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히지 않았다. 다른 일로 마음이 심란해서인지, 책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교과서에 나오던 눈신토끼의 이름의 의미를 알게 되다.

이 책에서는 눈덧신토끼로 나오고, 영어로는 snowshoe rabbit이다.

눈 위를 빠지지 않고 잘 걸을 수 있도록 눈신을 신은 것처럼 발이 넓은 토끼라는 이야기이다.

사진을 못찾아서 발이 큰 토끼를 상상하면서 웃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는 오직 예술에 의해서만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제부터 기운이 없고 몸이 지쳐 책이 읽히지 않는다. 지난 달에 읽은 책 몇 권이나 올려본다.

정수일 <이슬람 문명> 창작과비평사
224쪽, "그러나 그의 세계지도는 여전히 남을 위로, 북을 아래로 하는 방위 설정이나, 대양이 육지를 에워싼 점이나, 지중해와 인도양의 접점을 수에즈 해협(홍해를 무시)으로 한 것 등, 전통적인 이슬람 지리학의 오류를 답습했다." 북이 위로, 남이 아래로 하는 방위 설정이 왜 무조건 옳은 것인가.
일단, 지루하다. 교과서를 읽는 기분이다.
주류 질서에 대해 타자이거나, 혹은 적에 가까운 경우, 이 타자에 대한 긍정적 서술은 변명처럼 느껴질 정도로 구차한데, 이 책도 그러하다(현재 세계의 주류는 서구 문명이라고 대강 인정하고). 그 시각이 주류 문화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신라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묘사(개줄로 쓸 수 있을 만큼 많은 황금이라느니, 모든 병은 다 치료된다느니 하는 것들 말이다)를 끌어대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Victor Davis Hanson 빅터 데이비스 핸슨 <Carnage and Culture 살육과 문명> 푸른숲
2장 120쪽, 옮긴이의 주석
"아몬은 이집트의 최고신인데, 알렉산드로스는 기원전 332년에 이집트에 들러 이집트 사제들로부터 자신이 아몬의 아들이라는 신탁을 반강제로 받아냈다. 알렉산드로스가 이렇게 이집트의 파라오가 되고자 했다는 사실, 또 나중에 동방 전제 군주의 풍모를 찾으려 했다는 사실은 당시 오리엔트 세계가 유럽보다 밝은 문명권이었음을 말해준다."
저자는 서구의 우월함을 전투 능력에만 한정하는 척 하지만, 군사 능력의 우월함의 원인을 '자유, 정면 대결, 시민군국주의, 합리주의, 시장의 활기, 규율, 이견의 수용, 자유로운 비판(p.289)'에서 찾는데, 뭐 이건 서구가 뭐든지 다 잘났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비서구에 대한 서구의 우월함을 '증명'하고 있는 이 책 안에서, 옮긴이의 조용한 이 주석으로 인해 이 책은 묘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우파의 문제점 중의 하나, 좌파는 자신이 좌파라는 것을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반면, 우파는 자신이 우파라는 것을 숨기거나 혹은 모르고 있다.
앞의 8개의 전투를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도덕성은 일단 제쳐두고 군사력에만 집중하는 척 하다가, 마지막 베트남 전에서는 자꾸 북베트남군의 비도덕성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한 페이지 안에서 미군이 얼마나 북베트남군을 많이 죽였는지 뿌듯해하다가, 북베트남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는 도덕적 비난을 가하는데, 그 정도로 민간인 학살과 군인 학살의 차이는 큰 것인가.
그의 서술에서 베트남에서 미군은 철수했지만, 그것은 군사력의 부족이나 전투에서의 패배 때문이 아니라 반역적인 반전 운동가들(p.711)과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언론 때문이며, 또한 지금까지 볼 때에도 미국은 절대 패배한 것이 아니다. 손해를 본 쪽은 베트남이다. 이제까지의 당당함에 비한다면, 베트남 전에 대한 서술은 구차해진다.
그래도 이 책은 절대 잘난체의 책이다. 서구를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같은 서구 세력이지, 비서구는 절대 서구의 심각한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끝마무리도 얼마나 오만한가.

