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2012년의 것. 

사실 인문학 연구자들로 제한한다면, 아주 본격적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전문 서평 방송이 있다면, 재미도 재미겠지만 의미심장한 일들이 매 에피에서마다 일어날 거 같다. 뉴욕타임즈 서평 팟캐스트에서 대학 출판부에서 나온 책이 논의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대학 출판부에서 나오는 책들을 주로 논의하는 서평 방송이 있다면? 


그러나 그런 방송은 아마 실현 불가. 

실현 불가인 건 인문학에서도 "전문화"가 오래, 깊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누가 진행을 하든 진행자 자신의 전공이 아닌 전공에 대해서는 질문이나 논평으로 의미있게 기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게스트가 독자적으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논의를 펼치는 형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Pietro Terzi가 레옹 브렁슈빅 주제로 썼던 (얼마 전에, 연달아 칭송하는 포스팅 했던 바로 그) 책. 그 책에 대해 30분 동안 깊이 있게 대화, 논의하는 에피. 그런 에피가 매주 나오는 서평 방송. 있다면 좋을 것이고 말고다. 


그 책에 브렁슈빅의 스승이었거나 동료였거나 제자였던, 프랑스 제3 공화국의 학자들 다수가 등장하는데, 그 중 한 사람에 대해 Terzi가 이런 말을 한다. 이 한 사람은 그의 연구 주제를 얼핏 대강 보면 국수주의, 서구우월주의 우파로 보일만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책들을 펴고 읽기 시작하면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될 사람. 이에 대해 Terzi가 짧게 던지는 말은, "he was no odd right-wing outsider". 





odd right-wing outsider. 

나는 이 구절이 순간 아주 마음에 들고 재미있고 좋았다. 

프랑스 대학 좌파들의 세계를 세 단어 요약한 거 같았다. 

우파임이 드러나면 바로 그 순간 만인의 눈에 띄고 분리되는 세계. 

그 세계 고유의 악덕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하더라도, 그 세계를 지킬 이유도 충분하지 않은가. 

프랑스는 그 세계를 지켰는가. 지켰다면, 장하다 프랑스. 못 지켰다면, 지금이라도 살려내라. 

트럼프를 알았던 우리에게 그 세계가 다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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