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좋았던 이사가 있었지. 그것에 대해 뭐라 쓴 것도 있었지. 

뭐라 다른 곳에 썼던 것을, 여기 서재에 옮겨 왔던 포스팅이 있다. 찾아보니 17년.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중독은 직접 대면하기엔 너무 고통스런 감정들을 승화시키는 방법.. 이랬나, 브렌다가 찾아갔던 섹스중독 전문 테라피스트의 말. 담배 중독에도 그런 면이 분명 있긴 한거같음. 몇년전 끊었을 때 처음에 맥주를 거의 매일 마셨는데, 이상하게도 끊기 전이었다면 어떻게 담배 없이 술을 마셔? 였겠지만, 끊고나자 술이라도 없었으면 담배없이 어떻게 견뎠을까. 중독은 중독으로 싸우는 거였군. 하하. 그럼서 즐겁게, 많이는 아니고 그러나 자주 맥주를 늘 짝으로 쟁여두고 마셨다. 사실 담배 끊고 어느 정도 지나면 미각이 살아나는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여튼 덕분에 맥주가 더 맛있어진다. 하긴 거기선 맥주 자체가 맛있는 맥주였구나. 그게 더 맛있었으니 얼마나 맛있었을까. 한국오기전 아파트 계약기간이 끝나고 두달 동안 서브렛을 구해 살았었는데 서브렛 구한 아파트로 이사하던날 저녁 하이네켄 사서 냉장고에 넣고, 거실에 TV 연결하고 책과 기타 살림은 벽으로 밀거나 해서 다닐 통로만 만든 다음 테이블 위에 맥주 놓고, 김과 와사비 간장 놓고, Stand by Me 틀고 어둡게 전등 하나만 켠 다음 영화보면서 혼자 맥주 마셨었는데 그게 생애 최고의 술자리 중 하나였다. 그런 술자리를 가져보기 위하여 수시로 이사다니고 싶어질만큼. 막 이사를 끝낸 집이고 짐정리가 대강만 된 집의 어수선함 + 그래도 여기가 이제 내집이라는 안정감이 필요하다. 안주는 가장 간단해야하고 조명은 최소한이며 밤은 (바깥이나 안이나) 고요해야 한다. 그리고 맥주는 하이네켄이나 스텔라 아투아나 코로나. 서울이라면 '고요함'에서 탈락하기가 쉽겠구나. 금연 얘기 중이었지 참. 그 술자리가 최고의 술자리가 된데엔 당시의 내가 논-스모커였다는 것이 눈꼽만큼이라도 기여했음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담배 피우지 않는 것에 익숙해지면 담배 없이 술마시는 기쁨도 알게 된다고. 술! 술에만 집중할게! 이런 느낌이기도 하고. 천천히 알뜰하게 취해가는 것이죠. 



금연자로 술 마시고 싶어지면서 
흡연자로 술 마시던 중 찾아본 예전 글. 
흡연자인 현재 신세가 서글퍼서 울고 싶어짐. ;;; ㅜㅜ ;; 

그런데 저 날 저녁 정말 지금도 기억이 선명하다. 
지금 집에선 초를 아예 쓰지 않는데 당시엔 초가 많이 있었다. 
초를 넣고 켜는 그릇들도 여럿 있었고, 녹색 파란색 유리로 된 아주 예쁜 것이 하나 있었음. 
그것에 초 넣어서 켜고, 하이네켄과 와사비 간장 마른김. 그리고 Stand by Me. 

Going to see a dead kid -- I don't think it should be a party. 
이런 대사에 목이 메이며 (그래서 맥주는 더 맛있어지고) 보던 시절이었다. 

(*여기까지가 17년의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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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날 저녁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 저 정도라도 적어두었던 덕분의 생생함이겠.  


저기 적은 녹색 파란색 유리로 된 아주 예쁜 초 그릇. 이것도 바로 어제까지 썼던 것처럼 생생하다. 

오호 애재라. 너 바늘이여, 우리가 다음 생에 다시 만나면. 이런 감정을 말하는 "조침문"에 깊이 공감하게 된 것이, 이런 경험 때문이기도 할 것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면서 쓰던 것들. 내 삶에 빛을 주던 것들. 


어쩌다 깨뜨렸나는 기억나지 않는데 깨뜨렸던 기억은 난다. 깨뜨리지 않았다면 지금 옆에 있을 것이다. ㅎㅎㅎㅎ 아 하찮은 candle holder 따위에 이런 감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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