Eliette Ab cassis 엘리에트 아베카시스 <Qumran 쿰란> 문학동네
오늘의 일기, 0교시가 없는데 일찍 와서 어제 다 못 읽은 '쿰란'을 끝내다. 예수가 유대교의 한 분파인 에세네 파의 한 일원이었을 것이고, 그와 에세네 파들은 그를 메시아라 생각하고 신이 구해줄 것이라 생각하여 십자가에 올려보냈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예수는 신에게 왜 나를 버리느냐라고 외치며 죽었다고 한다. 그 뒤에 생긴 그리스도교는 예수의 실체와는 다르게 진화되어온 종교라는 말이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저 쪽에서 이건 굉장히 충격적인 일인데, 하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다 들은 나는 그냥 아, 그래, 그래서? 이런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놓친 다른 큰 의미가 있는 걸까 해서 다시 한 번 정리해봤는데, 여전히 그렇다.
그리스도교의 비밀, 카발라의 신비, 오컬트, 장미십자단, 이런 것들이 나에게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같은 느낌이다. 당장의 재미는 있지만, 결국 시시하고 뻔하게 끝나버리는 그런 것들 말이다. 굉장한 소재에 표지에 거창한 수사로 장식되어 있어서 기대를 하게 되지만, 뻔하고 시시한 소설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도 되겠다.
요즘 읽는 소설들은 거의 시시하다. 세풀베다의 책이 남아있다. 이 사람은 날 실망시키지 않겠지.

윤광준 <잘찍은 사진 한 장> 웅진닷컴
말 많은 사람들한테는 믿음이 잘 안 가, 그냥.

루이스 세풀베다 <외면> 열린책들
단편 모음집은 단숨에 한 권을 읽어버리면 정말 곤란해진다. 한 편씩 쉬어가면서 읽다.

빌 브라이슨 Bill Bryson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까치
도서관에서 다른 책들과 함께 빌려올 때에는 깨닫지 못했는데, 이 책 굉장히 무겁다. 단지 두껍기 때문이 아니다. 흰 색의 반질반질한 두꺼운 종이들, 사진이나 그림이 많아서 이런 종이를 선택한 걸까 해서 한 번 쭉 넘겨봤는데, 그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재미있는 책들을 광고도 없이 조용히 펴내는데다가, 다른 출판사 같으면 여백을 늘려 두 권을 만들었을 책들을 깨끗하게 한 권으로 내주는 출판사 까치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비전문가 혹은 저널리스트가 쓰는 책은 부담없고 가벼우면서도 재미있다. 그리고, 외부 관찰자의 서술은 내부자의 관점보다는 담담하고 균형이 잡혀있어 좀 더 다른 시선으로 과학을 보게 해 준다.

서준식 <서준식의 생각> 야간비행
내가 어떻게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쓸 수 있는가. 다시 읽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4권(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2)째 읽고 있다. 장황한 서술에 할아버지의 번역이 합쳐지니 가관이다. 이런 속물들의 심리 묘사를 내가 계속 읽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가끔 취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마차를 타고 지나가다 만나게 되는 세 그루의 나무를 보고 느끼는 감상 같은 것이다. 낯설지 않고 친숙했던 장소의 느낌이 나지만, 어디였는지는 확실히 알지 못할 때, 혹시 지금까지와 주변 사람들이 소설 속의 이야기이고, 그렇게 책에 빠져들어 읽다가 눈을 들어 갑자기 현실에 맞닥뜨려 보게되는 실물인 나무를 보고, 아직 소설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여 잠시 멍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아, 이런 묘사에는 원래 이렇게 장황해질 수 밖에 없는 건지, 아니면 하도 읽다보니 나도 프루스트 문장의 영향을 받은 건지) 하지만, 뭔가 뚜렷한 생각은 나지 않고 마차가 그대로 지나가자 느껴지는 아쉬움. 나무들에 대한 이 막연한 느낌은 영원히 알 수 없는 채로 남겠구나 하는 아쉬움.
그래, 좋아. 끝까지 읽어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323쪽
아빠가 힘센 아저씨들 여러 명에게 잡혀갔던 날, 수갑 차고 잡혀가는 자동차 안에서 뭘 생각했는지 아니? 너희들 생각이었다. '아차! 보슬이 자전거 바퀴에 바람 넣어 주어야 되는데……. 참, 혜수 자전거도 비를 맞지 않도록 자전거 안쪽으로 들여놓았어야 하는데……. 이렇게 잡혀가면 안 되는데'   '에이 참, 이렇게 잡혀갈 줄 알았으면 보슬이랑 아침공부를 더 해 둘 걸. 혜수한테도 공부를 가르쳐 줄걸. 에이 참, 동전 가지고 하는 마술도 가르쳐 주고 올 걸. 에이 참! 에이 참!'

-누가 감히 이 사람을 감옥에 가두려 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