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 사전의 '빙카' 항목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빙카를 세밀하게 관찰할 것을 독자에게 당부한다. 세밀하게 보면 볼수록 빙카가 (빙카의 위상이) 커지는 것을 볼 것이다>.  

단 두 줄의 문장으로, 확대경을 손에 든 이 저자는 하나의 중요한 심리학적 법칙을 요약하고 있다. 우리가 눈에 띄지 않던 세부를 포착하고 그것을 지배하려 할 때, 그 순간 일어나는 객관성의 상실이라는 미묘한 상황에 그는 우리를 위치시킨다.  이 상황에서 확대경은 세계로의 진입을 조건짓는다. 돋보기를 든 인간은 이 경우, 두 눈이 지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을 읽으려 하는 노인이 아니다. 돋보기를 든 인간은 세계를 새것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그의 체험으로서의 발견들을 들려 준다면, 그는 우리들에게 순수한 현상학에 관한 자료를 주는 것이 될 것이고, 그 자료에서는 세계의 발견, 세계 속으로의 진입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낡아빠진 말, 철학적으로 그토록 자주 쓰이기에 빛을 잃은 말이 아닐 것이다.  

돋보기를 든 인간은 일상의 세계를 떠난다. 그는 새로운 대상 앞에서 새로운 시선이 된다. 식물학자의 돋보기는 되찾은 유년기이다. 그것이 식물학자에게 어린이의, 대상을 커지게 하는 시선을 준다. 그의 돋보기와 함께 식물학자는,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무엇이든 크게 본다네"의 시구가 말한 어린이의 정원으로 들어간다.  

세미화[미니어처]는 위대함의 한 거처이다.  

-<공간의 시학> "세미화" 306. (*영어판으론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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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5 05: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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