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해리슨의 Entitled Opinions는 

스탠포드 라디오 방송국에서 방송하지만 팟캐스트앱에서 받아볼 수도 있어서, 하여튼 라디오쇼, 혹은 팟캐스트. 걸으러 나가면 주로 이걸 듣는다. The New Yorker에서 했던 Out Loud가 거의 해리슨의 Entitled Opinions에 필적하게 재미있고 좋기도 했는데 Out Loud는 종방. 해리슨의 것은 11년째 ('11년째라니, 믿을 수 있습니까?' 요즘 에피들에서 자주 그 자신 말한다), 스탠포드의 지하 무덤에서 지성의 불씨를 지키고 있는 중 (이것도 해리슨 자신의 표현이다. 별로 오글거리지 않았음). 


반지성주의자는 더 이상 듣지 말고 please tune out now. 

그런 취지의 경고로 시작할 때가 있는데 (정기적으로 그래 주어야 한다며), 

그 경고의 메시지에서 그가 몇 번 인용했던 게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의 한 챕터 제목. 

영어로는: A chapter that can be skipped by anyone who has no very high opinion of thinking as an occupation. 한국어판 찾아보니 한국어로는 "생각을 업으로 삼는 일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은 건너뛰어도 좋은 장". (*who has no very high opinion, 독어 표현은 모르지만 어쨌든 영어의 이 구절은, "별 관심이 없는"이기보다 "존중이 없는". "업으로서의 생각을 향한 존중이 없는 이라면 건너뛰어도 좋은 장" 정도로. "존중이 없는" 쪽일 때 조금이라도 더 통렬해지는 바 있지 않나?!) 


사실 몇몇 에피소드에선 (특히 스탠포드 독문과의 Adrian Daub이 출연했던 "헤겔과 그의 후예들" 에피) 해리슨 자신이 반지성주의를 보여주기도 하고, 아도르노가 경멸적으로 쓸 때 "부르주아"나 니체의 "교양있는 속물" 그런 면모가 없는 것이 아니어서, 자주 많이 듣다보면 지겨워지고 그만 듣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지겨워짐은 극진한 대접을 받은 끝에 being spoiled. 해리슨 자신이 "이 지성의 만찬" 이런 표현 쓰면 잠시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정말 만찬이 맞는 것이다. 지성의 만찬. 정신의 향연. ㅎㅎㅎ 문학과 인생을 논하는 최고의 팟캐스트. 


게스트들이 또 굉장히 훌륭할 때가 많다. (카뮈를 주제로 예일대의 앨리스 카플란 등등). 듣고 있으면, 해리슨과 그의 게스트 그들의 지성의 힘이, 내 근심을 녹일 때가 있다. 내 근심과 분노와 울화를. ㅋㅋㅋ; 한국에 그들같은 사람이 있나? 그가 하는 말을 10분 정도 듣고 있으면, 다시 세상과 혹은 나 자신과 악수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하는 사람? 그의 지성의 힘으로 그러는 사람? 오늘 저녁에 나가서 걷다가 그걸 생각해 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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