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트레아몽>에서 바슐라르가 이 책을 중요하게 참고한다. 


로트레아몽에게 그렇듯이, 프티장에게도 초월은 멀리서 일어나지 않는다. 프티장에게, 보기는 언제나 조금은 미리보기다 (예견이 봄에 내재한다, foreseeing is immanent in seeing). 조금 미리 볼 때에만, 우리는 잘 볼 수 있다. 그러니 시각에 대한 심리-생리학적 성찰이 우리에게 "자연의 심리학 psychics of nature"을 줄 것이며, 인식의 객관성에 대한 성찰은 우리에게 "사고의 물리학 physics of thought"를 줄 것이다. 이미지와 상상력은 힘의 영역에서 작용과 반작용만큼이나 긴밀히 결합한다고 우리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쓰고 나서, 여기 주석을 붙이고 이 논의가 실은 프티장의 이 책을 참고하는 논의라고 밝히고 있다. <로트레아몽>은 <불의 정신분석> 다음에 나온 상상력 연구. <불의 정신분석>은 실은 과학철학 책이 되려다가 그러지 못하고(않고) 끝나서 보니 상상력 연구의 영역으로 (아주 깊이는 아니고)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런 책. 그래서 <로트레아몽>을 바슐라르가 쓴 최초의 본격 상상력 연구로 볼 수 있는데, 위에 적힌 내용들이 더 상세하고 매혹적으로 탐구되는 걸 <공기와 꿈> 같은 책들에서 볼 수 있다. (*사실 지금 좀 놀라면서 읽음. 그의 역동적 상상력 이론의 시작이 여기 있었다.. 면서). 그런데 그의 논의, 이론에 직접적이고 깊은 영향을 끼친 책이 있다면? 그게 이 책이라면? 


이어 프티장의 책에서 좀 긴 직접 인용을 하는데: 


객체와 주체를 잇는 상호 의무. 상상력을 통해 자신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하여, 객체는 주체를 필요로 한다. 이것이 객체의 실현(충족)이다. 객체는 주체의 자리를 차지하고, 상상력이 그에 기대어 펼쳐질 경첩을 제공하며, 영원히 자신의 우연성을 삭제한다 (... and the object taking the place of the subject as the hinge over which imagination folds, forever abolishing its randomness). 


영어 역문도 같이 적어둔 저 대목은, 주-객체 분리의 무화.. 라는 것이 어떤 건지를 이보다 더 잘 말할 수는 없지 않나? 감탄스러웠다. (번역은 당연, 타협하고 포기하면서, 일단 나오는 대로.. 번역).  


이쯤 되면 영어 번역이 있다면 바로 구해 둘 책. 

아마존 검색을 해보니 영어 번역은 나온 바 없는 듯하고 불어판은 상품 정보가 있지만 중고본은 등록된 게 없다. 아마존 프랑스에는 1건 등록된 게 있는데 99 유로. 국내 대학에 한 곳 정도엔 있겠지... riss.kr에서 검색하니 한 곳도 검색되지 않음. 책이 아주 궁금한 한편, 이 정도면 '무슨 수를 써도 구할 수 없던 책'으로 여기고 포기해도 되겠는 안도감도 든다. 


국내에, 개인 소장으로라도 한 권 쯤은 존재하는 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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