹였고, 문단에서는 각별한 벗이라 믿었던 이들이 되레 그의 영광을 저지하려고 발악했다. 무엇보다 몰락한 귀족들은 뻔뻔하게도 언제나 그를 하인 취급했다. 


기대했던 챕터인데 이것도 좀 시시했다. 샹포르에 대한 얘기는 한 15%? 나머지는 몰리에르의 <인간 혐오자>와 저자 자신의 인간 혐오에 대한 얘기. 



















전에 샹포르의 이 전기 읽으면서, 좋았던 대목들을 쪽수 표시 거의 안하고 옮겨둔 적이 있다. 


"왕정의 몰락을 재촉한 급진적 과잉과 한편이었지만, 동시에 그는 공화적 절제를 향한 탁월하고 편파적인 옹호자였다. 어조에서 프랑스의 귀족 전부를 능가할만큼 귀족적이었으면서, 또한 그는 민중적 분노와 함께 살롱들을 향한 격한 조롱을 할 수 있었다. 극단적으로 연극적인 사교계의 스타였으면서, 또한 그는 역사에 출현했던 가장 세련되고 그러므로 가장 부당한(부정한) 문명들 중 하나인 이 문명을 향한 가장 가혹한 비판자였다... 샹포르는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이끌렸다. 미라보는 그를 일종의 초인으로 숭배했고 니체는 그의 엘리티즘, 인간혐오, 비관주의를 칭송했다." - 저자 서문. 

"샹포르는 요동하는 역사의 어떤 격렬한 징후였다. 그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고름이 1789라는 화산 폭발의 예고였달까. 그가 살았던 세기는 천재가 행복해 보였던 시대, 광인이 극히 희귀했던 시대 (심지어 드 사드나 마라도 광인 축에 들지 못했다), 심리학적 탐구를 자극할 사례가 드물었던 시대, 프랑스를 향한 수많은 비난의 이유였던 침착한 절제가 실제로 탁월한 결실을 맺었던 시대였다. 그러니, 사랑에서 문학에서 혁명에서도 불행했던, 그러나 동시대인 누구보다 예민하게 살아있었고 심오했던 샹포르가 이 시대의 안티테제이자 동시에 상징이 된다. 그가 체현하는 이 특별한 시기, 구체제가 신질서와 불가분이던 시대에 지금 나는 그러고 싶지 않으면서 안녕을 고한다." - 저자 서문. 


샹포르 자신의 말들: 

"인류를 기만한다는 그들의 목표에 언제나 충실한 신학자들, 인류를 억압한다는 그들의 목표에 언제나 충실한 정부의 심복들이, 순수히 기계적인 육체 노동이 가져오는 우매함의 저주가 대부분의 인간에게 당연한 운명이라고 저희들끼리 가정한다.... 하지만 이 하층계급의 우매화에 동원되는 시간과 노력의 단 1/4이라도 이들의 계몽에 쓰일 수 있다면. 부조리하며 불가해한 형이상학 교리문답을 그들 손에 쥐어주는 대신, 인간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기본 원리의 교리문답을 그들에게 전해준다면.... 그러면 우리는, 자연이 인간을 사회 속에 살게끔 창조했을 뿐 아니라 그 사회를 이성적이 되게 하는 데 필요한 양식과 분별력 또한 인간에게 주었음을 알아볼 것이다."


"학교: 오직 우연만이 동급 아닌 정신들을 묶어 같이 기도록 강요하는 감옥." 
"자연의 악을 알아가면서 우린 죽음을 경멸하게 된다. 사회의 악을 알아가면서 우린 삶을 경멸하게 된다." 
"What is a philosopher? 자연을 법과, 이성을 관습과, 양심을 의견과, 자신의 판단을 불의와, 대결시키는 사람이다." 


"고대 철학자들에게서 내가 존경하는 건, 자기 삶이 자기 글에 따르게 하고자 했던 그들의 욕망이다. 실천적 도덕이 그들 철학의 진정한 본질이었고 그래서 많은 철학자들이 한편의 저술도 쓰지 않았지만 그들 학파의 수장이 되었다.." 

"누구도 자기라는 사람을 통해 철학의 법칙을 실현하고자 하지 않는다. 아무도, 스토아파의 일원임을 맹세했으면 스토아파처럼 살기위한 자기강제를 실천한 고대인처럼, 소박한 헌신의 철학적 삶을 살지 않는다. 현대의 철학하기는 예외없이 정치적이다. 정부, 교회, 학계, 관습, 유행, 인간의 용렬함이 철학을 감시하며, 그 감시 속에서 철학은 가짜 학식으로 제한된다." - 이건 샹포르와 강력히 공명하는 니체. 

"철학자를 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철학자는 실상 공공의 적이다. 인류가 벌이는 여러 협잡 앞에서 철학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나는 널 너라는 인간 자체로 판단할 것이다. 너의 진짜 가치에 따라서만 볼 것이다." 이처럼 타협없는 선언을 하는 누구이든, 사람들의 존중과는 아무 멀리 멀리멀리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인류의 불운이며 독재자들의 행운. 짓밟힌 자들에게, 포획되면 번식을 거부하는 코끼리의 본능 혹은 품위가 없다는 것."


샹포르를 알았던 이들의 말들: 

"샹포르는 혁명을 가장 바랬고, 기다렸고, 환기했고, 가슴에 품었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 샹포르의 지인 


"그의 푸른 눈은, (그의 정신이 휴식할 땐) 차갑고 차단막을 친 것같았지만, (그의 정신이 활기를 띠면) 번개 치듯 반짝였다." 샤토브리앙. 


"그의 머리, 내가 살며 알았던 가장 강력한 감전을 주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 즐거움에 어떻게 저항하랴."

- 미라보. 


"평범함과는 전혀 거리 멀었던 미라보는, 그들의 가짜 로마인들의 시대에 드문 진정 강인한 한 인물을 샹포르에게서 보았다. 미라보는 자신이 존재하는 모두에 우월하다고, 하지만 그가 되어야할 바로 그 인물보다는 열등하다고 믿었으며, 이제 샹포르를 통해 자신을 완성하고자 했다. "난 나의 요람과 배내옷을 너무 늦게 떠났어요." 미라보가 샹포르에게 쓴 편지다. "인간의 관습이 너무 오래 내 목을 졸랐어요... 내가 당신을 만난다는 이 행운을 10년전에 가질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나의 걸음은 얼마나 더 단단해졌을까요!" 미라보의 마조히즘적 우주를 채웠던 그의 부친의 회초리질을, 이제 샹포르의 의견들이 교체했다... 미라보는 그의 양심, 그의 모랄리스트가 되어줄 누군가를 찾은 것이다." (91). *이건 쪽수를 적어둠. 


*청소년기에 알았다면 그때부터 좋아해서 평생 읽었을 저자들. 

이렇게 생각하게 했던 이들은 세네카. 그리고 샹포르. 이들을 좋은 번역으로 일찌감치 만났다면, 

인생이 달랐을 것이다. ;;; 레알. ;;; 이들 말고도 무수하겠지. 사실 셰익스피어도. 


**"셔츠가 블라우스에 선행하듯이, 정의가 너그러움에 선행한다" 샹포르의 이 말도 내겐, 

심오하고 진리인 말. 프랑스 사람만 (18세기) 할 수 있는 말일 것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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