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츠가 태어난 해인 1795년 괴테는 46세였다. 

1821년 키츠가 사망하고 나서, 괴테는 11년을 더 살았다. 

그의 짧은 생에서, 단 5년 세월 동안 키츠는 상상력이라는 주제를 발견하고 탐구하는데 

키츠의 상상력은, 괴테가 그의 긴 생에서 50년간 탐구했던 내용과 경이롭도록 흡사하다. 

베이컨이 말한 바 있다. 살았던 해(years)는 짧았지만 살았던 시간(hours)은 길었던 인간들이 있다고. 




지금 읽는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살았던 해는 짧았지만 살았던 시간은 길었던 인간들. 

여기서 잠시 멈추지 않을 수 없음. 


2019년은 내게 해로도 짧았지만 시간으로도 짧았다. 

올해 1월의 시작이, 정말 며칠 전 같다. 그냥 생생하다. 

올해 뿐이랴. 이런지가 이제 20년은 (........) 된 거 같다. 

자고 일어나기를 조금 꾸준히 반복했을 뿐인데 해가 바뀐다. 

그게 반복되다 보니, 해가 오고 감에 별 동요가 없어지기도 했다. 


상상력. 이 주제로 바슐라르가 쓴 책들은 

어쨌든 내게는 재미있고 아무리 읽어도 소진되지 않고 여기 일생을 걸 가치가 있고.... 

정말 그런 책들이다. 이것들을 제외하고 다른 저자들의 상상력 주제 책들 중에서 


비슷하게 반응하게 되는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바슐라르의 상상력 주제로 쓰고 싶은 글들이 있다 보니 

지금까지 사모은 상상력 주제 철학서, 아무튼 인문서들이 적지 않은데 

거의 전부 읽기 고역이었다. 


그런데 오늘, 예감이 좋은 책 하나를 발견함. 위에 인용한 대목이 나오는 책은 아니다. 

(그 책은 상상력 주제 연구서들 중에서는 최고 성취를 거두었다 평가되기도 하는 책인데, 아마 하버드 영문과 교수였을 것이다, James Engell의 The Creative Imagination. 상상력의 지성사.... 상상력으로 보는 서구 지성사... 같은 책. 이 책도 읽기 꽤 고역이다. 그러나 저자의 뭐랄까 단정하고 엄정한 정신? 그게 느껴지므로 꾸준히 읽을 수는 있다. 이 주제로는,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말하고 생각하는 저자들도 있다. 오래 버틸 수가 없는 책들....) 


그게 오늘의 소득, 성취다. 

좋은 책을 발견함. 이게 성취다. 


이 좋은 책을 발견하기 위해 

얼마나 먼, 가볼 필요 없었던 길들을 나는 가보았고 걸었던 거냐. : 진짜로 

이러면서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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