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 <카트린 드 메디치에 대하여>. 1901년 영어판. 

이 번역으로 읽었는데, 다시 읽으면 생각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겠지만 일단 지금 생각엔 이 소설은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삼류 소설"적. 엉성하고 습작같고 원시적이다. 원시적. 좋은 말로 하면 장르로서 소설의 "원형." 


그런데 이상하게도, 역사 소설을 향한 취향을 단번에 계발시킨다. 역사 소설이야말로 진정 펄프 아닌가. 역사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고? 역사를 읽거나 아니면 문학을 읽어라. 나는 이런 쪽이었다. 그랬다가 이 소설 읽고 나서, 아! 역사 소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아무리 호평을 들어도 관심 안 가던 힐러리 맨틀 여사 책들 검색하고 사기 시작함. 


책을 쓰게 하는 책의 사례로 발자크 작품들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 소설을 향한 취향을 단번에 계발시키기도 하는 그의 소설을 어릴 때 읽은 독자. 그가 세월이 흐른 후 쓰게 될 역사 소설의 걸작. 이런 종류 본격적이고 심대한 차원에서 영향의 수수관계도 있겠지만, 미묘하고 미세한 차원에서 일어나는 자극과 격려의 차원도. 




SF 고전 강의한 교수는 SF에 미국 작가들이 한 기여에 진심으로 자부심 느끼는 듯했다. 추리, 범죄문학 강의한 교수는 "미국 느와르"를 특별히 사랑하는 듯했다. 정신의 삶. 사유라는 공동의 작업. 지성의 삶을 위한 표준. 이 교수들은 바로 저것들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저것들을 의미있게 하는 사람들. 




그래서 어쩌라고? ㅎㅎㅎㅎㅎㅎ 

그러니까. ;; 그러니까 말입니다. 

암튼 미국은 지성의 독립도 일찌감치 한 나라인 것에 사실 때때로 감탄하게 됩니다.  




American Noir: 11 Classic Crime Novels of the 1930s, 40s, & 50s: A Library  of America Boxed Set: 9781598531534: Robert Polito: Books - Amazon.com



여기 실린 것들 중 이미 단행본으로 갖고 있는 게 네 편은 되는 거 같은데 

그래도 갖고 싶은 박스 세트. 고개 숙인 남녀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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