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는 진보의 역사인가, 아닌가. 

이게 질문이 된다는 게 지금 내게는 좀 이해가 안된다. 

명백히 진보한 거 아닙니까. 아니 이게 진보가 아니면 진보가 무엇? 진보는 무엇인가. 어디에 있는가. 

진보란 없는가. 그것은 미망인가. 


과학사의 휘그 해석(진보 사관)에 반대하는 입장 책들을 아직 읽은 게 없어서 

blissfully ignorant 하다보니 이해가 안되는 것일 수도 있겠어서 

그런 책들 구해서 보려는 중이긴 하다. 



그런데 바슐라르. 페이퍼 쓰는 동안 읽은 바슐라르의 과학사 관련 글들은 

그의 글들 중에서는 아주 쉬운 편이고 (과학사 관련 글들은 그냥 보통의 책을 읽듯이 읽을 수 있다. <응용 합리주의> 같은 책은 음.... 머리 싸맴. 머리 줘뜯으며 읽...) 어떤 대목은 천재적으로 재치(프랑스인이시니 "에스프리")있으시고 현웃 나오는 웃긴 대목도 적지 않고 그러했다. 




과학사가 진보의 역사가 아니라고? 

<과학 사유 쇠망사> 같은 제목을 너는 상상할 수 있니? 

Decline of ---- : 이건 과학사 책의 제목으로 결코 쓸 수 없는 제목이다. 

수학사에서 수학이 퇴보한 시기가 있었다고 생각하니? 

수학에서 진리의 획득을 하지 못함은 그냥 곧바로 오류다. 

누가 수학사에서 퇴보 혹은 정체의 시기에 집중하는 책을 쓴다면 그 책은 "나쁜 수학도의 역사"지 "진짜 수학자의 역사"가 아니다. 




대강 저런 말씀들, 대강 저런 풍으로 하신다. 

(*아주 정말 대강 저렇다는. "수학에서 진리의 획득을 하지 못함" 이런 건 그냥 제 말입니다. 

바슐라르는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에서도 심오하고 어떤 공격이든 이겨낼 오묘한 표현으로 말씀하셔서....

잘 기억도 안 남. 책 펴서 찾아봐야 함) 



그런데 그러다 비장하게 말씀하시기도 하는데 


"우리는 오직 과학에서만, 우리가 파괴한 것을 

사랑한다." 과학사의 진보 성격에 대해 한 말씀 하신 후 끝으로 하시는 말씀. 

이런 문장이 내게는 "숨이 멎는" 문장. 생각하다보면 심지어 눈이 뜨겋ㅎㅎㅎㅎ 워. 질 수도 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