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osity"가 주제인 글을 읽으면 

베유의 이 말 포함 세 인용문을 놓고 얘기해보기도 한다. 

샹포르의 "정의가 너그러움에 선행한다. We need to be just before we are generous, as we need shirts before ruffles." 그리고 제인 마커스가 타계했을 때 누군가 조의를 표하며 썼던 "Jane Marcus was a passionate thinker and her generosity was legend." 


이 인용문들을 놓고 "generosity"에 대해서도 얘기하지만 

번역불가인 말들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다. "generosity" 이 단어부터 사실 번역불가. 

"돈을 잘 씀"의 의미에서 "활수함"이라면 정확히, 모자라거나 오도함 없이 번역되지만 이 말이 주로 쓰이는 다른 의미에서면 그렇지 않음. 베풂. 너그러움. 관대함. 이 말들은 모두 상하관계를 전제하므로. 모두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 일들. 약자가 강자에게 베풀거나 너그럽거나 관대할 수 없음. 영어에서 이 말이 쓰일 때 단순히 "잘 준다" 의미가 아니라 타인의 행복, 복지에 대한 적극적 관심이 있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다.. 는 의미일 때가 많고, 이 말이 그런 의미로 쓰일 수 있으려면 인간 관계가 평등해야 한다. 최소한 평등의 이념이 지배적이어야 한다. 


어휘마다 그리고 어휘들이 모여서 만드는 문장들마다 갖게 되는 공간이 (그 안에 들어가 의미를 탐색할 수 있는) 있다고 치면, 영어로 쓰면 넓고 트여있던 공간이 한국어로 옮겨지면서 갑자기 축소되는 일. 이런 경우에도 반드시 번역불가.. 인 (그게 어휘 자체든 아니면 그 어휘로 담고자 한 감정, 생활세계 그런 것이든) 무엇인가가 있겠지. 베유의 문장이 그 한 예이기도 하다. 수업에서 이 문장을 같이 얘기해보면, '아 이 문장은 실은 그보단 훨씬 더 심오하고 심오하게 모호한 문장이야.. 아주 아주 넓고 큰 방이야..' 같은 생각을 하면서 학생들 얘길 (친구가 내게 해 준 특별한 배려가 고마웠을 때. 같은 얘기) 듣게 될 때가 있다. 하긴 심오하고 심오하게 모호한 문장이니, 말할 수 없는 무엇을 말하는 문장이기도 한 거고, 그러므로 그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얘긴 또 (그처럼 우리의 차원으로) 번역된 얘기일 수밖에 없겠지. : 이 방향으로 생각을 고치기도 하면서. 


어휘, 언어의 공간이 넓어지는 건, 

(당연하다만) 좋은 작가들이 많고, 좋은 번역도 많고, 좋은 (철학자, 사회학자, 공학자.. 등등 list goes on) 저자들의 작업들도 많고. 그럴 때 조금씩 일어나는 일인 거겠지. 지금 영어의 유연성과 힘엔, 정말 놀랍고 뜻밖에도 버지니아 울프 혼자서 1/100 정도의 기여를 했던 건지도 모르지.. : 이런 생각 하게 될 때도 있다. 1/100? 무엇의 1/100? 이라고 반문한다면, (....) 그러게, 미친 생각인 거지. ㅋㅋㅋㅋ;; 


그리고 당연히, 평등하거나 평등에 대한 믿음이 강력히 존재해야, 

확장이 어려움 없이 일어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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