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 놓은 강의 중에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사무엘 베케트까지 

"서구 문학 전통의 위대한 저자들" 강의가 있다. 4인 교수가 참여하고 

86강 분량. great courses에서 출시한 강의들 중 가장 긴 강의일 듯. 아직 고대에 있고 

이제 로마 시대로 진입했는데 로마의 시인들에 관한 강의에서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odes"("송시"라 흔히 번역하는 듯. "ode"든 "송시"든 얼떨떨하긴 마찬가지)가 

대단히 뛰어난 성취를 보여주지만 영어로는 번역불가임에 대해 여러 번 말한다. 이유는 굴절 언어("inflected language")인 라틴어에선 격변화만으로 단어들의 문장 성분이 명확하고 덕분에 어순에서 엄청난 유연성을 가질 수 있음에 반해, 굴절 언어가 아닌 영어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 "the cat bit the dog" vs. "the dog bit the cat" : 이 예가 보여주듯이 영어에서 문장 성분은 격변화가 아니라 어순이 결정하고, 때문에 영어에서 어순을 놓고 하는 유희 혹은 실험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존 밀튼이 

호라티우스를 영어 번역하고자 했고 이 번역에서 밀튼의 목표는 호라티우스의 라틴어를 어순도 포함하여 최대한 충실하게 옮기는 것이었다. 그 결과, 호라티우스의 라틴어를 옆에 두고 같이 읽지 않는 한 읽을 수 없는, 영어로 하는 라틴어의 한 좋은 사례가 될 번역이 나왔다. 



이런 얘기에서 출발해 생각해볼 지점들 있지 않을까.  

밀튼의 호라티우스 번역이 영어에 끼친 영향(영어의 구문, 표현, 질감...), 영어권 시인들에 끼친 영향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인지. 있다 해도 대단한 (셰익스피어의 영향에 비견할, 그런 정도는 결코 아닐. 그보다 훨씬 못한 정도도 아마 아닐) 건 아닐 거 같다. 위대한 시도였고 그만큼 위대했던 실패였다 쪽이지 않을까. (오늘 처음 들은 얘기이므로 그냥 마음대로 공상함). 그런데 그렇다 해도, 밀튼같은 시인이 그런 시도를 하면서 


간접적으로라도 영어의 유연성은 확장되었을 것이다. 


굴절언어인 한국어는 

왜, 어순의 상대적 자유가 품고 있는 그 잠재력을 활용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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