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판은 이렇게 나와 있는 콩도르세의 괴작, 기작, 유작.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 이 제목으로 한국어판 찾아진다.
피터 게이 <계몽시대>에 이 책 해설하는 긴 부분이 있는데
게이가 콩도르세에게 과하게 밀착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콩도르세의 이 책을, 격하게 충돌하기도 하는 여러 감정들을 느끼면서
격정적으로 읽었던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른 계몽사상가들 해설할 때와 다르게 느껴진다.
어쨌든 이 책은, "인간 진보의 예언자" 콩도르세가 그의 머리 위에 드리운 기요틴 그림자 안에서
(자코뱅들에게 쫓기며 은신 중에) 쓴 책.
이 책에 어떤 과잉이 있고
어떤 착오가 있는지. 그런가 하면 어떤 미덕과
어떤 경이로움이 있는지. 콩도르세는 자기 메시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단순화를 감행하는지.
등을 길게 얘기하다가,
"그러니 <개요>는 계몽의 증언인만큼 계몽의 희화이기도 하다고 우리는 결론 짓는다" 이렇게 말할 때
이상하게 감동적이다. 계몽의 증언. 계몽의 희화. 둘 다에 대해 피터 게이 자신이 오래 깊이 생각했을 거 같다.
계몽 시대는 무엇이었나에 대해.
"콩도르세의 <개요>에서, 우리는 진보의 부담을 스스로 자기 어깨 위에 지기로 한
계몽을 보게 된다." : 이런 말도 이상하게, 콩도르세의 이 책을 아직 직접 본 적도 없으면서, 뭔가
가슴을 흔듬.
게이의 책 어느 페이지에나
지금 여기. 지금 여기와 바로 연결되는 말들이 있다.
역사서는, 울면서 보는 것이다.... 것이었다. 것이었구나. 같은 심정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