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게 생긴 이 탁상용 선풍기. 

작년 여름 별로 덥지 않기도 했지만 에어컨 거의 틀지 않고 이 선풍기 하나로 충분히 시원하게 보냈다. 

8월이었나 거의 매일 비왔던 달이? 20년 여름은 별로 덥지 않았다는 것. 비가 거의 매일 오던 달이 있었다는 것. 

6월엔 개인적으로 알던 분은 아니지만 이충민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 이런 기억들이 남은 여름이다. 


지금 집에 에어컨이 없는데 

환기 아주 대박 잘되고 선풍기가 2개 있으므로 

여름이 걱정되지 않았었다. 창문 다 열어 놓으면 널어 놓은 빨래가 출렁거리고 펴 놓은 책장이 펄럭거리잖아. 

덥다 덥다 해도 32도까지는 선풍기로 충분히 시원한데 그에 보태 그냥도 바람이 무섭게 부는 집에서 무얼 걱정. 


그러나 본격 여름이 오자 바람이 불지 않거나 불어도 약하다. 

미니 선풍기 말고 다른 선풍기는 이것이다. 








예전 집에 이사하던 해 이거 사서 한두 해 쓴 다음 

좁은 집에서 발에 걸리는 게 너무 많아져서 미니 광 같던 공간에 넣어두고 쓰지 않았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야 이거 작동은 되냐..... 그 습한 광 안에서 몇 년을 푹푹 썩었는데) 발견. 재발견. 

아니 근데 이 선풍기 너무 좋은 것이었. 부채(fan)가 돌아가는 전통 선풍기 바람은 계속 쏘이면 얼얼해지지만 

이 선풍기 바람은 그렇지 않다. 뭐랄까 바람을 뭉쳐서 몽글몽글하게 만든 다음 내보내는 느낌인 것임. 자는 동안 내내 틀어놔도 아침에 얼얼한 느낌 없이 일어날 수 있다. 얼얼한 느낌이 없는 정도를 떠나, 바람의 부드러운 손길이 주었던 위로를, 행복을 기억하면서 일어날 수 있다.  


아 그런데 34도를 넘으면 

두 개 선풍기가 좌와 우 양쪽에서 열일해도 

............. 으으, 으으, 그만 더울 수 없겠니. 

내가 살아야 할 여름이 많지도 않을 수도 있는데 이번에 꼭 이래야 하겠니. 심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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